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생물계에서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가 크게 3가지였다.
1. 고생대 지층 중 왜 실루리아기와 데본기 지층만 없는가?
2. 중생대 지층에서 왜 공룡화석이 나오지 않는가?
3. 중생대 지층에서 왜 표준화석인 암모나이트가 나오지 않는가?
먼저, 1번은 이른바 '대결층(大缺層)'의 문제로 실루리아기와 데본기에 이르는 약 4억 4천만 년 전에서 약 3억 2천만 년 전까지의 지층이 발견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고생대 화석 연구의 기틀을 잡은 일본인 고바야시 교수조차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우리나라 학자가 강원도 정선 회동리층에서 발견된 미화석(微化石)인 '코노돈트’를 연구한 결과 회동리층이 실루리아기에 형성된 지층임을 밝혀냈다. 또한 연천과 전곡지역의 층서연구에서도 데본기의 지층들이 보고되어 대결층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
2번은 양승영 교수가 1982년, 경남 고성 덕명리 해안에서 발견한 공룡발자국 화석을 시작으로 수많은 공룡 발자국 화석이 속속 발견되었고, 이후에는 여러 종류의 공룡 알과 골격화석도 다수 발견되어 한반도에도 공룡이 살았다는 것을 확실히 입증했다.
그러나 3번은 지금까지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중생대 지층인 경상누층군은 경상도 지역에 넓게 분포하고 있는데, 모두 육지의 호수나 강에서 서서히 형성된 '육성층'으로 바다에서 형성된 '해성층'이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암모나이트는 바다에서 살았던 동물이므로 오직 해성층에서만 발견된다. 일제시대에 이북지역 탄광에서 암모나이트가 발견된 일이 있었으나, 조사결과 일본에서 온 노동자가 기념으로 가져왔던 화석이 주머니에서 빠진 걸로 밝혀져 해프닝으로 끝났다.
만약 누구라도 화석탐사를 하다가 지층 속에 온전히 박혀있는 암모나이트를 발견한다면 마지막 문제를 해결하는 역사적인 대발견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지질학과 고생물학을 뒤흔들만한 엄청난 일로 그 이름이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일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와 인접한 일본은 해성층이 발달해 암모나이트 화석이 풍부하게 산출된다.
언젠가는 일본처럼 암모나이트가 풍부한 지역에서 직접 탐사를 해보는 것이 고생물 애호가로서의 작은 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