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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팰럿Pallet Apr 10. 2016

호기심 많은 꼬마 원숭이 조지(George)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와 마르그레트 레이를 찾아서

호기심 많은 꼬마 원숭이 조지. 

그리고 이 녀석을 탄생하게 한 작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딸이 어린이집에서 빌려온 <병원 소동> 덕분이었다.

Curious George® Saves His Pennies

<병원 소동>은 호기심 많은 꼬마 원숭이 조지가 퍼즐 조각을 삼키면서 벌어지는 병원 에피소드를 담았다. 

원숭이가 마치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여겨지는 구성은 정말 동화답기 그지없다. 하지만 원숭이 조지가 아이들에게는 두려운 병원이라는 공간과 수술이라는 이벤트들 경쾌하게 풀어내는 모습은 아이들이 관심 갖고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호기심 많은 조지는 아프리카에서 온 원숭이라기보다는, 여섯 살 배기 우리 딸아이의 모습과도 같았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이 동화에 더 공감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모 역시 자녀를 동화를 통해 현실 속 공간으로 모험을 보내주는 것 같으니 흐뭇하게 읽어줄 수 있는 이야기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읽다 보니 앞뒤로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찾아보니 진짜 <병원 소동> 외에도, <아프리카여 안녕!>,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신나는 페인트칠>, <극장에서 생긴 일>, <신나는 스키타기>, <강아지 대소동>, <우주여행>, <낚시하기>, <아기 토끼와 숨바꼭질> 등 이미 여러 출판사를 통해서 조지  시리즈는 꽤 많이 나와 있었다. 다만, 국내판 일부 책들은 이미 절판이 되어서 빌리거나 구매를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이 조지 시리즈의 원제는 <Curious George>이다. 국내에 나와 있는 책들 외에도 꽤 많은 외서 동화책들도 있었고,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서 이미 EBS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었다. 해외에서도 조지는 꽤 유명한 녀석이었고, 이 녀석이라고 하기엔 태어난 시기가 꽤 오래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Curious George serise books


원작 동화책의 표지들을 보면 <Curious George>라는 대타이틀 위에 빨간 글씨로 MARGRET & H.A. REY`S 라고 적혀 있는 이름을 볼 수 있다. 

그 이름은 이 동화 시리즈의 작가인 마르그레트 레이(Margret Rey)와 삽화가인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Hans Augusto Rey)의 이름이다. 난 한스가 작가인 줄 알았는데, 삽화가 였다!! 삽화가인 한스가 왜 아내보다 유명하게 되었을까?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Hans Augusto Rey)

George를 그리는 Hans

그는 옛날 사람이었다. 약 75년 정도. 즉, <Curious George>는 미들 고전(?)이다. 이렇게 오래된 책이 지금의 정서에도 하나도 어색함이 없고 세계관 역시 낯설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좀 놀랍기도 했다. 처음에 읽을 때는 기껏해야 20-30년 전에 세상에 나온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가의 삶도 동화 속의 조지처럼 꽤 버라이어티 했다. 젊은 시절에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며, 러시아와 유럽을 오고 갔고, 결혼 전에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었고, 결혼 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거주하다가 2차 대전으로 독일인으로서 유럽에서 거주하는 것이 쉽지 않아지자 미국으로 건너와 귀화하였고, 캠브리지 대학교에서 우주천문학을 가르쳤다.


작가인 마르그레트 레이(Margret Rey)는 이름을 봐도 알겠지만 그의 아내이다. 마르그레트는 한스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멋진 여성이자, 아내였다.

Margret Rey와 뒷편에 캥거루를 그리는 Hans

마르그레트와 결혼하기 전에 한스는 브라질에서 욕조를 파는 영업사원 정도였지만, 결혼 뒤에 마르그레트의 설득으로 프랑스 파리로 넘어가 함께 사업(광고대행업)을 하는 부부 동업자가 되었다. 마르그레트는 어렸을 적 집 주변에 있던 Hagenbeck 동물원의 영향으로 동물을 무척 좋아했던 한스에게 동물을 소재로 예술적인 소양을 심어주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이나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함께 작업을 많이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한스는 독학으로 그림을 배우며 쌓은 소양으로 신문에 카툰을 게재하게 되는데, 이를 눈여겨본 출판사에서 한스에게 출판의 기회를 준다. 이렇게 태어난 첫 번째 동화책이 바로 '조지'를 세상에 나오게 한 첫 작품인 <라피와 아홉 마리 원숭이(Raffy and the Nine Monkeys)> 이다.

첫 작품인 Raffy and the Nine Monkeys

이를 통해, 두 부부는 본격적으로 '조지'라는 캐릭터를 <Curious George>라는 원고를 만들고 출판사를 찾아다녔고, 2년 뒤인 1941년에 조지 시리즈는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George가 주인공이 된 첫 작품. Curious George

책의 저자에서는 작가와 삽화가가 구분된 협업자였지만, 실제로는 작품을 구상하는 시작부터 일러스트와 스토리를 마무리하는 끝까지 부부가 함께 했기에 작가와 삽화가의 구분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다정한 Ray 부부

그 뒤에도 조지 시리즈뿐만 아니라, 타 작가의 동화에서도 삽화가로 활동하기도 하였고, 캠브리지 대학에서 천문학을 가르치며 <숨은 별자리 찾기>라는 아이들을 위한 천문학 도서도 냈다. 

어린이를 위한 천문학 도서 <숨은 별자리 찾기>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와 마그르레트 레이가 남긴 순수하고 천진한 많은 작품들은 전 세계로 12개국 언어로 발간되었고,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천만 부가 넘게 팔린 판매부수 보다도 대단하지만, 그 보다 더 대단한 것은 75년 전의 두 사람이 펼쳐낸 이야기가 지금도 그리고 또 우리 자손 세대에도 널리 읽힐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도 아이였던 시절이 있고, 여전히 우리의 마음엔 동심이 자리 잡고 있다.

어른과 아이를, 부모와 자녀를 이어주는 시작은 결국 공통된 경험과 추억일 텐데, 

동화는 시대를 관통하고 항상 그 다리가 되어 주었다.


자녀의 부모로서  George를 접했다면

그리고 절판되지 않은 다른 Curious George 시리즈를 더 찾아보고 있다면

그것은 아마 아이의 마음과 연결된 순간을 이어가고 싶어서 일 것이다.

 

George를 통해 딸아이와의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준

Ray 부부와 George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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