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보와 먹보
TV를 좋아하지도 않지만 아이들과 있을 때면, 미니 특공대의 악당과 싸우거나, 카봇의 합체를 외치거나,
JJ튜브의 재빠를 보며 부러워하는 시간뿐인데, 이번 여유에 과감히(?) 넷플릭스를 켜서 본 프로그램이 바로 털보와 먹보다. 타이틀처럼 프로그램은 제법 단순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하고, 먹고, 멍 때리기. 어떻게 보면 흔한 소재들이지만, 그 안에 숨겨져 있는 가장 큰 한방이 있다. 바로, 마음을 나누는 친구. 그리고 그와 같이 하는 허튼 일로 보이는 소소한 것들.
특히 남자들은 정말 친한 친구들끼리 허튼짓을 많이 한다. 여기서 허튼짓이란 불법적이지 않지만 돈도 되지 않는, 굳이 왜 저러나 싶은 일을 말한다. 예를 들어 버스 맨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서 춤을 춘다거나, 우산이 있지만 비를 맞고 뛰어다니며 깔깔거리는 뭐 이런.....^^. 하지만 한 녀석이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같이 하고 있을 만큼 중독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어릴 때는 이런 이상한 것들에서 동질감, 희열 같은걸 느꼈다면, 지금은 뭔가... 잠시 해방되는 느낌을 받곤 한다. 왜냐! 나이가 들어도 그들을 만나면, 다시는 평소에 하지 않을 진짜 이상한 짓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고, 또 하곤 하니까. 사회에서 물든 검은 때를 벗겨내는 느낌이랄까?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 친구들과 함께 있는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장대비가 오는 날씨에 오토바이를 타면서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던 에피소드. 그들을 보며 나도 같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종류가 다를 뿐, 나도 그들과 그런 허튼 일들을 하며 입이 찢어지게 행복해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리라. 그러면서 '그래. 나도 그런 친구들이 있지' 하며 또 한 번 웃었다. 남 신경 쓰지 말고 그들과 이상한 것들을 더 많이 해볼걸 그랬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런 친구들을 사회에서 만나기란 정말 어렵다. 실제로 여러 번 뒤통수 맞은 일도 있거니와, 적당한 거리 이상으로 가까워졌을 때 좋은 결론을 본적이 별로 없다. 결국 내린 결론.
'회사에서 만난 사람과는 친구로 지내지 않는다.'
아마도 이는 허튼 일과도 연관이 있는 듯하다. 친구라 일컫는 사람들의 시작은 대부분 목적이란 것이 없다. 그냥 좋았고, 이유 없이 친해졌고, 그래서 허튼 일과 이상한 일을 향유하는 데 있어 거리낌이 없었다. 이런 이들이 나에게는 친구다.
하지만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목적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본인의 이익보다 사람을 선택하기 쉽지 않다. 특히나 내가 본 선배들은 본인 이익을 위해 후배들이 징계받는 것쯤은 대수롭게 여겼다. 그리고는 본인도 어쩔 수 없었단 이유를 가져다 붙이며 피해자 행세를 한다. 게다가 그런 사람들이 또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니 더 못마땅하다.
참 아이러니하다. 아무런 의미 없는 일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옆에 많았으면 하면서도, 이제는 사회생활로 만나는 사람이 대부분인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만나는 사람과는 처음부터 선을 그어버리니. 어떻게 보면 슬프지만, 또 어떻게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휩쓸리지 않고 내 삶을 살겠단 의지이기도 하니,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다.
하..... 오토바이는 못 타지만...... 춥고 비 오는 날, 입김 나도록 오토바이가 타고 싶어 지는 건, 아마도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쓴맛을 너무 많이 봐버린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