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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Sep 09. 2019

치킨게임을 그만두는 계기가 되었으면.

조국 청문회와 서울시 교육청의 기초학력 개선안 발표를 보며 느낀 점

산골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 산밭을 일구어 겨우 먹고사는 사람들이 살고 있였다.  어느 날 남자들이 읍내에 놀러 갔다가 예쁜 여자들에게 바람이 다. 그 뒤로 밭일도 내팽개치고 돈을 탕진하기 시작했다. 이에 못 참고 가출하는 여자들이 생겨다. 임신해서 어쩔 수 없이 사는 여자도 있었고, 경제력이 없 그사는 여자도 있었다. 그 동네 아가씨들은 다른 도시로 가서 결혼을 하고 싶었으나 부모들이 반대해서 결국 그 동네 남자와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서넛이나 있는 집이 문제였다. 남편이 돈은 안 벌어오고 술을 먹고 가족들을 폭행하니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 어리니 어쩔 수가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여자들이 마을을 떠나거나 이혼을 다. 이장님은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했다.


마을 남자들을 불러 모아 놓고는 집에 가서 여자들을 잘 가르치라고 한 것이다. 여자들이 지금 제정신이냐, 아이들을 두고 감히 집을 나가다니 하면서. 여성의 덕목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는 것이다. 이에 남자들이 집에 가서 여자들에게 위압적인 자세로 말하기 시작한다.

"부터 집에서 뭐 하고 지내는지 시간대별로 사진 찍어서 보내."

이제 부인을 감시까지 하겠다는 것.


이 이야기는 내가 지어 낸 것이다. 내가 느끼는 현재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꼬집기 위해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5일 '2020 서울학생 기초학력 보장 방안'을 발표했다.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진단을 실시하고 맞춤식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사에 의하면 내년부터 서울지역 초등학교 3학년과 중 1 학생은 모두 기초학력 테스트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기초학력 수준을 파악해 학습 부진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일선 교사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반에 난독 증 학생이 있었는데 당연히 기초학력 미달이었다. 문제를 읽기도 어려워하는 학생에게 기초학력 관련 학습지를 자꾸 풀게 하고 결과를 보고해야 했다. 그 일이 교사나 학생에게는 어마어마한 부담으로 다가왔었다.


먼저 난독 증을 치료해야 했지만 그 학생은 형편이 어려워 그마저도 힘들었다. 하지만 담당자는 절차상 어쩔 수 없다며, 기한까지 정해놓고 기초학습 향상에 대한 압박을 가했다. 결국 내가 방과 후에 그 학생을 데리고 앉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 경우엔 학력보다 난독 증 치료가 우선이다. 교사나 학생이나 이중고를 겪게 되는 셈.    

 

서울시 교육청 방안도 이와 같은 맥락인 것으로 이해다. 즉 난독 증 같은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학생의 학습부진을 지원하는 것. 그 결과 하위 성적의 학생들의 학습 정상화를 이루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 느끼는 부분은 다르다.      


결과적으로 학교마다 교육청에 보고할 거리만 늘어나는 셈이다. 난독 증 같은 경우는 그래도 꼭 필요한 지원이라고 본다. 단 교사 업무가 아니라 국가적인 시스템의 일환으로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


정서 학습부진아가 가장 큰 문제다.  이때 단순히 읽고 쓰기 셈하기 등을  가르치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 오히려 더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어린 학생들 애정결핍으로 인한 학습부진많은데, 이땐 학습이 아닌 심리, 사회학적 연구가 필요하다.


공부 못 하는 학생의 경우 대개 산만하다. 특히 남학생들에게 많은데 그 학생들을 방과 후에 앉혀놓고 또 읽기 쓰기 셈하기 등을 가르치면 공부와는 아예 담을 쌓게 될 것이다. 공부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공부 원리를 활용한 쉬운 게임을 하게 하면 어떨까? 아니면 심리를 안정시켜 줄 수 있는 초등학생 단계에 맞는 러피 기법을 도입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한 기초학력 부진 학생의 경우는 문제 삼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방탄소년단 막내 정국이 하는 라이브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정국은 학교 다닐 때 공부를 못 했다고 한다. 하루는 엄마한테 맞았다. 학교에서 받아쓰기 시험 때 커닝을 해서다.


엄마가 멋있었다. 자기가 공부 못하는 것 가지고 언제 혼낸 적이 있느냐고 하면서. 하지만 나쁜 짓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받아쓰기라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 때인데 만약 정국이가 늦게 서울에서 태어났다면 스트레스받았을 .      


그때 정국이 말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자기는 부모님이 공부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신 게 감사하다고. 그래서 자존감이 높은 것 같다고. 하고 싶은 걸 맘대로 하게 해 주신 덕분에 이것저것 다 시도해 볼 수 있었단다. 그래서 그런지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그림이면 그림,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재주꾼이다.    

       

무엇보다 자존감이 높아 보였다. 일선 교사가 보는 시각에서 또 인생을 많이 산 사람으로서 볼 때도 꽤 바람직한 성격으로 보인다. 이는 학습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을 때 가능한 일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게 있다. 노래나 춤 등 기본기는 한국파 가수도 잘하는데 생방송 무대로 가면서 점수 차이가 벌어진다. 해외파 가수들이 무대 매너에 있어서 압도적으로 잘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승은 해외파가 많이 한다.


지극히 개인적 생각이지만 이는 한국에서 학교를 다닌 참가자들의 자존감이 낮기 때문이라고 본다. 치열한 입시 경쟁에 내몰리고 칭찬에 인색한 한국 사회 분위기가 자존감을 허락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는 아기만 보면 무조건 예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기도 인물을 봐 가며 칭찬을 한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아기 때부터 비교당한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자존감을 되찾아주려면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더 이상 입시에만 목을 맬 것이 아니라 학문의 즐거움을 알게 하는 것이다. 각계각층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수렴을 하고, 교육 판을 다시 짰으면 다.      



교육개혁이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최근 입시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입시문제는 국민 최대 관심사다. 여러모로 우리나라 입시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동안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끝도 없는 치킨게임만 해 왔다. 서전속력으로 마주 달려오던 차 머리를 동시에 비틀어보자. 절대로, 아무도 욕하지 않는다. 겁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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