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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딘 Feb 21. 2024

일상에서 느끼는 소중함

나는 전업 주부인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전업주부인가? 집안일도 하지만 일도 하니까 워킹대디라 할 수도 있겠다. 요즘 일을 만들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공부하고, 취업준비도 함께 하고 있다. 이런 나의 하루 스케줄을 정리해 봤다.


1. 아침의 시작과 아이의 등원.

- 아침 7시에서 7시 30분쯤 잠에서 깨어 아이에게 아침으로 사과를 깎아주고, 씻는다. 이후 사과를 다 먹은 아이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다. 그리고 어린이집까지 운전을 하고, 등원시키고, 집으로 돌아온다.

※ 가끔 스케줄이 있는 경우에는 아이를 등원시키고, 바로 일정을 처리한다. 집에 왔다가 일정을 보면 하루가 좀 더 피곤해지는 느낌이다. 


2. 인삼이 돌보기와 집안일.

-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킨 후, 집에 돌아오면 반려견인 인삼이와 산책을 한다. 산책 후엔 개밥을 준다. 인삼이와의 산책은 하루 중 중요한 일정 중 하나이다. 인삼이를 챙기고 나서 청소와 빨래를 한다.


3. 오전 집안일의 종료와 나의 시간

- 집안일이 끝나면, 이제 나의 시간이 시작된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일을 한다. 앞으론 여기에 운동도 추가할 계획이다. 밥 먹기 전 운동으로 루틴을 잡아볼까 하지만 문제는 운동을 하게 되면 앞의 일들은 오후에 해야 할 것이다. 


4. 점심과 오후의 일상

- 점심을 먹고 나면, 빨래를 널거나 건조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한다. 그리고 물을 끓이고, 원두를 갈아 드러퍼를 통해 커피를 내린다. 따뜻한 커피와 함께 다시 나의 시간을 가진다. 그래봤자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라 커피 향을 느끼기도 전에 삼키기 일쑤다.

2시 30분이 넘어가면 아이의 저녁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시간이 촉박해지는 구간이다. 점심 먹는 시간이 늘어지면, 그만큼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나의 시간이 없어진다. 다른 엄마들이 아이 하원시간은 왜 이렇게 빠르게 오는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마음 너무나 공감한다. 


5. 아이와의 저녁 시간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를 하원하고, 집에 오면, 이제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놀다가 저녁을 먹인다. 아이 저녁이 완전히 준비되지 않았다면, 잠깐 놀아주고 저녁 준비를 하는데에 시간을 좀 더 쓴다. 5~10분 안에 저녁을 차리기만 한다면, 아이와 좀 더 놀 수 있다.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아이가 다리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6. 아이와의 저녁 후

- 아이가 저녁을 다 먹고 나면, 바로 정리를 해야 한다. 아이 손과 옷에 묻은 음식물들을 대충 정리해서 내려둔다. 식탁에 어질러지고, 바닥과 아이 의자에 흩뿌려진 음식물들을 치울 때면 보통 아이는 똥을 싼다. 엉덩이만 씻겨 주면 배가 부른 아이는 이 시간에 혼자 잘 논다. 이때 설서지를 해야만 한다. 하지만 배가 덜 부르거나 하면 그땐 매달리기 때문에 설거지를 하지 못한다. 이럴 땐 어쩔 수 없다. 밤이 길어질 뿐이다. 

설거지가 마무리되면 대략 8시까지 아이와 놀고 그 후엔 씻긴다. 물을 욕조에 받아 그 안에서 놀 수 있도록 하기도 하자만, 그냥 간단하게 물로만 금방 끝내기도 한다. 아이가 씻고 나오면 로션을 바르고, 실내복을 입힌다.

대략 8시 30분쯤 되면 침대방의 조명 외엔 모두 끈다. 책을 읽어주며 잘 준비를 하며, 이내 9시가 지나면서 아이는 잠에 든다.


7. 아이가 잠들 시간 즈음 아내는 퇴근한다.

- 아이가 잠들고 난 후에는 어질러진 집안, 세탁물을 정리한다. 인삼이 산책도 나간다. 이 모든 일이 끝나면 비로소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이 시간에는 아내와 대화를 하기도 하고, 낮 시간에 보낸 일들과 마찬가지로, 책을 거나 글을 쓴다. 고용공고도 찾아본다. 이든이나 인삼이와의 영상을 편집하기도 한다. 생활필수품을 구매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꽤 많은 일들을 한다. 그렇게 오늘도 새벽 4시가 다되어 잠에 든다.

※ 일찍 자고, 새벽 3시~4시에 일어나는 삶을 생각해 보지만 매번 실패했던 기억뿐이다.


 정리해 보니 나의 일상에 주부로서의 삶이 더 비중이 많은 것 같다. 매일 시간에 쫓기듯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내는 아이 등원 후 하원까지 왜 시간이 없냐고 하지만, 정말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도 바쁘다. 

그리고, 무엇보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실질적인 보상이 없다 보니 새벽녘이 되어 잠들기 직전에 늘 허무함을 느낀다. 이 감정은 나에게 우울감을 싹 틔운다. 대부분의 주부님들이 이를 느끼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아이가 자는 모습을 보며 또 기분 좋게 잠에 든다.

아이와 보내는 모든 시간이 보람이 있지는 않다.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도 마음 한편에 불안함이 공존한다. 내 모든 신경은 아이에게 집중되어 있고, 이에 예민해진 나는 사소한 일에도 아이에게 짜증 내고 화를 낸다. 이 모습들에 가끔은 나 자신이 싫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다시 한번 생각한다. 모든 것은 가까이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지금 이 순간은 내 인생에 있어 다시 오지 않는다. 모든 순간이 소중한 나의 시간이며, 지금도 나를 성장시킨다.

전날 했던 생각들은 다음날 또 다른 생각을 하게 한다. 나는 가끔 아내와 다투고 나면 아내에게 우리가 사랑만 해도 부족한 소중한 시간을 이런 식으로 소비하지 말자고 얘기한다. 다시 오지 않을 지금 아이와의 시간 소중히 생각하며, 오늘도 다짐한다. 아이를 울리는 시간보다 웃기는 시간이 늘어나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성장한다. 

주로 내가 생활하는 공간이다. 식탁이며, 작업공간이며, 글을 쓰는 소중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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