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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 곤충 & 물고기 화석 탐사

중생대 백악기 진주층

by 팔레오

경상도 지역에는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경상누층군이 넓게 분포하고 있다. 그중 경남 진주와 사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은색 셰일의 진주층에서 수많은 곤충 화석과 물고기 화석이 보고되었다. 그와 동일한 시기에 형성된 진주층이 대구 위쪽에 있는 군위군(이제는 대구광역시에 병합되었다)에도 존재한다. 지난번 게시한 '우리나라는 왜 암모나이트가 없을까?'에서 밝혔듯, 중생대는 해성층이 없으므로 여기서 산출되는 것은 모두 민물에서 살았던 동물들의 화석이다.





경북 군위의 진주층에서도 곤충과 물고기 화석이 다량으로 발견된다.


여기서 산출되는 화석을 오래전에 고등학교 교사가 연구한 바가 있다. 그 연구 성과를 제44회 전국과학전람회에 '중생대 백악기 경상층군에서 산출된 담수어류 화석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출품해 대통령 상을 수상했다. 그 경상층군의 담수어를 비롯해 곤충 화석을 만나러 농촌마을인 나호리의 좁은 시골길을 따라 걸었다.



시골에는 어디나 빈 집이 많다. 노령화된 농촌 특성상 집주인이 죽고 나면, 도회지로 나간 후손들이 굳이 들어와 살 리가 없고, 세를 놓거나 팔려고 해도 마땅히 들어와 살 사람이 없어 결국은 이처럼 퇴락할 때까지도 빈집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조만간 우리나라도 일본의 경우처럼 시골집 월세 '0원'인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시골길을 어느 정도 벗어나자 드디어 1억 2천만 년 전 화석이 잠들어 있는 지층이 눈에 들어왔다.



전체 지층 중에서 아래쪽 검은색을 띠고 있는 얇은 셰일층이 바로 화석이 집중적으로 산출되는 곳이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니 워낙 견고해서 딱히 살펴볼만한 데가 거의 없다. 저 지층을 통째로 뽑아내 살펴보면 좋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어설프게 망치질해 봐야 지층만 부스러뜨릴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더구나 위에 있는 육중한 돌이 갑자기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바로 사망각이다.



지층 한편에 밧줄이 보인다. 올라가려고 매어 놓은 밧줄인지, 내려가려고 매어 놓은 밧줄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누가 여기서 암벽등반이라도 한 걸까?



여기저기 탐색을 해보니 작은 나무 아래 무너진 층리가 보였다. 그 아래 떨어진 얇은 돌판을 차근차근 살펴보았더니...




물고기 척추뼈가 모습을 드러냈다.


물고기 화석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의욕이 솟구쳐 올라 좀 더 세심하게 돌을 살펴보았다.



역시 물고기 화석이 또 있었다. 다소 희미하긴 하지만 머리와 척추뼈, 꼬리지느러미가 명확한 것으로 보아 틀림없는 물고기 화석이다. 여기서 조금 더 살펴보았더니 짜잔~하고 나타난 것이 있었으니...




완전한 형태의 물고기 화석이었다.


머리가 전체 체장에 비해 상당히 큰 특징을 가져 린콥테라(Lycoptera sp.)속의 어류로 추정되었다.



이번에는 마치 흰개미처럼 하얀색의 흔적이 군데군데 찍혀있는 돌이 나왔다. 틀림없는 화석이다. 그런데 진주층의 이러한 화석은 현장에서 육안으로 얼핏 보고는 희미해서 알아채기 어렵다.


검은 셰일에 물을 살짝 묻히면
마치 마법처럼 화석의 실루엣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날개는 떨어져 나갔지만 체형으로 보아 모기 종류일 것으로 짐작된다. 중생대 모기라고 하니 영화 쥐라기 공원이 떠오른다. 영화에서는 호박 속 모기 화석의 피에 들어있는 공룡 DNA를 추출해 복원한다는 그럴듯한 상상력을 발휘했지만...


쥐라기 공원의 가능성은 단연코 제로라고 할 수 있다.


호박 속 모기는 그저 모기의 형태만 남았을 뿐 추출할 만한 DNA는 전혀 남아있지 않은 그저 껍데기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이 하얀 모기의 흔적을 박박 긁어 DNA를 찾으려 해도 영화 같은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조금 아쉽긴 해도 명백한 진실이다.



여러 곤충들이 한데 뒤엉켜 있다. 비록 형태가 완전하지 않아 정확히 판별하기 어렵지만 절지동물인 곤충 특유의 마디와 다리가 잘 드러나 있다.



마치 X선 사진 같은 모습이다. 진주층 암석에서 운이 좋으면 매미, 메뚜기, 잠자리, 딱정벌레, 강도래, 애벌레 등 다양한 곤충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그런 행운은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몇 시간 달려 찾아온 고생을 충분히 만회할 만큼 나름 만족스러운 탐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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