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이벤트
어둠과 함께 온 염원하던 변화의 바람
새해가 되었다. 변화라고는 싫어하던 이 회사가 새해 벽두부터 난리가 났다. 팀장이 바뀌었다. 그것도 순서대로 팀장자리를 맡아오던 관습(?)을 깨고, 역전이란 것이 일어났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늘 앞장서서 말해왔던 나였지만, 이번 변화는 예전이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금 무서운 변화다. 빛과 함께 왔다기보다 어둠과 함께 온 것 같은 그런 변화랄까.
사실 조금의 변화가 진행 중이었다. 전 팀장이 심각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뭔가 바꿔보려 노력하는 흔적도 보였다. 그가 그려가는 변화의 그림이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고, 그래서 뭔가 좋아질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다. 하지만 이번 일로 그 희망은 또다시 추락했다.
새로운 팀장은 오만과 편견, 독선이 가득한 사람이다. 본인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선을 긋고, 그 선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날카로운 칼날을 드리대는 일에 주저함이 없다. 근거 없이 빠져든 편견으로 여러 사람이 그 옆을 떠났다. 업무를 관리할 수는 있겠지만, 사람을 관리할 수 없는 부류다. 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조직을 어떻게 망쳐놓는지 수없이 보았다. 더 문제는, 이 사람과 비교됐던 후보는 업무도 사람도 관리할 수 없는 부류였다. 이러니 그가 새 팀장이 될 수밖에.....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타 팀 팀장들이 이 둘 중에 누가 좋겠냐며 투표를 한 것으로 보인다. 더 무서운 것은 이 둘이 아주 박빙이었다는 점과, 나 스스로도 새로 팀장이 된 사람이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아차차. 이런 무서운 생각을 한순간이라도 하다니...... 아무리 선거는 차악을 뽑는 것이라지만, 이것은 아니지 않나.
우리 팀이 하는 일은 타 팀과 업무 영역이 아주 다르고, 거의 완벽히 분리되어 있다. 그래서 비슷한 부류의 회사에서는 우리 팀이 다른 연구소로 분리되어 있는 곳도 많다. 이런 특성상, 우리 팀 외에 다른 어떤 사람이 우리 팀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 그들이 왜 우리 팀장 자리에 앉힐 사람을 고르고 있는가.
게다가 그런 절차를 통해 뽑힌 사람이 맙소사.
새로운 팀장과 면담을 오래 하며, 예전 독단과 아집으로 내 회사 생활 3년 정도를 지옥으로 만들었던 예전 팀장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후배들에게는 이 느낌을 감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잠자리에 눕자 그때 느꼈던 이유 모를 먹먹함이 확실하게 다가왔다. 그래. 희망은 꺾였다. 좋은 조직이 좋은 문화를 갖고 그 안에서 내가 사랑하는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이상주의자인 내가 꿈꿨던 그 희망 말이다.
그래서인지, 아주 오랜 한숨과 함께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벌써 새로운 팀장 옆에 줄 서는 사람들이 보이고, (죄다 선배들.....) 후배들은 새로운 바람이 본인들에게 좋은 방향이길 바라고 있다. 제발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그냥 이상주의자인 내가 느끼는 노파심 정도였으면 좋겠다. 어찌 되었건, 변화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조직에 빈틈이 생긴 것은 맞으니 말이다.
여기서 내가 먹먹함을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 선택할 시점이 되었기 때문이리라. 업무 방향이야 얼마든지 상사의 성향에 맞출 수 있다고 본다. 그가 의사결정 하기 쉬운 방향으로 이끌고 안내해야 하는 것이
내 역할 중 하나이니 말이다. 하지만, 업무가 아닌 다른 쪽까지 좌지우지한다면, 난 그것을 무시하고 모른척하거나, 옳지 않다고 반항하거나, 맞다고 맞장구치거나, 도망가야 한다. 내가 지옥이었던 그 시절에 반항하며 싸울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보다 열정적이었고, 패기가 넘쳤으며, 회사와 내가 하는 일과 내 동료들을 지금보다 더 사랑했다. 지금 난 그 시절처럼 할 수 있을까.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기에 먹먹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40대에도 길을 잃고 헤맬 수 있구나. 도와줘.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