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5년을 방송작가로 살아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지
고민 중인 요즘이다.
계속 방송작가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아니면 내게 또 다른 길이 있을지.
그러다보니
자주 과거를 회고하게 된다.
15년을 일했지만
나에게 남은 것은 별로 없다.
어느 어느 프로그램을 했다.
어느 어느 출연자를 만난 적이 있다.
어느 어느 장소로 촬영을 간 적이 있다.
모두 과거형이다.
그것도 과거완료형.
10년 이상을 바쳐 일한 직업인데
지금 나는 무엇이 되어있는가, 생각하면
속이 꽤 쓰라리다.
하지만 정말로 내게 남은 단 하나가 있다면
'최선을 다했다'는 기억이다.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없을만큼
나는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일을 했다.
일이 주어졌을 때만큼은
일 생각 밖에 하지 않았고,
그것을 해내기 위해,
정말로 노력했다.
그래서, 사실 아쉬운 것은 없다.
몰라서 못했을지언정,
부족해서 실수했을지언정,
나는 되돌아가서 만회하고 싶은 건 없다.
아무것도 되지 못한 것 같은
지금의 내가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건
나는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한 자부심 때문 아닐까.
물론 아무도 몰라준대도 말이다.
아무도 몰라준다고 해도
섭섭하지 않은 것.
최선을 다했다는 건,
바로 그런 것.
나 스스로에게 전혀
부끄러울 것이 없는 것.
내 안에서
작은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