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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팰럿Pallet Apr 17. 2016

무지개 물고기와 친구들을 찾아

매일 책 읽어주는 아빠, 마르쿠스 피스터(Marcus Pfister)

무지개 물고기

앞서 소개한 '조지'(Curious George)는 모르는 부모님들도 있겠지만, 무지개 물고기는 아이를 둔 부모가 모르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널리 읽히는 동화책 시리즈이다.


딸아이가 세 살 때였나, 함께 책을 사러 파주 출판단지에 갔었는데, 거기서 우연히 <무지개 물고기>를 만났다.

그때는 이 책이 이렇게 유명한 책인 줄도 몰랐다.

<무지개 물고기>는 현재 전 세계 80여 개 언어로 출간되어 15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책만 있는 게 아니라 단어/숫자 학습교재, 인형, 퍼즐게임, 보드게임, 애니메이션, 뮤지컬, 율동에 노래까지 있었다. (심지어 스위스에는 무지개 물고기 우표도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조지도 그렇고, 순수하게 봤는데 정말 상업적인 캐릭터가 되어 버렸구나!! 

마르쿠스 피스터의 홈페이지에 안내된 각종 무지개 물고기 아이템들. 놀랍다.

노래가 있다길래 찾아보니 어린이집 학예회 작품부터 뮤지컬, 인형극까지 너무 다양하게 어린이들의 생활과 문화 속에 파고들고 있었다.

무지개 물고기 인형 뮤지컬의 한 장면

어떻게 무지개 물고기가 이렇게 까지 유명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이 동화를 쓴 작가는 누구일까.

워낙 유명한 작가여서 자료를 찾아보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조지(Curious George)만큼 오래되진 않았지만, 무지개 물고기도 꽤 연식이 있는 동화였다.


Marcus Pfister

우리말로 이름을 읽으면 '마르쿠스 피스터' 혹은 '마르쿠스 파이스터'. (국내 책 들이 마르쿠스 피스터로 불러주고 있으니, 나 역시 그렇게 부르도록 하겠다.)

마르쿠스 피스터는 글과 삽화를 혼자서 다 하는 작가이다. 아무래도 자신이 쓰는 작품의 삽화까지 그리니, 글로는 못다 전달한 감정과 이야기 흐름을 그림으로 잘 묘사하고 있는 듯하다.  


태생

유럽 쪽이 전반적으로 동화 작가들이 유명한 것 같다. 이번에는 스위스 작가이시다.

(이건 여담이지만, 의도한 것이 아닌데도 집에 있는 동화책의 대부분은 작가가 독일, 스위스 쪽이다. )

마르쿠스 피스터는 1960년 스위스 베른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순수한 외모의 작가이다.

스위스 옆집 아저씨 같은 순수한 외모의 Marcus Pfister

베른은 사실상 스위스의 수도인데, (스위스는 수도가 없다!) 취리히, 제네바, 바젤에 이어 스위스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이고, 오래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도시이다. 온 도시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동화 속 세상 같은 도시..

스위스 베른의 전경 (출처 : 스위스정부 관광청)

암튼, 작지만 유럽의 여러 나라 사이에서도 아픔의 세월을 그다지 겪지 않은 스위스. 그리고 그중에서도 베른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순수한 작가가 되기에 충분한 환경이지 않나 싶다.


작가가 되기까지의 삶

마르쿠스는 베른 예술학교에서 창작과정을 공부하고, 취리히 알렉산드르 오트에 있는 출판 대행사에서 그래픽 아티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말이 아티스트지 수습생을 하고 있을 뿐이었기에, 마르쿠스는 자신의 분야를 제대로 개척하기 위해 틈틈이 조각, 회화, 사진, 일러스트 등을 공부하며, 한 2년간은 열심히 수습 일을 했다. 

출판 대행사에서 일하며, 동화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 마르쿠스는 이 후 일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났다. 2년간 일하고 공부했던 것들은 모두 '기술'에 지나지 않았기에, 이제는 자신만의 '경험'과 '감성'의 소재가 필요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유럽이 아닌 아메리카 쪽(캐나다, 미국, 멕시코 등)으로 6개월간 여행을 떠났지 않았을까? 

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창작활동을 진행하다가 1986년 드디어 <잠자는 올빼미(The Sleepy Owl)>라는 동화 작품을 냈다. <잠자는 올빼미>가 독자들로부터 꽤 좋은 반응을 얻어내자, 출판사는 그에게 후속 작품을 독촉했다. 그도 올빼미 친구로 시작은 했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자신이 그린 올빼미 그림을 거꾸로 보게 되었는데, 이 모습이 마치 물고기 같았고 올빼미의 깃털에서 물고기 비늘을 연상해서 무지개 물고기라는 캐릭터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1992년에 우리에게 친숙한 <무지개 물고기(The Rainbow Fish)>가 태어나게 되었다. <무지개 물고기>는 Christopher Award, Critici in Erba Prize, ABBY Award 외에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많은 상들을 수상했고, 그보다도 더 권위 있는 아이들은 마음을 휩쓸어 담았다.


가족

마르쿠스 피스터는 아직도 고향인 스위스 베른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아내인 캐서린과 2남 2녀의 네 자녀와 행복하게 살고 있단다. 그는 자녀들에게 하루 20분씩 꼭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대화를 하는 모범적인 아빠 란다. (진짜일까..) 지금은 자녀들이 많이 자랐겠지만 네 자녀에게 이렇게 자상한 아빠라니, 딸내미가 자기 전에 책 3권 읽어달라 하면 타이르며 2권만 읽자고 하는 나로서는 반성이 되는 부분이다..


표현

<무지개 물고기>는 그림이 수채화물감으로 그렸구나 싶은 느낌이 있는데, 나무판 위에다가 종이를 올려놓고, 스케치를 한 뒤에 수채화 물감으로 색을 입히고 말리고, 다시 덧칠을 하고 말리는 식으로 해서 종이가 울지 않게 했다고 한다. 

무지개 물고기의 한 장면

이런 방식을 썼던 이유는 투명하고 아름다운 색감을 낼 수 있는 수채화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섬세한 표현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꽤 연구를 많이 한 것 같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홀로그램 스티커를 활용해서 무지개 물고기의 비늘을 표현 한 점은 무지개 물고기 동화의 화룡점정이 되었다.


작품

무지개 물고기는 앞서 말한 것처럼 시리즈 물이다. 다행히도 국내에는 시리즈 전권이 모두 나와 있다.

<무지개 물고기(1992)>, <날 도와줘 무지개 물고기(1995)>, <무지개 물고기와 흰수염고래(1998)>, <용기를 내 무지개 물고기(2001)>, <길 잃은 무지개 물고기(2006)>, <무지개 물고기와 신기한 친구들(2009)>, <무지개 물고기야, 엄마가 지켜줄게(2012) >의 총 7권이다.

그리고 국내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워크북으로 <무지개 물고기 1,2,3(2002)>, <무지개 물고기 A, B, C(2002)>, <무지개 물고기 플로어 퍼즐북(2003)>이 나와 있다.

국내에는 아직 안들어 온 것 같은 워크북들

마르쿠스 피스터는 무지개 물고기 외에도 펭귄, 곰, 공룡, 토끼, 강아지, 고슴도치, 오리, 까마귀, 생쥐, 사자 등 수많은 동물 친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많은 동화를 2014년까지 펴냈다. 대략 세어보니 무지개 물고기 시리즈를 제외하고도 약 50여 권의 작품을 냈고,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펭귄 피트 시리즈도 유명한 편이어서 읽어보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지개 물고기만큼은 아니었다. 우리 딸내미도 아직까진 그의 작품 중에는 <무지개 물고기>를 제일 좋아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좋은 이유는 동물들이 주인공이고, 모두 크고 작은 모험 또는 사건을 해결해 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대부분의 공감대를 이끄는 동화의 특성일 수도 있지만, 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에 따라 공감을 얼마나 얻어내느냐는 달라지는 것 같다.

아마 이런 점이 아이들의 시선과 마음을 얼마나 이해하는지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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