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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일 블루 Aug 08. 2023

일인 출판사 창업기(1)

이게 되겠어? 이게 되네.


친구와 함께 돈이 될만한 일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쇼핑몰을 창업하기로 했는데 이 시기에 당근마켓에서 시작한 주말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세 분의 작가분과 함께 개인의 숲이라는 연간 출판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무직 백수에서 프리랜서로 넘어가는 시기였던 것 같다. 그로 인해서 프리랜서들과 함께 할 프로젝트도 많았고 인터넷에서 판매하고 싶은 제품들도 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유튜브를 보며 세금을 공부하고 일반 과세자로 사업자를 등록했다. 이게 실책이었다.


나는 사실 일반 과세로 해야만 프리랜서 고용 후 3.3% 신고를 하는데서 득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세무사에서 상담을 받아보니 내가 잘못 알았고 손해만 볼 선택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은 오늘 또 세무서에 가서 일반과세를 폐업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다시 간이 과세로 신청해야 하는 기간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게 아무렇지 않게 느껴질 만큼의 인생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잠깐 생활고로 시작한 아르바이트에 대해 읊자면. 많은 생각을 정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디저트 카페였는데 생각보다 일이 고되었다. 고된 것까지는 참을 수 있었는데 몸이 못 견딜 만큼의 폭언을 겪고 난 이후에 우울해졌다. 쉽게 우울해지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일을 못하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 게 힘들었다. 어느 가게를 가도 쟤가 그래도 일은 잘하지라는 이야기를 듣고 살았는데 일을 못한다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다니. 내가 너무 오래 일을 쉬었나 생각했다가 그건 아니라는 조언들을 들었다. 그래, 어떤 가게에서는 나한테 일을 잘하는 친구 어떤 가게에서는 일을 못하는 친구 나는 달라지지 않았는데 옷처럼 잘 맞는 일과 잘 맞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는 창작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생각하다가 간이과세로 바꾸는 과정에서 출판사를 함께 내기로 결정했다. 전자책을 내고, 실물책을 내기로 한 프로젝트가 이미 있기도 했고 함께 가져가기 좋은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 시안은 빠르게 나왔다. 제목은 직관적으로 글 쓰는 언니들 이야기. 보이는 라디오처럼 편집해 보기로 했다. 매주 우리가 원고와 뭘 했는지를 피드백했는지 기록을 하기도 하고 자기 얘기를 꺼내기도 하는 자리가 되겠지. 근래 유행하는 팟캐스트들과 조금 비슷한 맥락을 함께 하겠다. 그리고 이 매주 진행되는 모임에서 완성된 원고는 올해 말에 텀블벅에서 실물 책 후원 프로젝트로 만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들로 인해 그동안 브런치를 적지 못했는데 어떻게 생각해 보면 이러한 과정을 겪음으로 인해서 브런치에 꾸준히 읊을 글감이 생긴 것 같다는 생각에 인생은 참 희비가 엇갈리는 건널목에서 길을 건너는 행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한 일이다, 이렇게까지 정돈된 생각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게 된다는 것은. 사소한 실패들을 겪으면서 단단하게 자리 잡아야지. 글을 써서, 무언가를 만들어서 돈을 벌 것이다. 어떻게? 가 모자랐던 이 결심에 하나씩 자리를 잡아가는 삶의 루틴이 달가웠다. 깨지고 부딪히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면서 희비가 엇갈리며 목표를 향해 다가가는 것이 달가웠다. 요즘 인생이 참 눈치가 없지만 그래도 자주 화해하며 살아가는 오늘. 오늘도 참 수고가 많으셨습니다라는 안부를 오랜만에 남기며 자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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