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소금 치는 말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어라.

by 허윤숙

동생 남편이 바람을 폈다. 그때 동생에게 무슨 말로 위로를 해주어야 할까? 위로보단 대처 내지는 조치를 취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생이 우선 그 쓰라린 가슴을 달래려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면.

동생을 차분하게 안심시키는 일이 우선일 수 있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기껏 한다는 말이,

"그러게. 내가 뭐랬어? 바람둥이 같다고 했잖아. 얼굴만 반반해 가지고."


사건을 수습하는 것도 힘든데 언니가 상처에 소금을 벅벅 문질러댔던 것이다.

살다 보면 이런 잔인함을 많이 저지르게 된다. 단순히 말로.

끔찍한 일이 일어날 때. 즉 사랑하는 연인에게서 실연을 당했다든가, 직장을 잃었다든가, 사랑하는 강아지가 죽었다든가 할 때 그 상처에 소금을 문지르는 일을 하진 않는가.

내가 직접 상처 위에 뿌린 소금, 또는 내 상처 위에 누가 뿌린 소금만 해도 1톤은 넘을 것이다.

그 '소금 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믿었던 사람에게서 배신을 당했거나 사기당한 사람에게 하는 말,

"그러게. 내가 너무 잘해주지 말랬잖아."(너는 원래 누구에게나 못 해 주잖아.)


-자기는 붙고 나는 떨어진 시험에,

"어쩌니, 이번 시험이 마지막인데."('이번이 마지막 기회인 걸' 굳이 콕 집어서 말할 필요까진 없다.)


-사소한 팁을 몰라서 그동안 손해 보고 살아온 걸 안 순간. (금융이나 세무 지식 등) 무척 배 아픈 그 시점에 딱 한다는 말이,

"그걸 여태 몰랐단 말이야?"(그래. 몰랐다. 몰랐어.)



-나에게 책임이 달린 일을 실수로 그 기회를 놓쳤을 때

"다들 너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제 어떡해?"(상처에 소독약을 발라야지 왜 소금을 문질러? 그냥 위로해주면 어디 덧나냐?)


-큰소리 땅땅 치다가 일을 그르쳤을 때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꼴좋다."(내가 잘못되길 바랬던 건 아닌지.)


-하지 말란 일을 고집 피우고 하다가 그르쳤을 때

"내 그럴 줄 진즉에 알아봤지."(아예 점집을 차리시든가.)


-사람들이 나만 만만하게 대하는 거 같다고 말하는 나에게,

"네가 너무 착해서 그래. 나한텐 어림도 없지."(어디서 자기 카리스마 있다고 자랑질이야.)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을 때, 그나마 과정은 즐거웠다고 자위하는 나에게,

"이럴 거면 뭐하러 애썼어?"(참 신통하다.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사람을 나가떨어지게 만드니.)


이 외에도 무수히 많은 '소금'이 떠 오른다. 그 소금이 묵직하게 가라앉아 내 가슴이 사해가 되어 있을 정도로.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내가 누군가의 상처를 '염전'에다가 내동댕이치지는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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