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성적표. 결과는?
어느덧 또 평가 시즌이 돌아왔다. 올 한 해는 뭘 했나 뒤돌아봤는데, 별거 없다. 그런데 벌써 마무리라니..... 올해도 잘 살아 냈다는 안도와 또 이렇게 한 해를 보냈다는 불안감이 교차한다. 안 그래도 갑자기 추워졌는데, 더 춥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올해 평가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내가 아직 욕심을 내려놓지 못했거나, 평가 결과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난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모양이다. 아무튼 썩 맘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같이 일한 연구원의 평가가 좋지 못하단 이야길 들었다. 과제 평가는 좋게 받았는데 왜 그 과제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평가가 좋지 못할까. 물론 그 친구도 자기 양에 차지 못한 것일 뿐, 나쁘지 않은 점수일 수 있지만, 미안한 감정은 어쩔 수 없다. 성격 급한 나랑 일하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과제 자체가 어려운 과제였기에 스트레스도 상당했을 테다. 이 와중에 목표를 달성했는데도 마음에 들지 않는 성적표라니......
이러한 상황의 배경에는 평가 기준과 평가 결과에 대한 근거가 오픈되지 않는 회사 시스템이 있다. 이 회사는 왜 이리 비밀이 많은 것인지 모를 일이다. S, A, B, C 등급으로 평가를 하는데, S나 A를 주려면 누군가 반드시 C를 받아야 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일까? 팀장들이 C 주는 일을 기피하고, 그러다 보니, A도 없다.
결국 열심히 했고 결과가 좋아도,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안 좋아도, 열심히 안 하지만 결과가 좋든 나쁘든
대부분 B란 이야기다. 다른 회사도 이런 건가? 얼핏 보면 이 시스템이 좋아 보일 수 있다. 특히 열심히 안 하는 사람에게만 말이다.
열정에 찬물을 끼얹기 아주 좋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 우리 회사가 유난히 더 이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심하다. 전 직장에서는 그래도 나름대로의 평가의 차이가 있었다. 피드백도 단순히 너 몇 점! 이게 아니라,
'넌 전문성은 좋은데 사회성이 좀 부족해.'
'사회성은 좋은데 데이터 분석력을 조금 키웠으면 좋겠어.'
'넌 다 좋은데 너무 업무에만 집중해. 보다 넓은 시야가 필요할 것 같아.'
정도의 장단점 정도는 알려줬다.
그런데 이 회사는
'응! 넌 100점! 그러니까 B'
이게 무슨 피드백인가! 피드백을 누르러 가는 마우스 커서에게 미안해질 정도니, 점수를 받아들이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의견도 내고, 기다려도 보지만, 도무지 바뀔 기미가 없으니 더더욱 큰일이다.
결국 후배들에게 어떤 말도 못 해줬다. 그냥....
"고생 많이 했다. 선배가 후배들 양껏 마실 맥주값 정도는 버니까 마시러 가자."
란 가벼운 말로 토닥거림을 대신했을 뿐이다.
내가 선배들과 함께 였다면 분명,
"평가 왜 이래요!! 이렇게 점수받을 거 뭐하러 열심히 합니까?"
라며 투덜거렸을 테다. 하지만 후배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너무 조심스럽다. 차라리 저렇게라도 투덜거려주면 맞장구라도 쳐줄 텐데, 누가 봐도 현타인 얼굴로 풀이 죽어있으니 이거 원.......
최소한 열심히 한 사람이 기운 빠지는 평가 시즌이 아니길 매년 바라보지만, 올해도 결국 비슷한 마무리가 된 듯하다. 그래도 해줄 수 있는 말은, 주저앉지만 않으면 언제든 다시 달릴 수 있다. 그럼 목적지에 도착하든, 풍경 좋은 길을 달리든, 결국 뭔가 결실이 다가온다는 것. 그러니 축 처진 어깨가 어서 빨리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좋으련만...... 기운 내자!
P.S) 아무튼 오늘의 결론. 확실히 여긴 본받을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고, 그래서 그들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