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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근호 변리사 Mar 11. 2021

특허, 내지 마세요

특허사무소의 마케팅에 속아 버려지는 아이디어들


구글에 "특허 출원"을 검색하면 여러가지 광고글이 나오는데, 이 광고문구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변리사 입장에서 이런 광고글들이 어떤식으로 수요자를 기만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O년 간 OO,OOO 건 성공

업무가 손에 익은 변리사가 한 건의 특허출원을 최선의 노력으로 핸들링하는 경우, 특허 명세서 작성에만 한 건당 하루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번 작성된 특허 명세서의 내용에 수정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한 번 출원할 때 아이디어를 다각적으로 검토하여야 하기 떄문에 상당한 숙고가 요구되기 떄문입니다.


그런데, 4년 간 12,572건의 성공이라 하면 한 건당 물리적으로 소모되는 시간이 극히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농담반 진담반으로 '탁구치듯 건을 쳐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무소들의 경우 대부분이 변리사가 거의 없고, 사건을 외주로 맡기거나 명세서(법률사무소에 비유하자면 사무장 또는 비서)에게 맡기고 광고에서 말하는 전문 변리사는 사건에 이름만 올려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등록률 OO % 이상

등록률이 낮은 것이 자랑은 아니나, 등록률이 높은 것 또한 자랑이 아닙니다. 특허결정은 의뢰된 기술이 공지된 기술들에 비해 진보한 기술적 가치가 있을 때 내려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특허등록을 위해 그 특허의 다양한 가치에 기초하여 심사관을 설득하는 변리사의 능력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특허등록을 시키는 것은 매우 쉽기 때문에 등록률을 중심으로 광고하는 사무소를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 이유는 특허권의 보호범위를 형성하는 청구범위는 그 범위가 좁을수록 등록받기가 쉬워지기 떄문이며, 이러한 사무소들 중 (전부는 아니나) 일부는 권리범위를 매우 협소하게 설정하여 특허등록률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 A사무소는 권리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한 특허권이 만들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일부러 어려운 길을 걸어갑니다. 이 A사무소에서 만들어지는 특허권들 중 대부분은 가치평가결과 A등급을 받았습니다.

- B사무소는 높은 등록률을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한 권리범위를 협소하게 줄여, 쉬운 길을 걸어갑니다. 이 B사무소에서 만들어지는 특허권들 중 대부분 등록되나 특허권의 가치평가결과는 C등급을 받았습니다.


무엇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수요자들의 선택에 달렸겠지요?


물론 경우에 따라, 권리범위 보다는 마케팅을 위한 특허권 그 자체가 필요하신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허등록 이후에 모두에게 공개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모방제품의 유통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점을 꼭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특허평가결과... 대부분이 C등급


2021년부터 벤처나 스타트업이 자금을 융자 받을 때 보증액의 일부를 지식재산권 지분으로 융자상환할 수 있는 IP 투자옵션부 보증 제도가 시행됩니다. 이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특허권 등의 가치평가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평가기준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는 전문가에게 사건을 맡겨야할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특허 출원이 이루어지는 출연연의 특허평가 실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많은 특허가 낙제점을 받고 있습니다.

 KPAS 출연연 연도별 특허평가결과 (출처: IP 데일리)


위 표를 살펴보면, 낙제점인 C등급 이하의 특허권의 비중은 매해 증가하고 있으며, A등급 이상의 특허권의 비중은 매해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테슬라와 함께 뜨거웠던 자율주행에 대해서도 알아볼까요?


최근 1년 자율주행 등록특허

전체 1,439 건 중에서 A등급 이상은 135건, C등급 이하는 357건이네요. C등급 이하의 경우 기보(KIBO)에서 담보가치가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약 24.8%의 특허가 가치 없거나 적은 것으로 판별되고 있습니다. 물론, KPAS 가치평가 기준이 실제 그 특허의 가치를 정확히 드러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완전히 신뢰도가 없는 것은 아니므로 참조해볼만 합니다.


맺으며


이처럼, 마케팅 중심의, 인맥 중심의 특허법인 내지 특허법률소가 날로 만연해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가치없는 특허권이 만연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마케팅용으로 많은 특허를 확보한다면 말리지 않을 것으나 특허등록 이후 그 유지를 위해서 매년 납부되는 수수료를 고려할 때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정말 필요한 기술을 신경써서 등록받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사건수와 등록률만을 내세우는 사무소는 한 켠에 접어두시기 바랍니다. 대신, 변리사를 위임하실 땐 사무소의 구성원 중 전문 변리사의 수를 살펴보시고, 전체 사건수를 통해 전문가가 내 사건을 정성을 다해 관리해줄 수 있는 사무소인지 알아보실 것을 권장 드리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




BY 임근호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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