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사고, 어떤 책을 읽고, 그 책을 통해 무엇을 얻어야 할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요즘은 다행스럽게도 '어떤'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데, 혹시 아직 그곳 어느 발치에 머물러 있는 누군가가 이 글을 본다면 이런 말을 해 주고 싶다.
김영하 작가님의 책 ‘읽다’에서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일상이라는 무미건조한 세계 위에 독서와 같은 정신적 경험들이 차곡차곡 겹을 이루며 쌓이면서 개개인마다 고유한 내면을 만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읽다. 김영하. p.104. 문학동네>
책 속에 길이 있다?
책 속에는 이미 나 있는 길은 없다. 저도 처음에는 길이 있는 줄 알고, 참고서 답안을 찾듯이 뒤적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길은 없었다. 대신 무수히 길을 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묘사하자면,
책은 그 속의 세상을 통해 우리가 헤쳐가야 할 갈대밭을 제공한다. 우리는 갈대밭을 헤매면서 나의 결을 만들고, 길을 찾는 경험을 하게 되며, 저자가 보이지 않게 그려놨던 길보다 더 빠른 길을 찾기도 하고, 더 조용하고 사색할 수 있는 길을 찾기도 한다. 때로는 더 매력적인 세계를 확장하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개인의 고유한 내면이 되고, 내면이 두터워지면 외연으로 드러나게 되어 주변인도 그 사람이 성장했다고 느낄 수 있다.
책은 길을 보여주진 않는다.
얼마나 이해하고, 얼마나 생각하느냐에 따라 각자가 길을 찾는 방법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책을 읽는 집중도도 다르고, 읽으며 생각하는 관점이나 깊이도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책으로도 여러 길이 나올 수 있다.
저는 자신이 만든 길을 기억하는 게 좋다. 그러면 나중에 그 책을 다시 펼쳐 들었을 때 느끼는 게 많아질 것 같다. 자기가 만들어 놓았던 그 길로도 다시 가보고, 또 새로운 길도 찾아보고.
일단 읽자.
빠르게 달려서 가보기도 하고, 천천히 주변을 느끼며도 가보자.
꼭 끝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내가 찾고 싶었던 무엇인가를 찾았다면, 그다음엔 뛰어가든지, 다시 되돌아오던지 해도 된다.
잘 기억하고, 현실로 돌아와서도 그 느낌, 방법, 생각을 이어가 보자.
그럼 자신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누가 읽으라 하지 않아도, 누가 권하지 않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