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붉은여우의 사냥법

Music for 18 Musicians

by Pale Cactus


’ 여기‘

총을 받아 든 여자는 숨을 들이쉰다.

케일이 그녀를 바라보다 등을 돌린다.

’ 어머님은 집에 도착하셨을 겁니다 ‘

총을 살피던 여자는 쓴웃음을 짓는다.

마티아스가 검은 가방을 열어 총알과 피스톨을 넣는다.

창고 깊숙이 들어가서 걸려있는 옷걸이의 지퍼를 연다.

보드라운 털조끼를 여자에게 입혀준다.

‘혹시 모르니깐 입으세요’

손에 닿으니 부드럽게 미끄러져서 얼굴을 비빈다.

‘일반 방탄조끼와 다릅니다. 100% 여우털로 고급스러움을 높였죠’

자신감 있는 마티아스의 설명에 여자는 웃음이 난다.

마티아스가 얼굴이 붉게 물든다.

여자가 깃을 가다듬고 어깨에 총을 둘러멘다.

케일이 문 앞에서 가만히 지켜본다.

코트를 열어 안쪽에서 가죽케이스를 풀어서 여자의 허리춤에 채워준다.

여자가 버튼을 열어 손잡이를 빼자 견고한 칼날이 모습을 드러낸다.

케일이 칼을 뺏어 들어서 허공에 시범을 보인다.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일단 찌른 후 온 힘을 다해 비틀어야 합니다.

총도 좋지만 이 녀석이 언제나 제 목숨을 살렸죠’

칼집에 칼을 넣어서 입구를 닫아준다.

마티아스가 여자의 재킷을 입혀준다.

앞서가는 케일을 따라간다.

지하로 이어지는 엉성한 철문을 열자 쾌쾌한 냄새와 거미줄이 난무한다.

문을 닫고 오른쪽의 작은 캐비닛을 연다.

케일의 목에서 키를 꺼내 문을 연다.

엉성한 철문 안쪽에 강철문이 나와 닫힌다.

캐비닛 안엔 긴 봉이 기다리고 있다.

마티아스가 먼저 봉을 잡고 미끄러져 내려간다.

케일의 손을 뿌리친 여자는 총을 고정하고 미끄러져내려간다.

한참을 내려가자 마티아스가 여자를 받쳐준다.

천천히 걸어 나가자 광대한 공간에 눈이 휘동그레진다.

높다란 천장아래엔 긴 유리기둥이 양쪽에 펼쳐져있다.

안에는 파란 불빛이 돌며 액체가 가득하다.

가까이 가면 소리가 들릴 것 같다.

얼굴을 가져가자 파랗게 질린 물체가 움직인다.

마티아스가 작게 소리를 지른다.

놀란 여자가 마티아스를 쳐다본다.

긴 유리기둥에 안에 발가벗겨진 사람이 조금 움직인다.

마티아스는 꺅하고 비명을 지른다.

케일이 나타나 긴 유리기둥을 가리킨다.

‘이건‘

여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케일을 돌아본다.

' 당신의 전 남자친구 로난이 아닙니다. ’

양쪽의 펼쳐진 유리기둥을 지나자 또 하나의 문이 나타난다.

굉음을 내며 문이 열리고 연기로 뒤덮인다.

연기가 걷히자 콘크리트로 가득한 지하세계가 펼쳐진다.

높이는 족히 열차가 지나가고도 남을 정도로 높고 비어있어서 발소리가 울렸다.

케일을 따라가자 지하로 더 이어져있었다.

마티아스의 숨소리가 퍼지며 끝없는 어둠에 멈칫한다.

여자가 손짓한다.

케일을 따라간 곳엔 300미터는 족히 되는 터널로 이어졌다.

마티아스가 손전등을 들고 앞을 비춘다.

손전등을 위로 올리며 멀리 비추지만 검은 어둠뿐이다.

케일은 말없이 성큼성큼 걸어 나갈 뿐이다.

갈길이 먼 것을 알아챈 마티아스가 여자의 가방을 받아 든다.

가방 안의 철렁거리는 쇳소리만 가득하다.

’설마 그 총으로 어떻게 하실 건 아니죠?’

마티아스가 여자를 내려다본다.

올려다보는 여자의 눈빛에 마티아스는 눈을 피한다.

발소리가 멀리서 천천히 되돌아와 울렸다.

한참을 걷던 케일이 멈춰 선다.

또 다른 터널의 문을 열고 앞장선다.

발밑의 LED라인이 빛나며 양쪽 벽의 일자라인의 불도 켜진다.

지하에 들어서며 나던 냄새도 나지 않는다.

흰 벽은 차갑고 비현실적으로 이어진다.

그들이 도착한 방은 유리로 되어있고 반대편에서 알아보지 못했다.

여자는 자신의 눈을 믿기 힘들어서 유리벽으로 바짝 다가간다.

로난이 환자복을 입은 채 이를 닦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며 미소 지어 보이며 물을 뱉어냈다.

샷건을 맞아서 피로 물들었던 그냥 아무렇지 않은 듯 가슴과 하반신이 말끔히 붕대로 감겨있었다.

여자는 시선을 고정한 채 어깨에 맨 총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마티아스가 말릴 새도 없이 총구를 로난의 얼굴로 겨누었다.

’ 진정하세요 ‘

마티아스가 안절부절못하며 총구를 손으로 잡았다.

여자는 물러서지 않고 자세를 잡고 로난을 겨누었다.

’ 이곳에서 쏜다고 그가 다치지 않아요 당신만 다칠 뿐입니다.‘

침착한 케일의 목소리에 핏대선 눈빛의 여자가 돌아봤다.

케일이 손을 내밀었고 총구가 향했다,

‘저를 다치게 한다면 여기서 나갈 방법은 없습니다 아시죠?’

여자가 케일의 목에 걸린 키를 바라보았다.

마티아스가 총구와 케일사이를 막아선다.

’ 케일이 있어야 이곳에서 나갈 수 있어요 절 믿으세요 ‘

절실한 눈빛의 마티아스가 총구를 자신의 가슴으로 고정한다.

’ 내려놓고 얘기하시죠 ‘

여자가 힘을 빼자 마티아스가 가볍게 총을 뺏어서 어깨에 멘다.

땀을 닦는 체스 쳐를 취하며 웃는다.

‘일단 앉으시죠’

목석같은 여자는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케일이 선반에서 책을 꺼내온다.

’ 우리는 죄 없는 사람을 해 칠 수 없습니다.‘

두꺼운 책의 커버를 펼친다.

’ 죄가 있다면?‘

케일이 책을 한 장씩 넘기자 여자는 앉아서 책을 훑어보기 시작한다.

’ 우리의 방식으로 은총을 내려드립니다.‘

책은 폴라로이드사진으로 가득했다.

처음사진은 환자복을 입은 사진, 웃는 사진이 있었다.

다음은 심하게 훼손신체나 괴로움에 울부짖는 표정이 나열되어 있었다.

‘우리는 모두에게 천국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전세기에 걸쳐 노력하였습니다.’

끔찍한 사진은 끝없이 페이지를 채워져 있었다.

’ 어리석은 영혼들은 돈으로 산 면죄부를 믿기 시작했죠. 그래서 저희는 그들에게 필요한 은총을 내렸죠.‘

여자는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 총은 어디까지나 당신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이지 그들을 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책자를 참고해서 원하는 방법은 2~3가지 말씀해 주시면 준비하겠습니다.‘

여자는 천천히 책자를 넘겼다.

천천히 손가락으로 사진 하나를 가리켰다.

마티아스는 안주머니에서 꺼낸 수첩에 받아 적었다.

수첩에는 다리 #45 손#78 목 #5 > #28을 적는다.

여자가 페이지를 넘기자 마티아스가 책을 뺏는다.

’ 자 이제 저를 따라오시죠 ‘

유리 반대편의 로난이 환하게 웃어 보이며 머리를 정리한다.

케일이 로난을 바라보다 고개를 저으며 방을 빠져나간다.





소년신부가 조용히 잠들어있는 로난 옆에 카트를 멈춘다.

‘오늘 컨디션이 너무 좋은데 수영하러 가도 되나?’

무표정한 신부가 고개를 끄덕이며 디바이스를 내민다.

두시로 클릭하고 얼굴을 스캔한다.

‘저번에 입었던 수영복은 너무 큰데 작은 사이즈로 줄래?‘

고개를 끄덕인 신부는 카트에서 음식과 물을 꺼낸다.

접이식 식탁을 펼친 로난이 신난 표정으로 덮개를 연다.

접시엔 먹음직한 고기와 가니쉬가 놓여있다.

신부가 건네는 포크와 나이프로 고기를 썰어 입에 넣는다.

‘여긴 고기가 참 맛있단 말이야. 그렇지?’

소년 신부가 가만히 로난을 바라보다 카트를 밀어서 방을 떠난다.

식사를 마친 로난은 작은 컵에 담긴 알약을 바라보다 입에 털어 넣는다.

배가 부르고 눈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한다.

로난은 침대에 붙어있는 버튼을 누른다.

소년이 방에 들어서기도 전에 소리친다.

’너무 졸려 커피 좀 줘 따뜻하게 ‘

방으로 들어오던 소년신부는 그대로 방을 빠져나간다.

조심스럽게 컵을 들고 오는 소년신부손에서 컵을 뺏듯이 가로챈다.

단숨에 커피를 마시고 로난은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한다.

소년이 로난을 제지한다.

‘왜?‘

순간 머리가 핑 돌며 시아가 좁아진다.

무언가 잘못된 것을 눈치챈 로난이 발버둥 친다.

반항하지 못한 로난은 당황하다가 외마디 비명도 지르기 전에 눈이 감긴다.

로난의 목에 손을 가져가 심박수를 재고 다리를 침대에 올려놓는다.

문 앞에 같은 또래에 긴 머리를 묶은 신부가 들어온다.

눈인사를 하고 가져온 주사기로 링거줄에 액체를 주입한다.

지켜보던 신부가 제지한다.

순간 제지된 손을 뿌리치고 주사기의 액체를 끝까지 밀어 넣는다.

막는 것에 실패한 신부는 한숨을 쉬며 방을 떠난다.‘

그가 나간 것을 확인한 신부는 주머니에서 다른 주사기를 꺼내서 주입을 시작한다.

로난이 순간 움찔거리다 숨을 거칠게 내쉰다 숨이 멈춘다.

경고음이 방 안에서 복도를 가득 채우고 건장한 체격의 간호사들이 밀려들어온다.

건장한 간호사 중 누구도 긴 머리신부를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어려워하며 환자인 로난에게만 집중한다.

로난의 기도를 확보하고 CPR을 시행한다.

로난의 입에서 거품이 나오며 숨을 쉬지 않자 그들은 로난의 목을 가르고 튜브를 연결한다.

동시의 그의 심장은 천천히 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환자복과 CPR을 하는 간호사의 옷은 피범벅이 되며 숨이 제자리를 찾았다.

기진맥진한 간호사가 그를 체크하고 호출을 한다.

안정된 로난을 확인한 간호사들은 황급히 자리를 뜬다.

긴 머리신부는 주머니 안 주사기를 매만지며 로난을 내려다본다.

창밖에는 스산하게 어둠이 내리깔리며 보름달이 유독 밝게 빛난다.

로난이 잠들어있는 병실의 문이 열린다.

그의 몸에 연결된 선들이 하나씩 분리되며 그의 머리에 후드가 씌워진다.

단숨에 로난을 어깨에 메고 병실의 문을 연다.

평온한 표정의 긴 머리신부가 로난을 둘러업고 나간다.

등뒤에서 다른 소년 신부가 바라보지만 급히 자리를 피한다.

사복으로 갈아입은 신부는 안경을 쓰고 운전을 시작한다.




달리는 동안 잠이든 로난을 움직임이 없다.

잠에 취한 소리를 중얼거린다.

면허를 딴지 얼마되지 않아 엉성하지만 시원하게 달릴 수 있는 밤시간은 운전에 제격이다.

시내를 벗어나 한참을 달리다 차가 멈춰 섰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내비게이션의 음성과 함께 주위를 둘러본다.

수십 개의 나무를 실은 트럭이 눈앞에 서있었다.

수더분한 수염에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쓴 남자가 손을 흔들었다.

붉은 체크무늬 털모자엔 작은 여우마크가 돋보인다.

경계를 하며 잠이든 남자를 꺼내자 모자를 쓴 남자가 트럭을 가리킨다.

뒷걸음으로 천천히 트럭으로 다가간다.

쾅! 큰소리를 내며 창안에서 강아지가 달려든다.

놀란 신부를 안심시키며 문을 열고 강아지를 안고 내려온다.

열린 문으로 남자를 트럭 안에 밀어 넣는다.

땅에 내려온 작은 강아지가 사납게 짖기 시작한다.

소년이 놀라 뒷걸음치자 남자는 웃으며 막아선다.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향한다.

사나운 개는 이를 드려내며 긴 머리 신부를 쫓아간다.

2kg도 안 되는 앙상한 강아지이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다.

차에 오른 소년신부는 재빨리 문을 잠갔다.

다시금 놀라 옆을 바라보니 남자가 노크를 한다.

긴 머리신부가 조심스럽게 창문을 내린다.

긴장한 눈으로 조용히 올려다본다.

너무 조금 열어서 그의 말소리만 겨우 들린다.

’ 당신은 해야 할 일을 한 겁니다. 겁먹지 마세요 ‘

핸드폰을 만지고 화면을 보여준다.

기대에 찬 신부는 자신의 핸드폰을 열어 확인을 한다.

그의 말대로 약속한 금액이 들어와 있다.

볼일은 끝났다.

남자가 무언가 더 말을 하려 하지만 신부는 재빠르게 창문을 올리고 시동을 건다.

지금 떠나야 한다.

깨지는 소리와 함께 창문이 부서진다.

피범벅이 된 손이 쑥 들어와 신부의 목을 짓누른다.

발버둥 쳐보지만 허름한 옷에 숨겨진 근육은 신부를 질식시킨다.

점점 의식이 흐려지며 브레이크 밟았던 발에 힘이 빠지며 차가 움직인다.

급발진한 차는 순식간에 나무로 돌진한다.

트럭기사는 떨어져 있는 모자를 주워 차에 다가간다.

긴 머리와 피가 범벅이 된 신부가 차체 위에 튕겨져 나와있다.

의식을 되찾은 신부는 몸을 일으키기 위해 손에 힘을 주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고개를 돌려 손을 보니 부러지고 찢어져서 뼈가 보였다.

사실은 손이 아니고 그의 발목이었다.

의식뒤로 강아지의 사나운 짖음이 쉴 새 없이 계속되었다,

’ 신과 함께 하시길‘

신부의 뒷머리를 걷어내고 바지춤에서 꺼낸 손도끼로 목을 내리친다.

단숨에 잘린 얼굴은 쉴 새 없이 짖는 강아지 앞까지 굴러간다.

굴러온 머리에 놀랐다가 다가가 냄새를 맡고 얼굴을 핥는다.

파르르 떠는 눈을 감겨주고 머리를 주워 차체위에 올려놓고 핸드폰을 연다

입금된 돈을 다시 자신에게 입금한다


케일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온다.

그동안 몸의 정화를 하던 마티아스가 확신의 눈빛으로 묻는다.

‘이번 주에 하나요?‘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는 케일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물 좀 마셔도 되나요?’

케일이 날카롭게 변한 눈빛으로 경고한다.

풀이 죽은 마티아스는 몸의 정화를 하기 위해 방을 떠난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