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발 물러난 EU의 팜유 규제

EU는 오히려 좋아?

by 설날

지난 글에서 EU의 팜유 규제정책으로 크게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참고: 19화 EU의 팜유 규제정책


첫 번째는 2019년에 팜유를 ILUC(Indirec Land Use Change) 작물로 규정하며, 팜유를 바이오디젤 연료에서 퇴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여기서 ILUC는, 바이오디젤용 팜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식용 외에도 더 많은 팜유를 생산해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팜농장을 개간해야 하는데, 이 개간(Land Use Change)이 오히려 환경을 더 파괴한다는 논리였습니다.


두 번째는 2023년 EUDR 규제, 즉 팜유 및 커피, 코코아, 대두 등 7개 품목을 '삼림 파괴 품목'으로 지정하고, 이러한 품목들에 대한 EU 시장 역내 수입, 판매 시 엄격한 실사 등 규제를 가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규제는, 지난번 글에서 말씀드렸듯 1년 연기되었습니다.

참고: 유럽의 환경 규제(EUDR) 연기 소식


그런데 첫 번째 규제인, 바이오디젤용 팜유를 EU에서 퇴출하겠다는 규제 또한, 최근(1월 10일) WTO로부터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게 되었습니다. WTO의 보고서가 EU에 의해 상소되지 않을 경우 2개월 이내에 채택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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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에 대해 EU는 WTO가 EU의 환경규제가 타당했음을 확인했다고 기사를 냈는데요.


사실 여기서 타당하다는 것은 EU의 재생에너지지침(RED II) 정책이 전반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이지, EU의 팜유 규제가 타당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WTO panel report를 자세히 살펴보면,

1.png WTO panel report (DS 593)

인도네시아는 EU의 조치가 결국 EU 바이오연료 원료 시장에서 팜유에 대한 수요를 제한하고 제거하며, 이것이 유채씨유나 대두유에는 해당하지 않는, 차별적인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2.png WTO panel report (DS 593)

이에 대해 WTO는 ILUC 규제가 결국 인도네시아산 팜유를 EU산 유사 제품 대비 덜 유리한 취급을 한 것으로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조항을 위반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어차피 인도네시아산 팜유 차별했던 것이 부당하다는 게 WTO 판결인데, EU는 기사 이름을 저렇게 'WTO가 인도네시아와의 분쟁에서, 우리 환경 규제가 타당했다고 확인해 줬다'는 식으로 썼어야 했을지 아쉬움이 듭니다. 차라리 'WTO 결정에 따라 인도네시아산 팜유 규제를 재고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쓰든지.. 이게 무슨 연예 기사도 아니고, EU연합기 마크가 멋지게 찍힌 European Commission에서 나온 기사인데 말이죠.


이 정도면 평소와 인도네시아가 EU ILUC 관련 WTO에 제소한 내용을 알던 사람들은, WTO가 결국 인도네시아산 팜유 규제를 정당화해 줬다고 오해할 수도 있는 기사 제목 같습니다.


한 편으로는 요즘 유럽 경제가 많이 힘들다는데, 바이오연료 사용량을 늘리겠다는 선언은 지켜야겠고.. 이런 상황에서 바이오연료 원료로 팜유라는 옵션을 하나 더 갖고 가게 된 EU는 오히려 이런 판결이 반가울 수 있습니다. 마치 EUDR 연기 소식에, 유럽의 코코아 수입업자들이 오히려 환영했던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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