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공정의 시대
회사에서는 거리가 먼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셔틀버스를 운행 중이다. 나도 멀리 살았을 때는 집 앞이 셔틀버스 정류장이어서 요긴하게 사용하곤 했는데, 익명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나는 차를 가지고 출퇴근을 하느라 비용을 지출하는데, 셔틀 타는 사람들은 왜 무료로 출퇴근을 하느냐. 이건 차별이고 불공정하다. 셔틀버스를 폐지하고, 그 비용으로 모든 직원에게 교통비를 지급해라.'
얼핏 보면, 누군가 손해를 보고 있으니 공정하게 배분하자는 저분의 말에 혹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것이 공정한 일인가? 출퇴근에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직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인 것인데, 이것을 차별로 받아들인다는 점에 공감이 간다면, 이는 이상한 공정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교통비를 달라던 분은 '차별 없음'이 공정과 평등의 기준이라고 봤을 테다. 사실 이는 여러 부분을 고려해서 빼고, 채우고, 배려한 다음, 차별 없이 고르는 과정을 과감히 도려낸 것이다. 내가 누리지 못하는 혜택은 불공정하다는 단편적인 이 접근은 회사뿐만 아니라 요즘 시대에도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그럼 공정함은 무엇일까? 요즘 실력으로 평가하는 것이 공정의 기준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사실 이것도 잘못된 생각 중 하나다. 어찌 실력이 공정한 기준인가.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재력이 다르고,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다른데도 실력이 공정의 잣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철저히 과정은 무시되고 결과만 중시하는 그들이 말하는 실력이라는 것이 그렇게 열망하던 공정의 기준인지 묻고 싶다.
그런데 교통비까지 불공정함을 내세워 목에 핏줄을 세우는 이 상황은 어쩌다 만들어졌으려나...... 공정의 기준으로 어떤 것이 적절한지는 수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명확한 것은 회사에서 제공되는 컵라면 하나조차 남이 먹는 것이 아까워 제도 자체를 없애버리는 몇몇 사람들을 보면서 한숨이 나오는 건, 우리 회사만의 문제는 아닐 테다.
p.s) 우리 회사만 유난히 더 그런 걸까. 왠지 그럴 것 같은 싸한 느낌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