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나엔 씁쓸한 맛이 있다. 1.

기억저금통

by 팔월의밤


초등학교 2학년 때다.


토요일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동생과 함께 엄마를 설득해 얻어낸 것은 단 백 원, 우리는 이 백 원을 위해서 아마 지키지 못할 몇 가지 조건도 더 내걸었겠지. 그렇게 얻어 온 백 원이면 충분했다. 학교 앞 문방구까지 가는 길은 아침과 똑같은 길이었지만, 이상하게도 훨씬 짧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주머니 안엔 자그마치 백 원이 있었으니까.


우리의 목적은 달고나, 뽑기 등의 이름으로도 불리지만 우리 지역에서는 '똥과자[똥꽈자]'라고 불렀었다. 짧았던 그 길을 걸어 도착한 문방구 앞. 마침 비어있던 기계 앞으로 다가서는 설레는 발걸음. 나는 형으로써 이 임무를 완벽히 끝낼 의무가 있었다.


주머니를 안으로 손을 쑤욱 넣으며 기고만장해진 마음을 애써 억눌러본다. 머지않아 손가락 끝에 닿아버린 그 무겁고도 가벼운 그 촉감. 어디로 가지 못하게 작지만 단호한 손가락 2개로 동전을 꼭 쥐고 천천히 꺼내 들었다. 마침내 주머니 속을 나와 반짝이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백 원. 아마 그땐 이순신 장군님 마저 더 활짝 웃고 계셨을 것이다.


동전을 꺼내기만 했을 뿐임에도 존경스럽다는 눈빛 반, 얼른 기계에 넣어버리라는 기대감 반으로 반짝이는 동생의 눈빛을 보며 나의 시선은 다시 기계로 향했다. 백원은 자신의 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듯이 과감하게 투입구를 향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어두운 투입구에 발을 디딘 백원은 주저하지 않고 몸을 던졌다. 짤그락 굴러들어가는 소리, 그것은 우리 형제를 위한 숭고한 희생이었다.


정적-


그래 이제 기계는 설탕을 쏟아내고, 한 톨도 흘리지 않게 받아내면 된다.


정적-


가득 담겨야 할 설탕의 자리 대신, 빛바랜 구리 국자 안엔 공허한 봄바람만 가득했다.


정적-


우린 이상함을 감지했고, 동생의 기대는 불안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우리가 힘겹게 얻어온 백 원이 이렇게 무너져서는 안 된다. 기계가 고장이 났나? 문방구 아저씨에게 가봐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하던 그때 멀리서 다가오는 어두운 그림자들. 아 그렇지 보통 이런 식이지. 드라마 속 이야기는 늘 이런 식이 더라. 어두운 그림자들은 우리 바로 앞까지 와버렸고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야?"

다행히도 형들은 나쁜 형들이 아니었나 보다.


"그렇구나, 백 원을 넣었는데 설탕이 안 나온다고? 이거 이백 원이야." (이백 원이야. 이백 원이야. 이백 원이야. 이백 원이야.)


말 그대로 청천벽력. 태어난 지 8년, 6년밖에 안된 우리에겐 진짜로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도저히 이 난관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그때. 형들은 자신들이 백 원을 더 넣고 만들어진 것을 나눠주겠다며 백 원을 하나 더 넣었다. 그리고 그 형들은 우리에게 국자를 넘겨받아 손에 쥐었다.



'형아...'

'그래도, 좋은 형들인가?'



형들 곁에서, 또 그렇게 가까이는 아닌 위치에서 쭈뼛쭈뼛 속닥거리고만 있던 형제가 있었다.



[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