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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딘 Jul 11. 2024

오늘도 퀘스트 완료!

오늘도 퀘스트 완료!

인생이 게임 같으면 편할까?


나는 게임을 꽤 했었다. 학교에 가지 않을 정도로 하지는 않았지만. 자는 시간을 쪼개서 했었다.


낯가림이 심하다 보니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어려워진다.

이는 게임에서도 비슷한 성향을 보이는데, 혼자 하는 게임을 좋아한다.


예전에 하던 게임들이 생각이 난다. 당시 WOW(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출시되었을 때 친구들과 함께 하다 보니 던전이라든지 레이드라든지 함께 하고는 했었다. 혼자 하게 될 때는 열심히 발굴만 했었다.


총싸움 게임 혹은 LOL(롤) 같은 게임도 마찬가지로 친구들이 있을 때만 같이 했다.

매번 혼자 할 수 있는 게임을 찾았고, 그 안에서 퀘스트를 완료하는 것이 하나의 낙이었다.


지금도 가끔은 아내와 아이가 잠들면 가끔 하는데, 이제는 그냥 켜놓고 조는 경우가 더 많아서 잘 못한다.


어쨌든 현재 주부가 직업인 나는 그래도 주간계획을 세워서 스스로에게 퀘스트를 주고 처리하지만 자신과의 약속이다 보니 곧잘 흐지부지되기도 쉽다. 그럴 때는 최소한의 일들만 할 뿐이다.

예를 들면, 개육아, 기본집안일, 아이 육아 등이 최소한의 일이다.


그 외 개인적인 일들은 또 퀘스트 깨듯 짬을 내어 열심히 하고 있다.


SNS를 보면 알고리즘으로 육아에 관한 릴스를 많이 보게 되는데, 거기서 아들에 대한 내용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다. 그중 퀘스트를 주듯 무언가를 시켰을 때 잘한다는 내용을 보게 되었는데, 어느 정도 동의하게 되었다. 이는 아들뿐 아니라 남편들에게도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의 중요한 점은 퀘스트가 꽤나 구체적으로 말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결코 현관 앞에 쓰레기를 쌓아둔다고 해서 스스로 갖다 버리는 것을 바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제 27개월이 된 아들에게도 미션을 준다. 자신의 코를 푼 휴지나 기저귀를 쓰레기통에 버리게 시키거나 벗은 옷을 빨래통에 담으라는 미션을 주면 곧잘 하곤 한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어리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적당한 퀘스트를 주고 있다. 보상을 하냐고? 그저 적당한 칭찬만 있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비타민이라는 보상이 있다면 더욱더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긴 한다.


나 또한 그렇다. 가끔 아내에게 퀘스트를 받으면 왠지 모르게 몸에 활력이 생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꽤 노력하며, 물 흐르듯 움직이며 멈추는 일 없이 처리한다. 아내는 정말 멋지다는 칭찬만 줄 뿐이지만 내가 이를 함으로써 아내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혹시, 조상 중에 노예가 있는 것은 아닐까.


요즘에는 새벽배송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일은 어렵지 않다. 아파트단지를 돌면서 각 호실 앞에 물품을 배송하는 일로 하루에 대략 100개에서 많게는 150개 정도 되는데, 이 또한 퀘스트를 하듯 일을 하다 보면 2시간 안 걸리게 배송을 완료한다. 다만, 다하고 나서 몸이 축날 뿐이다. 각 층 엘리베이터로 옮기니 별거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이왕 하는 거 폐 끼치기 싫어 열심히 하고 있다.


인생이 게임 같았다면, 이 정도 했으면 그래도 꽤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었을 텐데, 지금 내가 이렇게 사는 걸 보니 인생은 확률성 게임인가 보다. 정말 쉽지 않은 인생이다.


그럼에도 우선은 매일같이 주어지는 퀘스트를 열심히 해결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래도 나에게도 행운의 아이템이 떨어지는 날이 오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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