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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blue Oct 30. 2018

오히려 나이를 먹고 싶어졌다

약 두달이 흐르면 딱 '하나'가 더해진다 ㅣ 그 나이에 들으면 좋을 곡들


이 매거진 <고작 한 살의 차이> 프로젝트의 영감은 가수 아이유의 곡 리스트에서 나왔다




'스물셋'-'팔레트'-'삐삐'로 이어지는 이른바 자아 찾기의 서사.


 스물셋 에서는 나도 나를 잘 모른다고 하더니

 팔레트 에서는 이제야 날 좀 알 것 같다고 하고

 삐삐 에서는 나를 잘 모르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에게 옐로카드를 들면서 경고까지 한다.


아이유는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점점 더 나를 알 것 같다고 하며

멜로디와 가사에 자신이 발견한 인간 이지은의 모습을 조금씩 담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대화의 희열'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17살의 나와 26살의 내가 과연 같은 인간인가?'라는 패널의 물음에 극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방송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키워드는 '단속적인 자아'와 '연속적인 자아'였다

때로는 이전과 다른 나의 모습에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그래도 여전히 한결같은 나의 모습에 실망하기도 한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렇게 '한 살'에 집착하는 건 우리나라가 좀 심한 편일 수도 있겠다.

보통의 사람들이 보통의 집단에서 새로운 사람과 마주할 때

이름 다음으로 물어보는 두 번째 질문이 바로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 한 살에 호칭과 말의 끝맺음이 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보통 나이로 철듦의 기준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6개월간 교환 생활을 하면서 놀란 점은

아무도 나의 나이에 무심할 만큼 관심이 없다는 것.

그곳에서 만난 한국인 교환학생들과는 물론 다들 나이와 학번을 밝혔지만..ㅎ

나의 이름 다음에 따라온 질문은 다들 너무나도 달라서 예측조차 하지 못했다.

누구는 북한에 대해서 물어보고, 누구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누구는 내 이름이 신기하다며 다시 물어보고 또 누구는 이곳을 왜 선택했는지 물어보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한국에서 살고 있고

한국에서 나이는 매우 중요한 숫자 중 하나다.

어느덧 내 나이는 스물셋이 되었고

지금으로부터 두 달이 지나면

딱 하나가 더해진 스물넷이 된다.


누구는 아직 꽃다운 나이라 부러워할 테고

누구는 이제부터 취준을 시작할 나이라고 응원해줄 테고

누구는 이제 대학교에서 화석 반열에 들어간다고 놀리기도 할 테다.


뻔하다

12월 31일이 되면

내일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그런 씁쓸한 기분을 잊기 위해

소주 한 잔을 부딪히며 시시콜콜한 소리를 하겠지.

그래도 아직 우리는 젊다며 뭐든지 할 수 있다며

그런 약간의 위로를 곁들면서




사실 나는 이제 나이를 오히려 먹고 싶어졌다

누구는 배부른 소리라며 욕할 수도 있겠지만

그 하나가 더해졌다고 내가 갑자기 바뀌는 것도 아니고

나의 상황이 드라마틱하게 반전되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조금 더 흘렀으니까

나를 바라보는 시간의 점점 더 쌓여갈수록

나란 사람을 알게 되고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혹은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어떤 사람을 만나면 편하고

어떤 사람을 마주하면 불편한지

내가 겉으로는 어떤 척을 하고

사실 속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우리 가족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되고

엄마가 왜 그런 말을 나에게 했는지

아빠는 왜 그렇게 몸에 안 좋은 술을 좋아하는지

동생은 왜 나를 그렇게 어색해했는지


고작 그 한 살의 차이

내 마음속에 있는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나의 취향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주고

또 나와 대척점에 있는 다른 모습도 들어올 수 있게 가끔 문을 열어준다면


나이 먹는 것도 나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록 - 내가 좋아하는 나이와 관련된 노래들>


20살 김예림 Goodbye 20

21살 DEAN 21

23살 아이유 스물셋

25살 자우림 스물다섯, 스물하나

26살 현아 베베

27살 Sondia 어른

28살 윤딴딴 자취방에서

30살 김광석 서른 즈음에


+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으면 댓글로 추천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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