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이제 가장입니다.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부장과 대판싸우고, 사무실을 박차고 나왔다.

by 박대리

오늘 부장이랑 싸웠다. 예전부터 느낀 것인데 중간관리자들은 멀리서 자기가 하는 일을 바라보면서

일을 시키기 때문에 자기가 한 지시를 제대로 못 알아들으면 답답해한다. 그러나 자기는 20년가량을 숲의 전체와 나무들의 차이, 생태계를 보고 분석하며 살아왔고, 나는 그 사람과 달리 나무 하나를 제대로 심는지에 포커스를 맞추어 일해왔다.


부장은 계속 "숲은 이렇다니까요!, 그러니까 내 말을 끝까지 들어보고 판단해요."

그런데 나는 "아, 잘 모르겠는데요. 그래서 어떤 나무를 심으라는 말씀인 건가요?'

완전히 동문서답인 것이다.


부장에게는 그 숲을 관리하는 것이 일이지만, 그와 달리 나는 '심는 것' 자체가 나의 일이다. 나는 숲의 전문가를 꿈꾸며 사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심기 전문가'인 것이다. 따라서 부장은 '내가 숲에 대해 공부하지 않는다, 기연 씨는 일을 기계적으로 한다'라고 하지만 나는 나대로 다른 생태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숲에 대해 알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왜 자꾸 장황하게 설명을 하는 건지.


어찌 되었건, 부장은 감정을 담아 분노하듯 계속 말했고, 나도 똑같이 화를 내며 대답했다.

"그러니까, 그 차트를 보면 안다니까요!"

"차트가 한두 개 가 아닙니다. 그냥 이 페이지에 상품 어떤 걸 넣을지 말해주시면 되잖아요!!"


그때 마침 전화가 와서 싸움은 일단락되었으나, 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사무실 문을'꽝' 닫고 나가버렸다. 다행히 우리 팀만 고립돼있어서 다른 직원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선 밖에 나가서 혼자 욕을 실컷 하고 들어와서 자리에 앉으니, 부장이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이 나무는 여기에 심어주고요, 저 나무는 저기에

심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아 네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서러워서 울기라도 했을 텐데, 이제는 아니다. 나는 나를 책임지는 1인 가구의 가장이고, 절대 울지 않는다. 대신 나한테 함부로 대하는 자에게 똑같이 대하고 싸운다. 수동적으로 당하는 일은 가장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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