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저금통
욕심의 욕이 무슨 뜻인가 공부를 해보니 한자로는 바랄 '욕'이다.
바랄 욕 (欲)은 골짜기 곡 (谷), 하품 흠 (欠)이 합쳐져 골짜기처럼 크게 입을 벌린 사람의 모양이라고 한다.
그래. 사람의 입이 골짜기만큼 크다면 한 입에 산의 허리를 베어 물고, 강물을 삼키겠지.
나는 살면서 무언가 특별히 바랐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가지고 싶은 신발, 입고 싶은 옷,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이 거의 없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느낌. 하지만 이게 맞는 말인지도 사실 모르겠다. 오히려 원하는 것은 있지만 애써서 가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에 가깝다.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가지고 싶은 게 생긴다면 최선을 다해서 에너지를 쏟는 편이지만, 내 삶에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 더 많다. 나를 움직이게 할 이유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저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인간에게서 떨어뜨릴 수 없는 여러 욕구 중에 식욕. 식욕 중에서도 '맛'의 가치를 잘 구별하지 않는다. 가치야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겠지만 나는 유독 그렇게 느낀다. 고급 전복버터구이나 신선로가 올라가 있는 상다리 휘어지는 상도 물론 좋지만 맨밥에 멸치볶음 한 숟가락 올려 먹는 저녁도 충분히 행복하다.
얼마 전 아내의 생일을 맞아 찾아갔던 레스토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내가 알던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오묘하게 어우러진 풍부하고 다양한 맛이 났다. 나는 맛의 역사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문득 음식이 입에 머무는 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몰두해 온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아마 그 시작은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작은 바람, 혹은 내 가족들에게 더 나아가 주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그 마음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아마 나 같은 사람만으로 지구가 가득 차 있었다면 맛없는 음식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와달리 그들의 작은 바람은 세상의 많은 맛있는 음식들을 만들어 냈다.
바란다는 것은 현재의, 그리고 미래를 그리는, 원동력이 된다.
무언가 바라는 것은 그 자체로 나의 삶이 어디로든 나아갈 수 있게 바퀴나 엔진이 되어 준다. 과하게 바라는 모양새를 보고 욕심이라고 많이 표현하지만, 욕심이 있어야 원하는 방향, 원하는 위치를 정할 수 있게 된다. 물 흐르는 대로 가만히 두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으나, 어디로 흘러갈지 또 어디에 안착할지 모른다는 것은 겁이 나기 마련이다.
시험 준비, 취업 준비 등을 하면서 조급한 마음에 배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먹은, 아니 입으로 넣었을 뿐인 김밥과 커피 한잔 정도로만 하루를 버티며 살아왔다. 그래서 지금도 아무거나 허기만 달래만 그만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계속 그렇게 살다 간 나는 내 작은 맛의 우물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욕심은 내가 나아갈 원동력 이 될 테니, 나도 작은 욕심부터 부려보려고 한다.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아내에게, 또 가족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 이 작은 욕심을 이뤄나가기 위해 노력한다면 나중엔 더 큰 꿈을 이뤄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