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가기 싫어 안 간 길-여성 성형

어느 분만 의사의 선택

by 팔랑심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가 없다면 행복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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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는 하나의 학문 같지만 사실 산과학과 부인과학이라는 두 학문이 합쳐진 학문이다. 산과학에서는 임신과 출산을 다루고 부인과학에서는 여성의 생식 기관의 다양한 질환을 다룬다. 두 학문은 여성을 진료 대상으로 한다는 점, 생식 기관과 관련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하나의 학문으로 묶였다. 산과학은 임신 중 태아에 대한 진단, 기형에 대한 태아 치료 및 유전 상담, 자연분만이나 제왕절개와 같은 산과적 처치 및 수술이 속해 있다. 부인과학에는 질염의 진단과 치료, 월경 이상에 대한 진단 및 치료등 전반적인 부인과 질환을 다루는 일반 부인과학이 있고, 자궁암이나 난소암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담담하는 부인과 종양학이 있다. 이 외에도 임신이 잘 안 되는 분들을 돕는 난임, 회음부의 성형 수술을 포함하여 부인 성형 수술이나 방광과 요도의 이상을 다루는 비뇨 부인과학 등이 있다.

각 분야는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어서 같은 산부인과 의사라도 의사마다 선호하는 분야가 다르다. 나는 4년간의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3년간 지방 의료원에 근무했다. 이후 개업을 하거나 봉직을 선택해야 하는 인생의 기로에서 삼성 의료원에 봉직 의사로 취직하는 길을 택했다. 이때 전문 분야를 산과 분야로 택했다. 산과 의사의 역할이 그렇듯 나도 산전 진찰과 기형아 진단이 주요 전문 분야였고 출산을 돕는 일을 맡았다.

그 기간이 이제 30년이 넘었다. 내가 그렇게 오래 산과 분야에만 종사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산과 의사의 일은 육체적으로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한밤중의 난산 산모를 돕다보면 산모야 더하겠지만 옆에서 돕는 의사나 간호사들도 진이 빠진다. 강한 정신력 또한 필수다. 분만 관련하여 의료 분쟁을 한 번이라도 겪어 본 의사라면 체력만큼이나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여성 성형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

의사 생활 40년이 넘다 보니 내 나이도 환갑을 훌쩍 넘은 나이가 되어 분만실 직원들의 부모님의 연세가 나보다 더 어린 경우도 많다. 지금도 적지 않은 나이지만 전쟁터와도 같은 분만실을 지키며 언제까지 산과 의사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직원들도 이제는 분만을 돕는 일보다 비만이나 피부 질환을 다루는 쪽으로 진료 영역을 변경하기를 나에게 권유한다. 그런 영역이 정 하기 힘들면 하다못해 요실금 수술이나 여성 성형 수술이라도 하라고 조언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하는 대답은 정해져 있다.

"하고 싶어도 할 줄 몰라서 못한다."

산부인과의 여러 분야들 중에서 응급 수술이 없고 사망 사고를 겪을 일이 없는 분야라는 점에서 여성 성형 분야는 장점이 크다. 의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시술이라서 수가가 수백만 원으로 상당히 높다는 점도 장점이다. 따라서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능력만 된다면 도전해 보고 싶어 하는 분야가 여성 성형이다. 물론 이 분야에 뛰어들어서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내가 알고 있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많은 경험이 있어야 한다.

타고난 손재주가 있어야 한다.

환자를 설득하는 언변이 있어야 한다.

이 셋 중에서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남극에서 냉장고를 파는 정도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면 성공이 확실하다. 물론 나는 이 중 어느 것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여성 성형 분야는 넓어진 질을 좁혀 주는 질협 수술, 비대해진 소음순을 잘라 주는 소음순 절제술, 함몰된 음핵 (클리토리스)을 노출시켜 주는 여성 포경술 등이 있다. 그리고 요즘은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처녀막 재생 수술이라는 것도 있다. 이 외에도 부인과 분야의 미용 성형 수술들이 더 있을지 모르지만 이 분야에 대하여 지식이 얕다 보니 내가 아는 것은 이 정도다.


이쁜이 수술 유감

오래전 은평구에 개원하고 있을 때 다른 병원에서 출산한 산모들이 내게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자신이 다니던 단골 병원에서 출산하고 나서 이쁜이 수술을 권유받았는데 그 수술이 꼭 필요한지, 하고 나면 도움이 되는지 내게 조언을 구하러 왔다. 이쁜이 수술이란 민간에서 은어처럼 부르는 말이고 의학용어로는 질축소술 또는 질협 수술이라고 한다. 여러 종류의 질 성형술 중 하나다. 이 수술은 질 내경 정확하게는 질 입구 쪽의 내경의 일부 피부를 절개하고 근육을 당겨서 봉합함으로써 질 입구를 좁혀 주는 수술이다. 멀쩡한 질을 왜 좁힐까? 여성의 질은 뻥 뚫린 공간이 아니며 잠재적 공간이라고 해서 평소에서는 닫혀 있으며 그리 넓은 공간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니 굳이 좁혀주는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출산을 하게 되면 아기 머리가 나오면서 질이 상당히 늘어나 넓어진다. 이렇게 넓어진 질을 출산하기 전처럼 좁혀 주는 수술이 이쁜이 수술이다.

질협 수술을 이쁜이 수술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에 대하여 정확한 출처는 찾지 못했다. 다만 이 수술을 함으로써 남편이 부인을 예뻐하고 바람을 피우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른다고 들었다. 정말 그런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있다 하더라도 매우 시대착오적 작명이다.

질협 수술을 해서 여성의 성감이나 남성의 성감이 얼마나 좋아지는지 모르겠으나 차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요즘은 그런 팬티가 없겠지만 과거 허리 부분에 고무줄을 넣어서 만들어진 팬티가 있었다. 이런 팬티는 오래되면 고무줄이 탄력을 잃고 늘어나서 팬티가 흘러내리곤 했다. 이때 임시방편으로 늘어진 팬티의 끈을 잘라서 조여주면 얼마간은 팬티가 흘러내리지 않고 더 입을 수 있다. 그러나 결국 팬티의 고무줄은 다시 느슨해져서 효과가 사라진다. 또한 탄력을 잃은 채 길이만 줄인 고무줄 때문에 허리가 꽉 조여서 아프기도 하다. 질협 수술은 늘어진 팬티의 고무줄을 줄이는 처방과 같다.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는 이유는 단지 성생활에서의 문제만도 아니겠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그것이 수술로 회복될 리도 만무하다.

오래전 개업 초창기에 잘 모를 때는 선배들이 알려준 대로 원하는 사람에게 이쁜이 수술을 했다. 이십여 년 전임에도 수십만 원의 비용을 받았는데 출산 산모 한 명을 보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더 도움이 되었다. 수술에 드는 시간이라고 해 봐야 그저 한 시간 이내이니 출산에 드는 긴 시간에 비하면 가성비가 정말 좋은 수술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두어 달에 한두 명 정도 그런 수술을 했던 것 같은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부끄럽기만 하다.

처음 만나던 때의 설렘이나 뜨겁게 사랑하던 시절의 배우자의 사랑을 다시 불러오는 방법은 내가 알기론 없다. 가능하면 그런 설렘이나 뜨거움이 서서히 식도록 조절하고 뜨거운 애정이 식은 대신 그 식은 만큼을 상대에 대한 배려와 관심으로 채우는 수밖에 없다. 어떤 수술이나 약을 통해 배우자의 외도를 막거나 사랑을 쟁취하는 것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에로스의 화살은 신화 속에만 있을 뿐이다.


처녀막 재생 수술이란?

이쁜이 수술만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수술이 처녀막 재생 수술이다. 다행히 지금은 이런 수술은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처녀막도 이쁜이 수술처럼 오해가 많은 작명이다. 처녀막은 한 번도 남성과 성관계를 갖지 않은 여성 즉 처녀의 질입구를 막고 있는 막이라고 생각하지만 틀린 생각이다. 막처럼 생기지도 않았고 완전히 폐쇄되어 있지도 않다. 도넛처럼 질 입구 부분에 살짝 도드라져 보이는 부분일 뿐이다. 이 부분으로 인해 질 입구가 다소 좁아져 있기 때문에 첫 성관계 시 조직의 일부 혹은 여러 군데가 살짝 파열되어 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내가 제주도 한라 의료원에 파견 근무를 나갔을 때 신혼여행을 온 부부들이 밤에 응급실로 오는 경우가 있다. 성관계로 파열된 부분에서 나는 피가 멈추지 않거나 질까지 파열되어 통증이 심해서 병원에 온다. 첫 관계이기 때문도 있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성급한 마음에 급하고 무리하게 성관계를 해서 발생하는 일이다.

처녀막이라고 부르는 이 조직은 성관계가 아니라도 격렬한 운동이나 외상으로도 파열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은 첫 성관계 시 파열되는 경우가 많은 탓에 어떤 여성이 첫 성관계인지 확인하는 목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과거에 흔히 있었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일부 중동 지역 국가에서는 신혼 첫날밤 흰 천을 신방 이불에 깔아 두었다가 다음 날 아침 피가 묻은 천을 하객들에게 보여 주는 관습이 있다고 들었다.

처녀막의 유무가 중요했던 과거에는 이미 성경험이 있던 여성이 성관계가 없는 여성이 것처럼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 파열된 처녀막 정확히는 소음순 근처 조직을 복원하는 시술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이 시술은 성공률이 그리 높지는 않아서 봉합해도 잘 붙지 않거나 붙었더라도 관계 시 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나의 경우 의사 생활 30여 년 동안 대여섯 차례 정도 했던 것 같다. 관계로 인해 출혈이 생기지 않았다고 해서 수술비를 환불해 주었던 경우는 없었다.

처녀막 수술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남자는 결혼 전에 아무리 많은 성관계를 해도 흔적이 남지 않지만 여성의 경우 단 한 번의 성관계로도 흔적이 남으니 여성 입장에서는 손해라는 생각도 든다.


속아서 산 어느 할머니

의료에 대한 정보는 요즘 많이 오픈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의사가 대부분의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오래전 대학병원에서 자궁 적출 수술을 받으신 할머니의 원망 섞인 눈물이 떠오른다. 그 할머니는 자궁의 혹 때문이었는지 어떤 이유 때문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젊은 시절 자궁을 들어냈다고 했다. 그 후 평생 남편과 성관계를 못했고 대신 할머니의 남편인 할아버지는 그걸 빌미로 숱하게 많은 바람을 피웠다. 할머니는 자궁을 들어내면 성관계를 못한다는 할아버지의 말 때문에 바람을 피우는 남편에게 아무 말도 못 하고 묵묵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사실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과 성관계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자궁 적출술은 성관계를 못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할아버지가 그 사실을 몰라서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일부러 그렇게 할머니를 속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자궁 적출술과 성관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들은 할머니는 수십 년간 속았던 자신의 신세가 한탄스러워서인지 외래 진료를 받으면서 눈물을 쏟았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이제와 과거로 되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에 차라리 그런 진실을 모르는 편이 나았을까? 어쩌면 그런 진실을 모른 채 과거를 기억에 묻어 두는 것이 할머니의 정신 건강에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의사란 환자가 듣고 싶은 거짓말이 아니라 괴롭더라도 진실을 말해 주는 사람"이라는 내 철학 때문에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진실을 말해 줄 것이다. 이 할머니에게 직접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건강은 달콤한 말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바탕으로 올바른 노력을 기울일 때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방암 때문에 유방을 제거한 여성에게 미용 차원 혹은 자긍심 확보 차원에서 유방의 원래 모습을 회복시켜 주는 성형 수술을 하는 경우는 흔히 있다. 그러나 자궁 적출과 여성 성형 수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자궁은 여성의 몸 안에 있는 기관이라 있는지 없는지를 외부에서 제삼자가 알 수는 없다. 단지 자궁을 들어냈다고 하는 점으로 하여 여성성을 상실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간혹 있을 뿐이다.

누구에게나 정신적인 측면에서의 상실감이 무시할 만큼 작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그런 상실이 겉으로 드러나는 손이나 발의 일부가 없어지는 것보다 더 괴로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궁을 들어낼지 말지는 본인의 선택이기는 하지만 근종과 같은 양성 종양 때문이든 자궁암과 같은 악성 종양 때문이든 대부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경우 그 결과에 따른 상실감은 담담히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좋다. 대신 주변 가족들의 배려와 위로가 있어야 한다. 그 할아버지처럼 배려는 고사하고 악용하는 것은 반려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여성 성형 수술이나 부인과 수술이든 그 외 다른 수술이든 모든 수술과 치료는 당사자의 건강의 확보, 생명의 유지, 자존감의 증진이라는 목적 외의 다른 목적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을 속이기 위한 방편으로 하는 처녀막 수술이나 의사의 돈벌이의 수단이 된 여성 성형 수술이든 다른 수술이든 의료 외적인 목적으로 시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의료에 있어 오직 가치 있는 것은 환자의 생명의 유지, 건강의 증진, 그리고 자존감의 확보뿐이다.

앞으로 내가 분만을 돕는 일을 그만두게 되고 외래만으로 병원을 유지해야 할 때가 왔을 때 나는 과연 여성 성형 수술을 해야 할까? 산부인과 의사로 외래를 운영하려면 여성 성형, 검진, 낙태 시술등이 외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입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여성 성형 분야에는 재주도 없고 선호도 없으니 어찌하면 좋을까? 분만 의사로 살다 어느 날 갑자기 돌연 의업을 그만두는 것이 최선일지 모르겠다. 선택하고 싶지 않은 것을 선택해야 하는 삶은 많이 괴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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