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국수를 만들어낸 일상레시피
#생면
예전에 JTBC에서 방영했던 예능프로 '강식당'에서 가락국수 면을 직접 뽑는 것을 보며, 저 제면기 하나 마련해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기억이 때쯤 우연히 식구들과 들렀던 한 식당에서 제면기를 만났다. 제면기를 통해 뽑아진 면발로 접했던 가락국수는 참 특별했다. 마트와 텃밭의 채소가 다르듯이, 기성면에 비해 생기가 느껴졌다.
그래서 아내를 설득하여 제면기를 구입했다.
구입한 제면기는 TV에서나 식당에서 본 것처럼 자동으로 면이 나오는 전문 제품은 아니고, 아내의 손바닥을 두 개 포개 놓은 크기의 아담하고 귀엽지만, 이탈리안 감성이 물씬 풍기는 제면기였다. 물론, 파스타용 제면기였지만, 용도야 뭐 받아들이기 나름이니까
제면기로 뽑은 면발 #쑥갓
올해는 주말농장으로 작게 텃밭을 하나 하고 있다.
베란다 화분 텃밭으로도 상추며, 허브며, 방울토마토며 아주 성공적으로 재배하는 아내의 재능을 좀 더 키워주고자 하는 마음에 시작했던 텃밭이었지만, 이제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찾아가는 주말 아지트가 되었다. 상추로 시작하여, 가지, 방울토마토, 시금치, 깻잎, 갓, 고수, 무, 호박, 비트, 당근 등 계절에 따라, 그 3평 남짓되는 텃밭에 많은 작물들을 키웠다. 그리고 이 겨울을 나기 힘들어할까 봐 비닐을 이불 삼아 덮어주었더니, 그걸 차 버리고는 햇빛을 받으려고 쑥 올라와 있던 쑥갓 녀석.
그래 오늘은 널 우리 집에 데려다 주마
#육수
제면기로 시작되어 쑥갓으로 마무리된 가락국수 한 그릇
중요한 국물의 베이스는 아내표 쯔유. 여기에 식감과 풍미를 더해줄 어묵. (어머니가 부산 여행을 하시고 돌아오는 길에 아들 생각이 나서 부랴부랴 역 주변에서 샀던 부산어묵.)그리고, 마트 갔다가 세일 라벨이 두 번이나 겹쳐 붙여있던 표고버섯. 잘 슬라이스 해서 말려두었는데, 빛을 볼 때가 되었지.
이 모든 재료들을 잘 담아 국물을 내고, 쑥갓을 올리니 가락국수 한 그릇이 탄생했다.
직접 키운 쑥갓과 뽑은 면으로 생기를 더한 가락국수 이 가락국수 한 그릇을 위해 우리 가족이 텃밭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제면기를 구입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상의 것들을 모으니, 꽤 그럴듯한 특별함이 되었다. 우리만의 요리도 되었고.
회사일로 정신없이 일주일을 보내고 주말이 찾아오면, 그저 일상 깊숙이 들어가 쉬고 싶기도 하고, 일상 밖으로 뛰쳐나가 특별함을 찾고 싶기도 하다. 주말을 그렇게 보내고 나면 허송세월 보낸 것 같아 아쉽기만 하고, 달성한 뭔가는 있지만 즐거웠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냥 흘러가버리는 것 같지만, 그 일상을 잘 들여다보면 꽤 소중한 순간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