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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일 블루 Jun 23. 2023

일주일에 한 편씩(1)

: 광고는 아니지만, 광고가 오면 좋겠는 순도 높은 경험담.


<당근마켓에서 시작했어요> 라는 제목의 초안이 <일주일에 한 편씩>으로 바뀌면서. 장기 자유연재로 글모임을 하면서 어떤 지점에 설 때마다 기록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마치 이 글을 적는 지금처럼요, 저는 그 모임이 아니었다면 브런치 작가 신청을 못 했을 것 같거든요.






2022년은 사적으로 지극히 어두운 한 해였다. 침대 밖으로 한 발짝을 디디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기이한 일이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그로 인한 완벽주의 때문에 어그러진 일상 같은 것은. 23년의 첫날이 밝았을 때는 방향감각을 다시금 찾기 위해 애를 썼다. 기어코 도달하고 싶은 목적지는 너무 멀리 있기도 했지만 때로는 신기루처럼 가까이에서 보이기도 했다. 중간지점 어딘가를 찾아야 다음 목적지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당근마켓에 철 지난 물건들을 청산하기 위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던 때. 글쓰기 모임을 보게 되었다. 3/4이라는 숫자는 매력적이었다 호그와트 급행열차의 입구 같기도 했지만 어쨌든 무언가를 시작할 용기는 없었다. 하루를 그냥 보냈다,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어. 다음 날에는 신청을 했다. 거기서부터 주말 글쓰기 모임의 시작을 끊었다.


첫 모임에서 두 시간 남짓 많은 이야기를 하다가 마침 생각나는 어플이 있었다. 다른 멤버분들에게 의향을 묻고 당근 마켓이 아닌 조금 더 지속성이 있는 곳에서 주말 글쓰기는 시작되었다.(실은 처음에는 평일을 오고 가기도 했다.) 처음으로 내가 쓴 글을 남에게 보여준 시발점이 나쁘지 않았다. 평생 들을 칭찬을 하루에 다 들은 기분으로 설렘이 가득했고, 그 순간 알았던 것 같다. 아주 오래 기다려 온 어떤 날은 갑자기 찾아온다. 기대는 사람을 무너뜨리지만, 믿음은 사람을 일으키는 순리를 배웠다.


이 글을 적는 현재. 횟수로 따지면 15회 차의 글쓰기 모임에 매주 나가게 되었다. 시를 쓸 생각은 없었는데 독립출판으로 문장집을 준비하다가 써 보게 되었던 첫 시는 지하철에서 쓰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절의 숫자가 가져다주는 기적은 달콤했다. 무언가를 물어보고 답을 듣는 행위가 오랜만에 이어졌다. 내가 열심이니 주변도 나를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봐주는 것이 당연했지만 당연하지 않았던 오랜 순간들과 인사했다.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결심은 오래 이어졌다. 


매달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더 얻고 싶어 져 여기저기 글쓰기 모임과 수업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다. 양안다 시인님의 시창작 수업은 두 번째 기적 같은 일이었다. 만남이 주는 선물에 대해 오랜 시간 잊고 있었는데 설렘 다음에 실망이 아닌 패턴으로 삶의 방향성이 정해지자 무기력에서 벗어났다. 


이때부터는 매일 시를 쓰고, 글을 쓰고, 새로운 도전을 했다. 듬성듬성한 다이어리가 빽빽이 채워졌다. MBTI를 믿지는 않았지만 INTJ-A로 바뀌는 결과지를 받았다. 성적표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좀 더 차분해지고, 좀 더 유해졌다. 그리고 단단해졌다. 스스로 칭찬했다.


아침이 오면 이제는 할 수 있다, 할 만하다는 말에 적응했다. 그리고 오늘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면서 새로운 프로젝트의 도전기록과 실패기록을 적어보기로 했다. 강북여성센터의 1인 출판사 창업 과정을 들으면서. 내 책이 나오게 될까? 아직 잘 모르겠다, 여러 가지 자잘한 프로젝트와 시도가 있었고 될지 안 될지는 여전히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두들깁니다.

 

우선은, 당근마켓에서 시작했어요! 이제 제가 담은 것들로 브런치를 차려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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