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가득했던 1주일

육아 전쟁 서막을 알리던 휴직 후 1주일!

by 설온우

휴직 이후, 초반에는 무엇으로든 하루를 가득 채워 넣으려 바둥거렸다. 정해진 시간에 딸과 산책 가기, 동네 맛집 찾아다니기, 잔디밭에서 뛰어놀기 등으로 딸이 집에만 있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했고, 열심히 사진 찍고 글도 써가며 최대한 기록으로 남겼다. 아마도 나중에 딸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1분 1초도 게을리 쓸 수 없다는 생각이 강했다. 심지어 버킷리스트처럼, 7개월 안에 이런 것들을 해내겠다며 아래 내용들을 기록했더란다.


1. 딸과 슬로베니아로 한 달 살기 여행

2. 영어/중국어 공부

3. 독서 (하루에 한 권은 껌이지)

4. 베이킹/바리스타 자격증 취득

5. 퇴직 후 시작할 사업 아이템 구상

6. 못했던 테니스 실컷 치기


지금 보니 조금 웃기다. 실소다. 그 시절 나에 대한 비웃음이다. 육아를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아이언맨이 캡틴 아메리카와 싸우면서 화난 헐크를 상대해야 하는 일'과 같다. 한마디로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사실 한 달 살기는 휴직 전에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짜인 일정에 맞춰 숙소와 비행기 티켓이 준비가 되어 가는 중이었고, 아내와도 슬로베니아에서의 스케줄 조율에 있었다. 이 와중에 열경련으로 딸이 입원하면서, 아이의 건강을 우려하던 우리 부부는 외국으로의 한 달 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딸과 아빠의 관계를 깊게 만들어보자는 취지는 살리되, 응급 상황이 오면 곧바로 대처가 가능한 곳, 제주도에서의 한 달 살기로 계획을 변경하기 이른다.


한 달 살기를 제외한 나머지 리스트는 휴직 후, 1주일 정도 시도하다 조용히 내려뒀다. 육아와 함께 절대 할 수 없는 일임을 깨닫는데 걸린 시간이 1주일이었다. 잠을 줄여가며, 딸이 낮잠 시간이 되면 너무나 기뻐하며 이것저것 시도했지만, 평상시 읽던 책의 반의 반도 못 읽는 판국에, 나머진 어떠했겠는가.


그 대신 딸과의 추억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딸이 너무나 이쁘고 애교도 많고 얌전하고 조용한 아이여서 그런 거라고 할지 모르겠다. 사실, 딸은 내 눈엔 이쁘지만 평범하고 애교는 1도 없으며, 아주 활동적이고 자기주장이 매우!! 강하다. 자기애도 넘친다. 고로, 같이 있으면 조금 힘들다^^;;;. 그래도 딸과 연애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참 좋았다.


그러니 이 글을 보는 아빠들은 시도해보시라! 물론, 엄마를 아이의 우선순위에서 밀어내고 당당히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 게다가 걸리는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진급, 경제적인 상황, 사회적 위치 등등...... 하지만, 확연히 달라진 본인과 아이는 분명 확인할 수 있다. 우린...... 돈 벌어오는 기계가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딸은 지금도... 엄마보다는 아빠를 더 찾는다^^ 성공!!!!!!!!!!


이렇게 1주일의 육아전쟁을 치렀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할 수 없었고, 그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었던 시간들. 오히려 더 오래 함께 하지 못함이 아쉬운 이 기간의 시작은, 그렇게 욕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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