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저금통
잘그락 잘그락-
엄마가 자리에 없는 틈을 타 돈통에서 백 원짜리 7개 정도를 꺼냈던 것 같다. 이걸 어디에 넣어갈까? 와 난 천재야. 신발 속에 숨겨 두자.
신발 안쪽에 동전들을 잘 숨겨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척 다시 가게 옆에 딸려있던 방으로 들어와 엄마를 기다린다.
곧 엄마가 돌아오셨고
"엄마, 저 오락실 다녀올게요."
"그래 돈은 있나? 돈통에서 꺼내가. 오백 원? 천 원이면 되나?"
예상 실패다. 엄마가 용돈을 줄지 몰랐다. 기쁜데, 기쁘지 않다.
"어.. 나 돈 있는데?'"
"엄마가 더 줄게, 그만큼 더 하고 온나. 찔끔 해가 되겠나? 한 시간은 해야지."
"응, 알겠어."
오늘 2번째 마주한 돈통. 괜히 어색해하지 마. 정신 차리자. 그래도 괜히 적게 가져가면 또 의심스러울지도 모른다. 가져가란 대로 가져가자.
동전을 챙기고 잘 다녀오라는 엄마의 미소를 뒤로 한 채 신발을 신는데.
짤그르락
4학년 아이의 작은 발은 분명히 그리 무겁지 않았을 텐데, 죄와 죄책감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무거워져 버린 탓일까? 생각지도 못한 동전 부딪히는 소리.
"잠깐."
우리 엄마는 게임을 못하게 하던 분은 아니었다. 딱 하나 싫어하시는 것 거짓말.
"신발 벗어봐."
엄마가 들여다본 내 신발 안.
내 욕심만큼 자리 잡은 동전들이, 내 마음을 대변하듯 벌벌 떠는 얼굴로 엄마와 마주쳤겠지.
그 뒤로는 예상가는 그대로 엄마의 실망감 가득한 꾸중이 쭉 이어졌다. 내 욕심과 거짓말이 만들어낸 커다란 파도들이 나에게 들이쳤고 이내 잠잠해졌다. 오락이 하고 싶다는 마음만 앞선 나는 많은 것들을 무시했다.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말을 했어야 했고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이라도 인정하고 감내도 필요했다.
많은 걸 뛰어넘어버리고 아무 대가 없이 이득을 취하려 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도 한 번씩 신발 속 동전들이 냈던 소리들이 떠오르곤 한다. 그날의 작지만 컸던 '짤그르락' 소리는 지금도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 큰 이정표 역할을 해준다. 나에게 그날의 신발 안은 진실의 입과 같다.
오늘도 내일도 매일매일 신발을 신고 가볍게 내딛는 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