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장 같은 말투
나는 차가운 말투에 가장 많은 상처를 받는다.
무식한 욕쟁이한테 이유 없이 욕을 한 바가지 먹는다.
업무 실수로 직장 상사에게 크게 꾸지람을 듣는다.
그리고
내용은 평범한 테 왠지 싸늘한 말을 듣는다.
이 셋 중에서 어느 말이 가장 상처가 될까?
물론 셋 다 기분은 안 좋다.
하지만 상처를 받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첫 번째는 욕한 사람이 잘못한 거니 나를 떠난 문제다.
멘털만 갖추고 있으면 가볍게 패스할 수도.
두 번째는 일만 잘하면 해결될 일이다.
세 번째가 난해하다.
말투 탓인지, 불만 때문인지 알 수 없기 때문.
그렇다고 말 꼬리를 잡고는 왜 이렇게 말했냐,
저렇게 말했냐 물어볼 수도 없다.
말 내용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싸늘한 말투에 문제가 있다.
그런 상처엔 약도 없다.
원인을 알기 힘든데 나에게 하는 말투가 왠지 차갑다면?
그게 그사람 스타일이라면, 그 말투에 면역이 생길 때까지 계속해서 상처가 된다.
말투가 싸늘한 사람에도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다.
단답형으로만 대답하는 경우
: "식사했어요?"라는 물음에 "네." 하는 사람이다.
물어본 사람이 슬그머니 머리를 긁적이며 "뭐 먹었어요?"
하면 "돈가스요." 하고 답한다. 그렇다고 해서 또 돈가스 종류를 일식인지 왕돈가스인지 물어볼 수도 없다. "일식" 하고 끝낼게 뻔하기 때문.
이런 유형의 사람하고 대화하면 맥 빠진다. 자존감이 흔들릴수도. '내가 싫은가?' '날 무시하나?' 하고.
쿨해서 그럴 수도. 그런 사람은 과학적인 사고를 중시하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복장을 선호한다. 점심 메뉴도 평생 두세 개에서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한다.
연애는 안 했거나 평생 한 사람만 만난다.
대화 시 상대방 얼굴을 안 보고 말하는 경우
: 어쩔 수 없이 대면하고 말하더라도 눈은 안 쳐다본다.
일할 때 손으로 자판을 두드리면서 등 뒤로 말하는 스타일.
아무리 바쁘다 해도 '등 뒤로 던지는 말'이란.
무슨 공도 아니고.
이때 상대방은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되도록 얼굴을 보고 말하고, 특히 눈을 보고 말해야 소통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말끝을 차갑게 올리는 경우
: 이 말투는 글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이런 사람은 말 전체 톤이 높다.
쇳소리라고 해야 하나?
타고난 음성을 말하기 뭣한데 톤이 약간 높다.
전체적으로 새된 소리가 나고 말끝을 살짝 올림으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그런 톤의 말을 계속 듣다 보면 귀가 무척 피로해진다.
되도록 나직하게 말하는 게 듣기엔 편하다.
라디오 디제잉이 낮에 하는 톤이랑 밤이나
새벽에 하는 톤이랑 다르듯이 톤 조절이 필요하다.
통통 튀는 말투는 분위기를 업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장시간 듣다 보면 힘들다.
톤 전체가 높은 경우
: 이 경우엔 말 끝만이 아니라 전체 톤이 높다.
톤이 높아도 부드러운 음성이면 상관없는데
날카로운 금속성 음성이라면 듣기 싫다.
만약 평소 부드러운 행동이 따라준다면 상관없지만
행동마저 날카롭다면 '차가움'이 그 사람의 시그너쳐가 된다.
이런 사람이 말도 빨리 하고 내용이 안 좋으면 싸우자는 말로 들린다.
괜한 오해를 사기 딱 좋다.
톤이 높은 사람이 천천히 말하고 말투를 부드럽게 하면
오히려 아나운서의 맑은 음성으로 들릴 수도 있다.
차가운 단어를 써서 말하는 경우
: 어미를 최대한 빼고 딱딱한 단어로만 구성해서 말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밥은 먹었는지 모르겠네요?"도 "식사했어요?"라고 묻는다.
"이 것좀 부쳐줘요."라고 할 것을 "우편물 접수 부탁해요."
'배운 사람'으로 보이긴 하지만 인간미가 부족해 보인다.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니라 로봇이 하는 말 같기도 하고.
자기 할 말만 하는 경우
: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다.
그냥 수다쟁이와는 다르다. 수다쟁이는 그냥 같이 할 말이 많은 거고, 이경우는 그냥 '따다다 다' 일방적으로 말을 하고 만다.
상대방이 말할 경우에도 추임새나 대꾸를 하지 않는다.
자기 할 말만 하는 게 목적이므로.
이렇게 되면 자신의 목적은 달성할지 모르지만
남들과 소통하긴 힘들다.
점점 남과 단절되어 미궁 속에서 살아갈 확률이 높다.
이런 사람과 대화하고 싶은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
남의 의견을 사사건건 묵살하는 경우
: 무슨 말을 하면 거기에 꼭 토를 달아서 반박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어떤 말을 해도 부정적인 코멘트를 단다.
예를 들어 코로나로 집에 있으니 가족과 시간을 보내서 좋다고 말하면
자영업자들이 죽어나가는데 뭐가 좋냐고 토를 단다.
둘은 전혀 다른 이야긴데.
늘 이런 식으로 토를 달면 말하는 사람의 의욕이 꺾인다.
그러면서 자기 몸에 묻은 똥은 못 보는 강아지 같은 면이 있다.
남이 자기가 한 말에 토를 달면 와장창 깨버리면서 무안을 준다.
왜 시비를 거냐면서.
늘 자기만 옳다는 식이다.
물론 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무조건 차가운 말투를 가졌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느낌일 수도 있다.
또 표정이나 태도, 환경 등이 함께 작용한다.
통통 튀는 매력인데 나에게만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세대 간의 차이가 크다.
중년이 보기엔 차가운데 젊은 세대가 보기엔 따뜻해 보일 수도.
이렇게 저렇게 핑계를 둘러 대면 어쩔 수 없지만...
마지막까지 포기가 안 되는 게 있다.
코로나 시대에 이 무슨'개풀 뜯어먹는 소리'냐고 해도 좋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놓지 못하는 건...
제발 눈을 보면서 말하자는 것이다.
너무 과한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