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절실하게
최근 출간한 우리 동네 아이들이라는 그림책은 사실 굉장히 슬픈 이야기이다. 이야기만 본다면 주인공 아이가 동네를 누비며 친구와 노는 이야기로 밝지만, 사실 현실에서 어린이였던 나는 절실하게 집에 있고 싶었다. 집에 머물 환경이 안돼서 어쩔 수 없이 밖을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솔직히 너무 생각이 안나서 겨우 꾸역꾸역 생각해서 만들어낸 기획이었다.
나는 '늘 잠깐이라도 누워있을 수 있는 공간이 여기저기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명절 때 친척들이 우리집에 왔을 때 나는 결혼 얘기나 취업 얘기가 듣기 싫어서 동네 공원에 누워있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내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어떤 아저씨가 꼭 내 가죽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다. 그럼 또 어쩔 수 없이 일어나 산책하는 시늉을 해야 했다.
예전에 남자와 데이트를 하려고 집 밖을 나갔는데, 문을 연 순간부터 갑자기 피로가 밀려왔다. 화장하고 고데기 하는데 이미 에너지를 써버린데다가 집도 서울까지 꽤 멀어서 전철 타면서부터 어지럽기 시작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친구가 차가 막힌다고 늦게 온다는 것이었다. 나는 전시를 혼자 보고 있다가 갑자기 너무 피곤해서 전시장 구석에서 또 몰래 누워서 눈을 감고 10분 정도 누워있었는데 민망한건 나중이고, 우선 내가 살고 보자가 먼저였다.
진짜로 최고로 힘든 때는 회사에서 아플 때인데, 그럴 때는 마치 손발이 의자에 꽁꽁 묶인 채로 고문을 당하는 기분이 든다. 시계 초침, 분침 하나하나가 칼날처럼 내 살에 꽂히는 기분인데 어쩌면 그렇게 시간이 안 갈 수 있는 거지? 제발 10분 만이라도 잠깐 누워있다가 일하면 안 될까 싶은데 그럴 공간이 없다. 부모님집에 있어도 편하지 않고, 오피스텔에 있어도 쾌적하지가 않다. 너무 좁고 환기가 안되서 몸이 자꾸 여기저기 아프니까
어쩔 수 없이 나는 아파트의 노예가 되기로 결심했다. 내 종교는 부동산, 아파트,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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