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 것

by PAKi

난 늘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든지,

도예를 하고 싶다든지,

캘리그라피를 배운다든지,

어학을 다시 공부한다든지,



소소하지만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했다.



직장이 있었음에도

나는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만들고, 탐구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얕든, 깊든

나라는 인간은 늘 그러했다.



그런데 일을 거의 그만두고

전업 육아를 하고 나서는

하고 싶은 게 별로 없다.



시들해졌다는 표현이 맞겠다.



아이들 유치원, 어린이집 보내고 나면

내게 남은 시간은 5-6시간 남짓.



그 중

1시간 정도는 가사일.

또 1시간 정도는 기획 육아나

가정 대소사에 할애해야 한다.



그러면 4시간 정도가 남는데,

이는 수학적인 계산이고

이것 저것 끊임없는 잡일을

하다보면 결국 2시간 정도다.



나도 사람인지라

휴식이 간절하고,

잠시 쉬다보면

애들 반찬을 해놓아야 한다는

사실이 생각나고

밥 하다보면

애들을 데리러 가야한다.



육아가 힘든 이유는

끔찍하게도

매일 매일이 반복된다는 사실이고,

그 사이클을 지키지 않으면

'빵꾸'가 난다는 사실 때문이다.


거기다 아이가 아프다든가,

집안행사라든가,

각종 변수까지 모두

셈하고 나면



나에게 정말 시간이라는 것이

있긴 한걸까?



내가 무엇인가를 배우거나

무엇인가 되기를 원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긴 한걸까?



그러려면

나에게는 조금의 게으름도

허락되지 않는다는,

값이 떨어진다.



실제로 이 땅의 워킹맘들은

그렇게 살고 있을 것이다.



석달 정도 동안

여러 집안 대소사를 정리해놓고

가까스로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사실 무얼 해야 할지 몰랐던 거다.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겨우 켠 것이

브런치 스토리다.



뭐라도 갈겨야 될 것 같기에.



어떤 부분은 많이 포기했고,

어떤 부분은 또 합리화 했고,

어떤 부분은 또 보류 중이다.




이렇게

아무것도 좋지도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도 않고,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을수가 있나.



나는 '다시'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내일만 해도

딸아이 생일이라

하루종일 함께 놀이동산에 놀러가기로 했다.



나는 '다시' 무엇인가를 원할 수 있을까?

그것을 위해 나는 다시 간절할 수 있을까?



이 땅의 꿈과 직업을 가진 부모님들.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차원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