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cm 표지 시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둠이다.

by 박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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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자궁에 혹이 생겨서 수술을 하면서 느낀 감점을 표현한 책으로 7.5cm는 혹 사이즈가 아니라 개복했을 때 배에 생긴 상처이다. 수술받기 전에 카페 가서 이 병에 대해서 검색을 했는데, 생각보다 어마 무시하게 수술한 분들이 많았다. 의사가 계속 '임신에는 문제없을 거라고'하는데 내가 원하는 건 임신이 아니라 내 일상과 재발 확률이었다.

며칠 전에는 할머니가 갑자기 하혈을 하셔서 병원에 가셨는데 자궁암 진단을 받으셨다. 할머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이유 없이 병에 걸려 너무 황당했다. 사람들은 누가 병에 걸리면, 그럴 만한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운동을 안 했다거나, 술을 많이 먹어서'라거나 이런 식으로... 병이라는 것은 이유 없이 걸리는 경우가 정말 많다.

표지의 '나' 뒤로 보이는 저승사자는 갑자기 닥친 불행을 상징한다. 수술한 후 다음날 보인 저승사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너의 두려움이지, 어떤 사람은 내가 귀신으로 보이기도 하고 털북숭이로 보이기도 하고 그림자로 보이기도 하지', 나는 혼자 무통주사를 맞으며 저승사자와 죽음과 불행에 대한 이야기를 쉬지 않고 나누었다.

사람들은 우울하고 어두운 것들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근무강도와 업무 시간이 큰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트레스도 엄청 나서 작은 어둠도 몸서리치고 누가 아프다는 얘기 듣는 것도 외면하려 한다. 그렇담 본인은 평생 안 아플까? 안 늙어? 갑자기 가난할 일 없을 거 같아?

우리 모두는 앞으로의 미래가 밝지 않을 걸 알면서도 애써 '잘될 거야'라는 말을 하고 아름답고 즐거운 숏폼만 보면서 뇌를 마비시키고 급격한 변화에 따른 공포감과 두려운 현실을 외면한다. 나는 각각의 개인들이 어둠과 절망에 외면하지 않고 직면하고 돌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둠이다. 어둠 속에 우리의 삶이 정말 소중한 이유가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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