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승진 시즌!

성과, 인정 그리고 선물

by 설온우

보통 한해 마지막 날의 직장인 모습이 궁금한가? 정말 급한 일이 없다면, 보통 정리를 하며 하루를 보낸다. 책상에 쌓여있던 서류더미를 파쇄하고, 올 한 해 쌓였던 무거운 감정을 털어내고, 사람들과 따뜻한 차 한잔 나누며 흘러가는 시간의 덧없음을 아쉬워하면서.... 그런데 이 회사로 막 이직한 첫해의 마지막날은 조금 기괴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사람들이 퇴근하지 않고 뭔가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바로, 승진 결과! 이유는 모르겠지만, (비밀이 많은 회사다) 승진 결과를 그 해 마지막날 저녁 10시쯤 사내 인프라에 올렸고, 외부에서는 확인할 수 없게 해 놨다. 이 결과를 확인하겠다고, 한해의 마지막 시간을 정말 덧없이 회사에서 흘려보내고 있던 것.


전 직장과 비교를 한번 해볼까? 결과를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평가 결과가 나오면 본인 스스로가 승진 여부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왜냐면 마일리지제도 때문이다. 예를 들어 B면 20점 A면 30점인데 100점을 채워야 승진이 되는 시스템이다. 즉, 대리 4년 차인데 모두 B만 받았다면, 그 사람은 올해 승진이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다. 이러하니, 승진이 됐는지 안 됐는지 목메고 기다릴 필요도 없거니와, 승진 여부가 납득이 되지 않는 경우도 없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우선 매해 승진 TO가 기준 없이 달라지고, 평가와 승진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으며, 승진 여부의 합리적 이유도 알기 어렵다.


나의 승진 해당 첫해 이야기다. 보통 부장은 1년 정도 기본으로 누락된단다. 게다가 난 육아휴직까지 다녀왔으니, 과제가 잘돼서 연구소 전체 평가 1등을 했더라도 상관없단다.

'그래. 육아휴직 다녀왔으니 그럴 수 있지. 게다가 1년 누락은 기본이라니까. 됐다.'


승진 두 번째 해에는,

"넌 부장들 중에 나이도 제일 어리고, 이직 이력도 있고, 올해 승진 TO가 많이 줄었어. 너무 서운해마."

육아휴직 이야긴 또 나왔다. 그래놓고 문제 많다던 부장 하나를 다른 곳으로 발령내면서 그 사람을 승진시켜 줬다. 이때도 상반기 과제 평가 1등이 내 과제였다. 그리고 올해가 세 번째 해다. 올해 과제평가 3등을 했고, 목표 달성한 몇 안 되는 과제 중 하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승진이 될지는 모르겠다.


'나이도 어린데 빨리 승진해서 뭐 하려고 그래?'

'정년 보장되는 회사에서 뭐가 걱정이냐? 천천히 가도 돼.'

'회사에는 순서란 게 있는 거야. 나이도 어리면서 그냥 기다리면 되지 뭘 예민하게 굴어.'

등의 이야기를 들어봤지만, 난 인정이란 것이 열정의 원동력이 되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이가 어린것이 왜 페널티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경력은 비슷하면서 나이 타령은...... 게다가 회사를 오래 다니는 건 내 의지다. 근데 승진이 안 되는 건 내 의지가 아니잖나. 비교할걸 비교해야지!! (난 이미 오래 다녔다.)


보통 직장인이라면 승진은 성과의 지표이기도 하고, 연말 선물 같은 존재다. 인정받고 있음을 나타내기도 하다. 경력이 쌓이다 보니, 일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또 한편으로 성과를 어떻게 어필할지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낀다. 보통 연구를 좋아해서 연구원이 된 사람들의 공통점이, 본인의 성과를 포장하고 예쁘게 만드는 일을 주저한다. 아마도 정확히 데이터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직업병 때문일 테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면 할수록 어필이라는 것이 본인에게 이로운 일이며, 하나의 능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승진이라는 것을 '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바라보는 것보단, '내 성과를 당당히 성취하겠다'식으로 바라보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정 속에서는 아주 치열하되, 결과는 '좋으면 좋고, 아님 말고'식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단 생각도 든다. 시스템이 있어서 고민 없이 받아들일 수 있으면 참 좋지만, 아마 대부분 그렇지 못할 테니까. 나의 노력은 내 영역의 일이지만, 그 결과물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부디 많은 분들에게 연말 선물이 돌아가길 바란다.


P.S) 나도 포함...... (본인은 아직도 미련을 못 버렸다. 이렇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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