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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다니기 좋다고 여자 혼자 살기 좋은건가?

나는 일찍 자는데

by 박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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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도 그렇고 내가 독립을 한다고 했을 때, 회사의 사장님들은 동공을 크게 뜨며 놀라운 표정을 짓곤 했다. 어떤 사장님은 '인터넷비도 들고 숨만 쉬어도 돈이 빠져나가는데 어떡하려고 하냐'라고 물었고, 또 어떤 사장님은 '가족들이랑 같이 이사 가는 거예요?'라고 물었는데, '아뇨, 저 혼자요'라고 답하면 놀란 표정, 다른 사장님은 '전 조만간 아파트로 혼자 이사를 간다'라고 말하면, 또 동공확장.

(인터넷비 만원인데 그 돈도 내가 그돈도 못낼거같아? 넥플릭스도 보는데?)

4050 남자 사장님들은 가난해 보이는 내가 혼자 사는 것이 어지간히 놀라운 일인가 싶어 기분이 나쁘다가 수리남이라는 영화를 보니까, 하정우가 전화로 여자들에게 죄다 전화를 걸어서 '결혼할 생각 있냐'라고 묻는 장면을 보곤 '저런 세상에 살면 나를 저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집을 꼭 사야지만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숨 쉴 때마다 돈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나도 나이가 꽤 있는데 이 나이 먹을 동안 돈을 전혀 모으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그분들은 여자에 대한 상상력도 없고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해서도 전혀 지식이 없는 것 같았다.

요즘엔 회사도 다니지 않고 아침에 운동하고, 고용센터나 동사무소 같은데 가서 잡다한 행정 신청 같은 거 하다가 점심에 운전연습하고, 밤에 그림 그리고 저녁에 자고 부모님 집에도 가질 않는다. 한마디로 정말이지 쓸쓸한 하루인데, 어떤 면에서 내가 바랬던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서야 너무나도 뒤늦게 '내가 자립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계속 아빠한테 문자 오고, 집에 가면 '앱 설치하는 것 도와달라고'하고, '엄마는 머리가 아프다며' 징징. 가끔 몸뚱어리 보고 들러붙은 남자애들은 그저 '놀자'라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넌 왜 그 나이 처먹도록 혼자 놀질 못하냐고, 걍 어디가서 성매매나 해라'라는 생각과 더불어 왜 나이가 많은, 혼자 살려고 하는 여자는 '그저 그냥 막 프리하고 놀고 싶은 여자'로 보는지도 이해되질 않았다.

도대체 나란 인간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나도 똑같이 돈을 많이 벌고 싶고 성공하고 싶은 '사람'으로 보는 사람들은 전혀 없는데, 그것은 아마도 내 미래가 그들이 보기에 너무나도 어두워서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서글플 때가 있으나, 확실한 건 나는 자립했고 이렇게 뒤에서 그들은 비웃으며 씹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 나를 어떻게 보든 그게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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