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짤린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는데 진짜 짤리게 생겼네

기획따라 인생이 가는건가?

by 박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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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껜가? 갑자기 사장이 오더니, 일을 그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유는 새로 들어온 MD 친구가 디자인을 너무 잘해서였다. 게다가 나는 3일일하니까 더더욱 빈공간이 있는 것이었다. 또 원래 수입이 나오던 사업이 거의 망해가고 있어서 회사 수입이 완전히 감소했다고함. 그럴 수 있긴한데 너무 갑작 스러워서, 나보고 한달 월급도 다 준다고 까지 해가지고 그럼 뭐 다른 마케팅 업무를 해도 상관없다고 했더니갑자기 '오 그래요?'라고 말하면서 나에게 DM을죽도록 보내는 업무를 시켰다.

디자이너로서 내가 프라이드를 가질 거라고 사장님은 생각하셨나본데, 왜지? 그 박봉일이 뭐가 대단하다고 프라이드를 가져야 할까?나는 옛날부터 난 포토샵하는 작가라고 생각했지, 디자이너라고 생각한 적도 없고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접은지 오래다.

하루종일 손목이 부러져라 DM을 보내는데, 사장이랑 회사 사람들이 새로온 친구가 한 디자인을 보면서 '와 너무 좋다~ 너무 잘한다'라고 하는데 기분이 묘했다. 그러면서 회의에서 '이제부터 기연씨한데 디자인일 시키지 말라!, 차라리 크몽에 의뢰하라'고 완전 사람 면상에 두고 갈구는데 이거 녹음해서 직장갑질 119에 신고해야되는거 아닌가 싶었다. 집에서 엄마한테 얘기했더니, '그래도 기분 나쁜데 나같으면 관두겠다'라고 하셨다.

그런데 갑자기 이 기획 '회사여행'이라는 책을 생각하니 이 묘한 감정들을 모조리 다 담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DM을 발송을 위해서 휴대폰을 켰는데, 카톡을 설치하려고 이 휴대폰 번호를 물어봤더니 사장이 갑자기 '거기 폰에 전화하면 되잖아, 어떻게 그것도 몰라?' 라고 재수없게 얘길하지 않나, 그제까지 팀장이라고 얘기했다가 갑자기 나를 보고 '기연씨'라고 부르질 않나, 기분이 겁나 더러웠다.

이것이 바로 늙은 사람이 어린친구들에게 치여서 자리를 내주는 그런 상황인건가? 생각해보면 나도 신입 때 중간관리자를 보며 '저 인간은 왜 하는 일도 없으면서 돈을 저렇게 많이 받지?' 그런 생각들을 했었다. 비슷한 건가 싶었는데, 아무튼 단순업무를 하든 대우를 받든 안받든 돈은 똑같이 받고 있으니까, 이 과정들을 잘 정리해서 조만간 실업급여 받으면서 책 재밌게 만들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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