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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Aug 31. 2019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징글징글하게 책을 안 읽지만.

연애와 책의 공통점

 최근 금슬 좋다던 스타 부부가 헤어졌다. 그 과정이 씁쓸하기도 하고 가뜩이나 결혼율, 출산율이 저조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연애나 결혼을 기피할까 봐 걱정이다. 그 과정을 낱낱이 알아가는 과정도 불편하다. 사람들이 말할 것이다. 영원한 사랑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은 한눈에 반했다가 그 눈들이 제자리에 온 것뿐이라고.


스타 커플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바로 드라마 남녀 주인공으로 만났다는 것. 그런 감정이 결혼에까지 이르게 되었지만 그 감정의 효력은 잠시였던 모양이다. 사랑은 늘 이렇듯 시작은 쉽지만 유지가 어렵다.


 열정과 사랑을 혼해서일까? '사랑'이란 이런 열정이나 기쁨보다 훨씬 많은 감정들을 포함하는 말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나를 집어삼켰다가 뱉어낼 때
그 뱉음을 인정하고
도로 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 지난한 과정이
곧 사랑인 듯하다.


고작 유효기간이 1년에서 2년 반까지 가는 화학 호르몬을 당당하게 거스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내가 이렇게 사랑 문제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사실 책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사람 치고 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책과 연애해 오고 있다. 어릴 적부터 책(글로 쓰인 모든 것들)에서 위로를 얻었고 책에서 즐거움을 찾은 사람들이다. 그 고마움을 돌려주기 위해 글을 쓴다. 이 글을 읽고 누군가는 위로를, 또 누군가는 기쁨이나 지식을 얻길 바라며.


그 글이 모 어떤 주제가 되어가다가 책을 내기도 한다. 온라인의 한계를 넘어서는 오프라인의 매력이 있다. 눈이 침침해서 종이로만 읽는 내 또래 이상의 사람들에게도 종이책은 필요하다.


그런데 그게 연애에서 결혼에 이르는 과정만큼 힘들다. 결혼생활을 지탱하는 동안, 권태기 내지는 장애물들이 있는데 책에 대한 내 감정이 이와 비슷하다.


나는 어린 시절 한눈에 책에 반했고 위로와 기쁨을 얻었다. 그래서 어른이 된 후에는 책을 직접 써 보기로 했다. 처음엔 그럴싸하게 잘 쓸 것 같았고 쓰기만 하면 대박이 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 뒷맛이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강지처인 책을 멀리할 수는 없다. 여전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책 만들기를 준비한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생각만큼 명예를 얻는 것도 아니다.


그저 책의 가치를 믿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저 글을 쓰는 것이나 책을 쓰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두렵기까지 하다. 내가 쓴 책을 읽고 누군가 영향을 받는다는 게. 그래서 쉽게 쓸 수가 없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남편에게 반해서 결혼했지만 아이들을 낳고 기르면서 만들어진 가족의 의미를 알게 되고 그 가치가 엄숙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존재 가치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 한다.


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그것이 책에 대한 내 사랑이다. 문제는 만들어도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것.


전에 국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의 저자가 말했다. 몇 년 전 1위였을 때보다 10분의 1 수준밖에 안 팔린다고. 국내 출판시장이 얼마나 줄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주변만 둘러봐도 정말, 징글징글하게 책들을 안 읽는다. 전철만 타 봐도 대부분 스마트 폰으로 게임이나 하지. 이렇게 책을 안 읽는 추세는 심해지는 데 책을 쓰는 사람들은 많다. 요즘은 웬만하면 SNS로 글을 쓰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어 자기 의견을 표현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출판시장이 나빠지면서 개인적으로 반기는 것이 있다. 이제는 기획 출판의 경우 책을 대충 만들지는 못 한다는 것. 책 한 권 만들려면 비용이 최소 수백에서 수천만 원이 들어가는데, 웬만해서는 1쇄를  팔기도 벅차니 말이다. 이런 형국이니 작가도 주제 선정이나 필력에 있어서, 또 예시 자료 검증 등에서도 신중을 기한다. 퇴고는 또 어떻고. 작년에 두 번째 개인저서를 내면서 퇴고를 너무 열심히 하고, 책 제목 짓는데 열중하느라고 흰머리가 왕창 생겼다.


출판사 편집인들의 노고는 더 하다. 내 기억의 오류로 인용을 잘 못 한 것이나 영화 줄거리에 대한 기억의 오류까지 잡아내는 그 매의 눈. 그 날카로움에 감탄을 하고 경의를 표하게 된다. 어쩌면 그렇게 많은 글자 하나하나를 잘 잡아내는지.


표지 디자인은 어떤가? 내가 귀여운 일러스트가 좋겠다고 하니, 출판사에서 즉각 국내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높은 비용을 주고 의뢰를 해주셨는데, 내가 머릿속에 그리던 이미지 딱, 그런 컷이 나왔다. 그 컷에 어울리는 바탕색 컬러나 재질 등을 또 고민하고 고민하고.


글자 색이나 크기도 같이 의논하고 책 뒷면 추천사를 받을 분들을 물색하고 부탁하고 등등. 또 인디자인 글자체 등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요즘은 이렇듯 책을 쓰는 사람이나 만드는 사람이나 모두들 최선을 다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편집 위주의 책들이 넘쳐났다. 외국에서 들여온 도서들은 대부분 번역 비용을 적게 지불한 듯했다. 조악한 번역이 많아 가독성이 떨어졌다. 국내 서적들 중엔 수준 미달인 책들이 꽤 많았다.


 이름 좀 났다 하면 너무 다작을 하는 바람에 내용이 겹쳤다. 수준이 안 되는 작가의 경우책을 끝까지 한 톤으로 유지하기가 힘니 책 내용이 점점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다신중을 기해서 그런지 그런 폐단이 많이 없어지는 듯하다.


출판계의 불경기나 사회 전반적인 불경기가 나쁘기만 할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경기는 늘 흐름을 탄다. 경기가 나쁠 땐 질적으로 내적 성숙을 하는 기간으로 생각하고 싶다. 이제 뭘 하든 뼈와 영혼을 갈아 넣어야 되겠구나 하는.


이를 사랑에 있어서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 '진정한 사랑의 결실은 결혼이다'라는 가정하에, 권태기나 갈등의 시기야말로 서로 인격을 성숙시킬 절호의 기회다.


만약 평소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이기적인 성격이었다면 이 기회에 노력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위해 기꺼이.  즉... 해서 사랑했다가 아니라.... 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했다 가 되게.


그 과정에 인내심과 절제력이 요구된다. 훌륭한 인격의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게 바로 이 인내심과 절제력이다.


힘듦 안에서 나를 기꺼이 레벨 업시키도록 최적화된 존재가 배우자다.


나는 이렇듯 모든 면에서 긍정주의자이다. 머지않아 우리나라 출판계에도 호황이 올 거라 꿈꾼다. 해방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빠른 근대화, 현대화에 지쳐 문화적인 생활들은 밀쳐두었었다.


이제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로 접어들었다. 단순히 잘 먹고 잘 는 수준을 넘어서야 하는 때다. 좀 더 멋지게 가치 있게 살려면,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런 생각들이 많아진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최소 일주일에 한 권 정도 책을 읽고 그 내용을 가지고 토론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무엇보다 희망적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책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직권 하에 출판계를 일으킬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면 좋겠다.


책을 읽지 않는 국민들은 매스컴에 종종 휩쓸린다. 자기 의견이 없이 일방적으로 편집된 정보만 주입받기 때문이다.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저서 '뉴스의 시대'에서 현대인들은 각종 편파적인 뉴스로 인해, 또 생각 줄기 없이 치고 들어오는 각종 특종 보도 때문에 자기 생각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독서를 통해 이런 휘둘림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나는 매일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자기만의 소신을 갖고 있는, 진정한 선진국 국민이 될 날을 꿈꾼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독서 강국이 될 그 날을 위해 내가 아주 작은 보탬이라도 된다면 좋겠다.


부록)

그 날을 꿈꾸며 나름대로 말도 안 되는 방법들을 적어 보았다.


1.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매일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준다.(현재 그들이 쓰는 섬유유연제나 옷 등은 품절 대란을 일으킨다.)

2. 드라마에서는 작가나 편집인 등을 인기직업으로 내세운다.

3. 동네마다 반경 1킬로미터 안에 미니 도서관을 설치해서 전국적으로 책 수요를 폭발시킨다.

4. 독서 소모임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국가에서 도서구입비나 소모임 장소들을 제공한다.

5. 게임회사에서는 독서를 장려하기 위한 게임을 개발한다. 예를 들어 책 안에 있는 키워드를 찾는 게임이나 키워드 아이템 획득하는 과정을 게임으로 만든다.

6. 음식점 상호나 사업명 지을 때 책 관련 용어를 쓰면 등록비를 감면해준다.

7. 방송에서 책 관련 프로그램을 많이 편성한다.(도서관 짓기 행사 등. 김대중 대통령 때는 이런 프로그램이 많이 활성화되었다.)

8. 국가에서 도서 리뷰 전문 잡지 등의 발간을 장려하 리뷰 대회 후원금을 지급한다.

9. 고령인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큰 글자 서적 출간을 국가적으로 장려한다.

10. 인구 수적으로 작은 규모인 국내 출판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가까운 중국, 대만 등 국가부터 번역서 수출을 국가적으로 지원한다.


나의 한계로 여기까지만 생각해 보았다. 유능한 사람들이 출판 활성화 아이디어를 많이 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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