월급으로 그 평가를 대신하고 있진 않나요?
나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누군가는 나의 가치를 연봉으로 평가할 테고, 테니스 동호회에서는 테니스를 얼마나 잘 치는지로, 아내는 아이들과 얼마나 잘 놀아주는지 등으로 평가할지도 모르겠다. 평가라는 단어를 붙여서 뭔가 날카로워 보이지만, 실제로 우리는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면서 살아간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나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나의 회사 생활에서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이것이었다. 나의 가치는 얼마나 되며, 내가 이 조직을 떠나서라도 내가 만족할 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사람인가? 회사에서는 내가 받는 월급보다 가치 있는 사람인가?
혹시, 참여한 프로젝트가 연 매출 100억을 보이니까 1/100 부근의 연봉인 내가, 그래도 월급값은 한다고 생각한 적 있지 않은가? 사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100배만큼 저평가받고 있다고 오판하는 사람은 조금 문제가 있다.
회사라는 조직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그 시스템 안에 있기에 성과를 보일 수 있는데, 간혹 어떤 사람들은 온전히 본인의 성과라 오판하는 경우가 있다. 여러 동료들의 협업이 있었을 테고, 보이지 않는 부대비용들이 존재하는대도 말이다.
'역시 나 아니면 안 돼'라거나, '내가 제일 잘했으니 나의 성과다'라는 말을 입에 담거나 생각하는 사람들(예전 글에 본인은 잘하는데 후배들이 못해 욕먹는다던 그런 부류)이 보통, 시스템 안에서의 가치를 바깥으로 그대로 들고 나온다. 과대평가되어있고, 동료들의 가치는 과감히 생략해버린 가치를 본인 것이라고 착각하면서. 그들이 얼마나 오판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예가 하나 있다.
예전에 회사가 힘들고, 삶에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퇴사를 결심하고, 코이카를 통해 해외 봉사활동을 가야겠다고 지원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 코이카에 봉사활동을 지원하려면 우선 지원 분야를 설정하는데, 지원할 수 있는 분야 자체가 없었다.
'와.... 회사 생활을 10년 넘게 했는데, 돈을 벌겠다는 것도 아니고 봉사활동을 가겠다는데, 이 많은 지원 분야 중에서 클릭할 분야가 없다니.....'
다행히 저~~~ 아래에 중등교사자격증을 따놨던 게 유일한 지원자격이 되어, 지원서 작성은 마무리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그때 나의 가치에 대한 재 발견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연봉이 얼마고, 개발에 성공한 제품의 매출액이 얼마인 것이 나의 가치를 증명해주지 못함을 알게 된 것이다. 그것은 시스템 안에서의 나의 가치일 뿐,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의 가치가 아니다.
월급에 나의 가치를 대입하며 너무 과대평가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너무 월급의 가치에 갇혀 나를 과소평가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봤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은 행동을 지배하고, 그 행동은 여러 사람에게 향기로 남아 결국 다시 나에게 영향을 주는 법이니까.
과대평가한 가치로 필요 없는 힘을 주고 사는 것보다는, 과소평가로 너무 힘주지 못하고 사는 것보다는, 테니스 잘 치는 동네 형이나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아빠 같은 가치를 볼 수 있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봄이면 어떤 향기의 바람이 불고, 여름이면 얼마나 많은 초록색이 존재하는지, 가을이면 어떤 속도로 잎들이 떨어지고, 겨울이면 눈이 땅에서 하늘로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 살아가는 것이, 여러분의 가치를 조금 더 증명해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