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유난히 사랑받는 길고양이가 있다. 그 고양이를 누군가는 까미라고 부르고, 또 다른 이는 쿠키라고 부른다. 우리는 뚱뚱한(팻) 검은 고양이(캣)라는 의미로 패키라고 부른다.
패키는 학생들, 직장인들, 동네 어르신들이 학교, 직장, 그리고 도서관이나 시내로 가기 위해 꼭 거쳐가야 하는 작은 하천변 근처에서 생활한다. 그 위치는 아침에 햇빛도 가장 먼저 들기에, 아마 따뜻하기도 하고, 바로 옆에 다리가 있으니, 더우면 그늘로 가서 쉴 수도 있어서 고양이 녀석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보금자리다.
패키가 그러한 생각을 하고 그 자리에 터를 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동네 사람들은 그 길을 지나며 참새방앗간처럼 패키 주변을 맴돌다 가거나, 식빵을 굽고 있는(고양이가 납작 바닥에 움츠린 모양) 녀석을 쓰다듬어 준다. 녀석은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사람들이 가져다주는 간식과 식사를 당연하게 받아먹는다.
패키는 항상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 요즘은 겨울이라 조금 사람이 줄었지만, 날이 따뜻할 때면 저녁에 패키 주변에 사람들이 꽤 많다. 거의 줄을 서다시피 할 정도로 쓰다듬 차례, 간식 차례를 기다린다. 사람들은 차례를 잘 지키고, 패키도 마치 자신이 연예인인 것처럼 고마워하기도 하고 도도하게 굴기도 하며 사람들을 응대한다.
이래서 사람들을 집사라고 하나?
난 솔직히, 패키를 좋아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패키 말고 자렛이 더 마음이 간다.
자렛은 우리 아파트 계단실 밑에 터를 잡고 사는 매우 귀엽고 알록달록한 고양이다. 지금은 볼 수 없는 게 아쉽고 그립긴 하지만..
자렛은 우리 가족을 알아보고 정을 주던 고양이였다. 우리 가족은 매일매일 저녁마다 자렛을 보러 아파트 계단실에 찾아갔고,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고양이 책과 고양이 간식 등을 사며 자렛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 했다. 그런 어느 가을날, 자렛은 인사도 없이 자취를 감췄다.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계단실에서 멀지 않은 마을길에서 고양이가 차에 치었고, 그 고양이를 잘 묻어주었다는 내용의 글을 보고.. 혹시 자렛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런 자렛을 생각하며 출근을 하던 중에 또 패키를 만났다.
겨울 날씨에 한껏 몸을 움츠린 패키는, 바닥을 비추는 원통형 낮은 조명등 위에 몸을 얹고 아침 햇살을 쬐고 있었다. 출근길에도 사람들은 그런 패키를 찍고, 가족 또는 친구, 지인에게 패키의 사진을 전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