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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딘 May 24. 2024

내가 좋아하는 것?

모르겠지만 하고 싶다.

세상에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니 이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에겐 지금의 이 질문이 더욱 중요하다.


나는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어떤 이들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 좋아하는 일이 싫어질 것이라 한다.

어떤 이들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 좋아하는 일 때문에 힘들어도 버틸 힘이 생긴다고 하기도 한다.

나도 경험해보고 싶다.


'프리워커스'라는 책을 접한 적이 있었다.

그 책을 통해 만난 인물들은 일하는 것을 즐겼다. 친구들과 뭔가를 함께 할 때처럼 즐겁게 노는 것처럼 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들도 각자만의 고충이 있을 있겠지만 말이다. 그건 그다음 문제가 아닐까?


어쩌면 지금의 이 글은 이전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에 대한 글과 겹쳐지는 내용일지 모르겠지만 이제까지 좋아하는 것이 있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무료한 인생을 살 고 있다.


일명 오타쿠라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심도 있게 파고들어 가기 때문이다. 예전 부정적이었던 단어가 내가 부러워하는 단어가 되었다. 어떤 일이나 취미든 파고들어 갈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늘 수박 겉핥기식의 일이나 취미를 가지고 있다. 뭐든 시작하고서 얼마 안 되어 어떤 이유로 중단되고는 했다. 그렇다고 좋아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늘 그림을 그리고 싶고, 뭔가를 만들고 싶으며 뭔가를 키우고 싶어 한다. 그럴 때마다 핑계를 만들어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번 하고는 다시 시작하기를 어려워한다.


중학교 때는 만화 그리는 것이 좋아 관련 학교로의 진학까지 고민했었다. 물론 내가 아닌 부모님의 고민이었지만 그곳에 갔으면 지금의 내 인생은 또 다른 삶이었을 것이다.


고등학생 때는 내 꿈을 찾는다는 핑계로 공부를 하지 않았기에 대학진학도 점수에 맞춰 갈 수밖에 없었다.

이과를 나왔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니 건축과를 추천받은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선택했다.


진학 후 수업을 들으니 재미있었고, 그렇게 나의 직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제는 약 7년 이상의 경력이 쌓였지만 정말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래도 했던 일이라고 프리랜서일을 하게 되면서 정기적인 수입은 없어졌지만 시간은 좀 생겼다. 그 시간의 대부분을 아이를 돌보는 일에 사용하지만 그 안에서도 일도 하고, 취미도 하는 여유를 가지고 있다. 가끔은 이대로 쭈욱 살아도 괜찮겠다 생각하지만 정기적인 수입이 없기에 불안감에 휩싸여 잠 못 이루기도 한다.


뭔가 발전하는 삶을 위해 책을 읽고, 뭐라도 하라기에 글도 쓰기 시작했고, 다양한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이 잡히지 않는 느낌이다. 물속에 빠트린 반지를 찾으려 여기저기 휘젓다가 흙탕물이 되어 더욱 찾기 어려워진 것처럼 말이다.


최근 접하게 된 '나의 문구 여행기'라는 책을 보니 제일 겉표지에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용기에 대하여"라는 문장에 괜히 얻어맞은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 왜냐하면 내가 대체 뭘 좋아하는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림 그리거나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생각하지만 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생각하지만 읽다만 책들이 책꽂이에 한가득이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새로운 맛의 도전을 멈추고 늘 하던 반찬이나 만들고 있다.


의무적으로 해야 할 것만 하는 요즘이다.


최근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봉선화를 심어왔는데, 싹이 나왔다. 갑자기 내 마음 한 구석에 구겨져있던 식집사 생활에 대한 욕망이 피어올랐고, 바로 다이소로 달려가 각종 씨앗과 화분들을 사 와 다양한 씨앗들을 심었다. 최근에는 꽤 많은 싹이 올라와 잘 키워보려고 하고 있다.

그럼 나는 식물을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것인가? 이걸 좀 더 파고들어야 하는 것인가?


SNS를 보면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있어 주눅이 들곤 한다.

그럼에도 일기처럼 사진과 글을 올리고 있다. 남들이 보고 안 보고는 이제는 중요하지 않아 졌다.

그저 이런저런 잡다한 것들을 하고 있을 뿐이다.


정말 이런저런 잡다하게 하면 뭐라도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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