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삼엽충 화석을 찾아서(상)

고생대 캄브리아기 마차리층

Aug 2. 2025

영월 일대에는 약 5억 1000만 년 전에서 4억 9000만 년 전인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형성된 마차리층이 넓게 분포하고 있다. 1930년대 일본인 학자 고바야시 교수가 다양한 삼엽충 화석이 다량으로 발견되는 지층을 발견하고 이를 연구하였다. 고바야시 교수는 이 지층에 대해 인근 지명을 따서 '마차리층'이라고 명명하였고, 따라서 지금까지도 이 명칭을 학계에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의 1935년 논문에서 12속 21종의 삼엽충을 보고하였으며
이후 1962년 연구에서 '53종'의 삼엽충을 기재하였다.

논문에서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삼엽충들을 직접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영월로 떠났다.

오지 중의 오지인 영월 산골짜기 사이에 피어오른 운무를 지나가다 잠시 멈춰 서서 감상했다.

과연 오늘 삼엽충들을 정말 만날 수 있을까?

멀리 산꼭대기에 영월의 명소인 별마로 천문대가 보인다. 예전에 이곳을 방문해 쏟아질 듯 많은 별에 둘러싸여 유성과 여름의 대삼각형(데네브, 알타이르, 베가)을 육안으로 보고 천체망원경으로 토성의 고리도 생생하게 보았었다. 한여름밤의 멋진 낭만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었던, 절대 잊히지 못할 놀라운 경험이었다.

[supercell - 君の知らない物語의 앨범 이미지]

대략 이런 느낌이었다.

supercell - 君の知らない物語(네가 모르는 이야기) 가사에도 여름의 대삼각형이 언급된다.

잠시 쉬어갈 겸 그 일부를 소개하자면...

あれがデネブ、アルタイル、ベガ

저게 데네브, 알타이르(견우성), 베가(직녀성)

君は指さす夏の大三角

너는 여름의 대삼각형을 가리켰고

覚えて空を見る

떠올리며 하늘을 봤어

やっと見つけた織姫様

겨우 찾은 직녀님

だけどどこだろう彦星様

하지만 어디 있을까, 견우님

これじゃひとりぼっち

이래서는 외톨이잖아

- 후략 -

이 가사를 쓴 사람은 틀림없이 문과적 감성이 넘치고 이과적 지식과 조예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애니 덕후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들어보면 좋아할 만한 노래다. 살포시 추천~

다시 화석 이야기로 돌아와서...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아니지만, 회색의 마차리층이 일부 드러나있는 고갯길 절개지를 경유했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잘게 쪼개지고 부서진 전석들을 많았다.

갑자기 옆에서 부스럭부스럭~하는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려보니 어떤 녀석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지? 했다가, 시신경으로부터 전달받은 정보를 뇌에서 분석해 "뱀이다. 튀어!"라고 명령을 내리자 비상이 걸린 다리 근육이 즉각 반응하며 필사의 회피기동을 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초!

"어이, 닝겐 도마뱀 처음 보는가?"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흔한 편에 속하는 '미끈도마뱀'이다. 도마뱀인걸 알고 나자 맥이 탁 풀렸다.

"어이, 닝겐 나를 데려가 키워라!"

이 도마뱀은 몸에 비해 꼬리가 엄청나게 긴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다리만 살짝 퇴화되면 그냥 뱀이다.

그래서... 별로... 귀엽지... 않다.

미안하다, 나는 절대로 키울 자신이 없구나.

도마뱀이 지나간 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니 올록볼록한 무늬가 있는 전석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은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살았던 부유성 삼엽충인 글립타그노스투스 레티쿨라투스(Glyptagnostus reticulatus)로 완전한 형태가 아닌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전체 크기가 약 1~2cm 정도인 이 삼엽충은 머리와 꼬리가 거의 대칭구조를 하고 있어 마치 캐스터네츠처럼 몸을 접어 방어자세를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

고갯길 절개지 경사가 가파른 데다 화석이 집중적으로 나오는 층준이나 전석더미를 발견하지 못해 장소를 조금 옮겨보기로 했다. 고갯길 절개지에서 그닥 멀지 않은 하천을 찾아 주변에 굴러다니는 돌을 탐색해 보았다.

그러나...

아디다스 마크처럼 세줄 무늬가 있어 삼디다스 모기라고도 불리는 흰줄숲모기떼들이 피에 굶주려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엄청난 모기떼의 모습이 시신경을 타고 뇌의 편도체를 후려치자마자 이번에도 즉각적인 필사의 회피기동을 했다.

'역시 난 반응속도 하난 빠르단 말이야'

그러나 행복회로가 돌아갔던 시간도 잠시, 양지에 나와 보니 몸 여기저기 십여 군데가 이미 바둑알처럼 부풀어 있었다. ㅠ

다음에는 에프킬라를 가지고 와 꼭 복수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온 몸을 벅벅 긁으며 철수했다.

조금 더 가자 생뚱맞게도 한 초등학교 앞에 M47 패튼 전차와 장갑차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안내판을 자세히 보니 6.25 때 북괴의 침공에 맞서 산화한 '심일 소령'의 위령비가 세워져 있는 곳이었다. 그분과 같은 수많은 순국선열의 희생 덕분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자유와 행복을 향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저 안타깝고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