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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레트 Apr 16. 2023

기댈 곳

외로움

나의 유년기 시절은 교회에서 말하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아무나 겪을 수 없는 이야기는 ‘신앙심이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어쩌면 그 맛에 상처인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꺼냈던 것 같다. 유년기 시절 이야기를 들은 상대방은 ‘정말 힘들었겠다. 이렇게 살아줘서 고맙다.’라고 말해주었다. 당시 교회는 따뜻했다. 좋은 친구와 선생님이 있기도 했지만 내 마음속 믿음이 ‘뭐든 괜찮다.’라고 말해주었다. 누군가 ‘종교는 나약한 사람들만 믿는 거야.’라고 말했었는데... 인생에서 가장 나약한 지금 나는 종교가 없다.    

  

누구나 살다 보면 의지할 데 없이 외로운 마음을 기댈 곳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어 부모에게 의지하기도, 힘든 세상 함께 살아가는 친구에게도 의지하기 힘들 때가 있다. “나 힘들어요.”라는 말을 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굉장히 복잡해서 설명하기 힘들다. 어쨌든 누군가 내 눈치를 보는 상황도 불편하고, 나 때문에 분위기가 가라앉는 건 더 불편하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보다 힘들지 않을까 배려하면서 말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이제 나는 힘든 시기를 겪는 청소년이 아닌 30대 중반, 여덟 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누구나 인정해 주는 힘든 일을 겪었지만 힘들다는 말은 글 쓸 때 하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무겁고, 바쁘게 보낸 하루가 힘들고, 모진 말을 듣고 상처받아도 '혼자' 이겨내야 하니까.  결국엔 '내가' 감당해야 하니까. 힘들다.    




혼자 있으면 조용하고, 편하다.  

하지만 제주에 와서 외롭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타지가 주는 외로움일까. 제주는 외로운 곳인가. 힘든 마음을 나눌 곳이 없어서 그런가. 서러움인지 외로움인지 헷갈린다. 왜 이렇게 외로울까. 결국 의지할 데가 없어 자꾸 외로운 건가. 엄마는 ‘네가 기도하면 한결 나을 텐데...’라고 말했지만 아직은 억지로 하는 기도가 더 괴롭다.


어른이라면 누구나 이 외로움을 견디면서 사는 거겠지. 종일 바쁘게 일하고, 술 한잔하면서 하루의 힘듦을 털어내는 거겠지. 각자의 아픔과 싸우고 있겠지. 나만 그런 건 아닐 거야. 라며 숨 쉴 구멍을 찾는다.     



외로울수록 사람들과 약속을 잡는 편이다. 그러다가 ‘먼저’ 연락하기 싫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내 곁에 있는 좋은 사람들이 말하지 않아도 나의 힘듦을 알고 문을 두드린다. ‘언제든 필요할 때 말해.’라는 말을 한다. 시간이 흘러 필요할 때 용기 내 “필요해요.”라고 말했지만, 상대방이 바빠서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다. 머리로는 이해한다. 하지만 ‘정말 나를 생각한다면. 누구보다 가깝게 여긴다면 손 내밀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서운하다. 나라면, 내가 정말 아끼는 사람이 느끼는 외로움을 알아차리지 않을까? 그날은 정말 바빠서 안 되더라도 ‘그럼 다음 주 화요일에 시간 되는데, 그날 어때?’라고 말하지 않을까. 만약 내가 ‘필요할 때 말해. 한번 만나자.’라고 누군가에게 말했다면,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할 것이다. 인사치레처럼 ‘밥 먹자.’ 하거나 막연하게 ‘다음에 봐.’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관계에서 진심인데, 내가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처럼 상대는 나를 생각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또 외로워진다.      


유*브를 보다가 김필이라는 가수가 부른 싸이 노래를 듣게 되었다. 많은 부분에서 ‘이게 내 마음이구나.’ 싶어 눈물이 났다. 가요도 들으면서 눈물이 나는구나. '나 진짜 외롭구나.'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노래.

요즘 자주 듣게 된다. 들을 때마다 큰 소리로 울먹이듯 따라 부른다.

“버틸 거야. 견딜 거야. 괜찮을 거야.

하지만 버틴다고 계속 버텨지지는 않네요. 그래요 나 기댈 곳이 필요해요.”


            

당신의 오늘 하루가 힘들진 않았나요
나의 하루는 그저 그랬어요
괜찮은 척하기가 혹시 힘들었나요
난 그저 그냥 버틸만했어요
솔직히 내 생각보다 세상은 독해요
솔직히 난 생각보다 강하진 못해요
하지만 힘들다고 어리광 부릴 순 없어요
버틸 거야 견딜 거야 괜찮을 거야
하지만 버틴다고 계속 버텨지지는 않네요
그래요 나 기댈 곳이 필요해요
그대여 나의 기댈 곳이 돼 줘요     

당신의 고된 하루를 누가 달래주나요
다독여달라고 해도 소용없어요
솔직히 난 세상보다 한참 부족해요
솔직히 난 세상만큼 차갑진 못해요
하지만 힘들다고 어리광 부릴 순 없어요
버틸 거야 견딜 거야 괜찮을 거야
하지만 버틴다고 계속 버텨지지는 않네요
그래요 나 기댈 곳이 필요해요
그대여 나의 기댈 곳이 돼 줘요     

항상 난 세상이 날 알아주길 바래
실은 나 세상이 날 안아주길 바래
괜찮은 척하지만 사는 게 맘 같지는 않네요
저마다의 웃음 뒤엔 아픔이 있어
하지만 아프다고 소리 내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요 나 기댈 곳이 필요해요
          그대여 나의 기댈 곳이 돼줘요

       싸이- 기댈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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