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북쪽 끝 여행 시작, 로시 하니크라

by 샴스 Shams


두달여 동안 이스라엘 팔레스타인땅을 걷는 여정은 서북쪽의 끝 로시 하니크라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예루살렘보다 베이루트가 더 가까운, 레바논과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서쪽 해안의 끝의 마을이다. 사실 이 땅은 그렇게 크지 않아서, 예루살렘에서 2시간 반정도 기차를 타면 북쪽에서 가장 큰 마을인 나리야에 도착했다. 나리야에서 30분간 마을버스를 타고 더 이동해 마침내 국경지대인 로시 하니크라에 도착할 수 있다. 이곳에 위치한 아름다운 동굴을 볼 수 있다는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었다.

3-1.JPG?type=w580 <로시 하니크라 바다 풍경>
3-3.JPG?type=w580 <베이루트가 예루살렘보다 가까운 로시 하니크라!>

꼬불거리는 길을 올라온 탓인지 멀미가 나는데다가, 갑자기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멍해져서 한동안 바다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 바다가 우리가 여행을 시작하는 첫 시작점인 것이다. 아아, 바다를 보니 그동안 가지고 있던 걱정과 울음들이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바다는 괜찮다고, 조용히 안아주었다. 며칠간 계속되는 태풍의 영향으로 파도는 아주 강렬했다. 지치지도 않고 밀려와 해안가의 바위들에 부서진다. 내 걱정도 두려움도 무거운 마음도 같이 부수기로 했다.


-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그렇게 두려워하는 걸까?

나는 로비에게 물었다. 내가 여행을 가겠다고 말했을 때, 갖갖은 이유로 가면 안 된다고, 가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행을 해야겠다는 마음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호기심이었을까 저항감이었을까, 격정이었을까? 그 마음을 따라서 오다보니 어느새 여기에 왔다. 여행을 시작하는 순간 그 얼굴과 말들이 떠올랐다. 무엇이 두려웠을까?


- 그러게 말이야. 나도 잘 모르겠어. 내가 두려워하는 것? 나는 내가 하는 여행이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가 될까봐 두려워. 충분하게 존중하고 배려하지 못해서 그들의 삶에 짐이 되는 것이 두려워.


우리는 여행을 준비하는 내내, 이 질문을 묻고 또 물었다. 유럽의 어느 나라에 여행을 가는 것과 달랐다. 전쟁과 아픔의 상처가 있고, 폭력의 역사가 지금도 쓰이고 있는 사람들의 땅을 방문한다는 것을 기억해야했다. 방문객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도와주려고 하기보다 어떻게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어디서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 어떻게 여행을 하는 마음을 준비할 것 인가를 제일 중요하게 물었다. 두려울 때도 많았다. 너무 무거웠는지 처음에 함께 가고자 했던 사람들중 몇은 여행을 포기했다. 그들이 이 여행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고, 그걸 할 마음의 여유와 용기가 없다며 떠날 때 슬프기도 했다. 나 또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준비하면 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들은 정말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며,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어떻게 하면 두려움을 인정하며, 두려움 속에서 인간다움을,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발견하면서 여행할 수 있을까? 널찍이 펼쳐진 바다 앞에서 답을 모르는 질문들이 끊임없이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실상은 그저 바다 앞을 어슬렁거리는 두명의 여행객이었을 것이다. 여행을 시작하는 마음을 다지며 어슬렁거리는 수상한 두사람은 레바논을 보고 싶다며 여기 저기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국경지대'라는 간판을 발견하고는 가볼까?싶어 가까이 걸어가고 있었다. 곧바로 초소의 군인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 그 길은 갈 수 없어요.

- 저희는 레바논을 보고 싶어서 그랬어요. 저쪽으로 가면 레바논을 볼 수 있나요?

- 아니요 볼 수 없어요. 저 길로는 갈 수 없어요. 레바논과 맞닿아 있는 모든 국경은 군인들이 지키고 있어요. 진입했다가는 그들이 사격을 가할 거에요.

- 아, 그래요. 다른 길로 가면 레바논을 볼 수 있을까요?

- 이쪽길로 가면 어쩌면 볼 수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장담은 못하겠어요.

-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군인은 도대체 왜 레바논을 보고 싶어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는 돌아갔다. 우리의 작은 소망하나조차 총을 든 군인 앞에선 한없이 작아진다. 이때는 몰랐다. 이것이 처음으로 들은 저기로 가면 총맞을거야, 였으며 그 뒤로 수도 없이 많이 듣게 될것이라는 것을. 총이라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시무룩한 채로 포기하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로시 하니크라의 유명한 아름다운 동굴로 가는 케이블카에는 몇 몇의 방문객들이 있었다. 화려한 레스토랑은 겨울이라 거의 텅 비어있었고, 배낭여행객은 우리뿐이었다. 동굴 탐험은 당연히 관심 없는 우리는 레스토랑을 스쳐 나와 바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자, 시작이다.

3-4.JPG?type=w580 <여행의 시작인 로시 하니크라의 길은 참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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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체 루트는 2달여의 시간동안 이스라엘 북단 로시 하니크라에서 시작해서 아크레- 하이파 - 카멜산 - 하두르프- 나자레트를 거쳐서 서안으로 진입한다. 아코, 아카라고도 불리는 아크레(Akre)는 오랜 역사를 가진 항구도시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항구 중에 하나라고 한다. 하이파 (Haifa)는 이스라엘 북쪽의 큰 도시로 아랍, 베두인, 유대인이 섞여서 사는 도시이다. 카멜산(Carmel mountain)은 아프리카 이후 가장 오래 된 인류 화석이 발견된 동굴이 있는 산. 가멜산이라는 이름으로 성경에도 등장한다. 하두르프(Hadruf)는 인지학 공동체로 인지학 교육기관 (발도로프 학교) 등이 있는 곳이다. 나사렛 (Nazareth) 에서는 팔레스타인 예술가들의 전시가 이어지는 리완 문화카페를 방문한다.


서안에서는 제닌 - 세바스티아 - 나블루스 - 라말라 - 제리코 - 베들라함 - 헤브론을 거친다. 제닌은 서안 북쪽에 있는 도시로, 난민들과 연극 공연을 올리는 프리덤 극단에 방문한다. 세바스티아에서는 로마시대 유적지가 남아있는 아름다운 길들을 걸으려 한다. 나블루스에서는 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을 만날 것이다. 라말라는 서안지구의 중심이 되는 도시임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만나보려고 한다. 제리코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에 하나이다. 그곳 근처에 있는 목동들과 함께 걸으려 한다. 그리고 베틀라함에서는 Tent of nations라는 기독교 팔레스타인인들의 농장에서 며칠간 자원봉사를 하고 팔레스타인 현지인 집에서 머무는 시간을 가진다. 헤브론은 팔레스타인 남쪽의 큰 도시인데, 유대인과 무슬림 모두에게 중요한 성지이기도 하고 가장 큰 갈등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현재 계획으로는 이후 예루살렘에서 한동안 지낸 후 남쪽의 큰 도시 베르셰바로 이동하여 캠프힐 공동체에서 몇일간 자원봉사 이후 큰 분화구인 밋츠페라몬이 있는 사막지대를 거쳐 키부츠 네옷 사마달에서 마치는 일정이다. 이동수단은 걷기/히치하이킹/대중교통을 섞어서 사용한다. 홈스테이/카우치서핑/캠핑/호스텔에서 지낸다. 두 달.....긴 듯 짧은 듯한 여정. 그리 커다란 땅이 아닌데도 가고 싶은 곳이 왜 이렇게 많은지, 두달이 짧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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