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브런치북 연재를 통해 EU의 환경 규제 동향에 대해 정리해 봤습니다.
그중 가장 최신의, 가장 강한 규제가 바로 EUDR(EU Deforestation Regulation)인데요, 요약하자면 팜유를 포함해 커피, 코코아, 대두, 쇠고기, 목재, 고무 총 7개 품목을 '삼림 파괴 품목'으로 지정하고, 이들을 EU로 수입할 때에는 원산지나 '지리적 위치 정보'까지 있는 실사 선언서(Due Diligence Statement) 제출까지 해야 하는 규제입니다. 이때 코코아의 파생 상품인 초콜릿, 목재의 파생 상품인 가구와 같은 품목도 포함돼 있으니 정말 깐깐한 규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규제가 처음 발표됐을 때, 대기업의 경우 2024년 12월, 중소기업의 경우 2025년 6월부터 시행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참고: 19화 EU의 팜유 규제정책 (brunch.co.kr)
하지만 비판 여론이 많았습니다. 그러잖아도 절대빈곤에 시달리는 소규모 농민들이 이런 규제를 이행할 수 있을 것이냐, 그렇게 했을 때 늘어나는 비용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할 것이냐, 환경 보호를 빙자한 보호 무역주의가 아니냐 등등...
이런 비판을 의식한 것인지, 유럽연합은 2024년 10월 2일 자로, 규제 시행을 12개월 연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EU로 '삼림 파괴 품목'을 수출하거나 판매하고자 하는 대기업은 2025년 12월 30일부터, 중소기업은 2026년 6월 30일부터 이 규제 대상에 해당하게 됩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 유럽연합의 Press Release 원문 주요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 If approved by the European Parliament and the Council, it would make the law applicable on 30 December 2025 for large companies and 30 June 2026 for micro- and small enterprises. Since all the implementation tools are technically ready, the extra 12 months can serve as a phasing-in period to ensure proper and effective implementation."
위에서 이야기했듯 대기업은 2025년 12월 30일, 중소기업은 2026년 6월 30일부터 시작이 되며, 이러한 준비 기간이 EUDR의 더 적절하고 효과적인 실행을 보장할 것이라고 합니다.
"several global partners have repeatedly expressed concerns about their state of preparedness, most recently during the 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 week in New York. Moreover, the state of preparations amongst stakeholders in Europe is also uneven. ... a 12-month additional time to phase in the system is a balanced solution to support operators around the world in securing a smooth implementation from the start."
많은 글로벌 파트너들이 우려를 표했고, 12개월 추가 준비 기간을 두는 것을 균형 잡힌 해결책(혹은 타협)이라고 언급합니다.
재밌는 점은, 중간에 '심지어 유럽 내 이해 관계자들의 준비 상태 또한 고르지 않다(uneven)'고 표현한 것입니다. 유럽 내에서도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The extension proposal in no way puts into question the objectives or the substance of the law, as agreed by the EU co-legislators."
하지만 이러한 연장이 EUDR의 목적이나 본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합니다.
그 뒤에도 내용이 있지만 일부 지침의 상세 내용을 더 추가하고, IT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내용들입니다.
EUDR이 원래 시행되기로 했던 올해 12월을 얼마 앞두지 않고 이렇게 연기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 되겠습니다.
팜유의 경우에는 EU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주요 인사들과 여러 번 면담을 통해 조율하고 있었습니다. 10월 2일 이러한 연기 발표가 나기 불과 얼마 전인 9월 28일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오히려 EUDR을 잘 이행하고 발표한 것이 Reuters를 통해 기사화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EU의 일부 이해 관계자들, 예를 들면 유럽의 코코아 수입업자들이 EUDR의 시행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말레이시아가 한 번 물러서 줬는데 오히려 EU 내에서 반발이 있었던 것이죠.
개인적인 의견으로, EUDR은 취지는 훌륭하나 다소 과격한 규제였고, 이 정도 강도이면 EU 입장에서 '베팅'을 한 게 아닌가? 혹은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런 베팅을 하기에는 요즘이 좋은 시기가 아니기도 합니다. 최근 들어 팜유, 코코아와 같은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데,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봤을 땐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EU가 이렇게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니.. 정말 시행이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게 EUDR의 목적이나 본질에 의문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고 굳이 말하고 있지만요.
농업에서의 환경 파괴를 막아야 한다는 EUDR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좀 더 현실성 있고, 전 세계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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