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딸아이와 방탈출 게임을 했다.

한번 더 가면 잘할 것 같은 이 기분

by 허윤숙

딸아이가 방탈출게임을 가잔다. 뭔지는 알고 있지만 굳이 돈을 내고 가야 하나?

순간 딸이 내 공감능력에 대해 핀잔을 주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꼰대가 되지 말아야 한다.

요즘 세대가 좋아하니 그 이유나 알아보자.


입장료가 비싸다. 1인당 50분에 20,000원 정도니. 그 돈이면 돼지고기 1근 반인데.


돈을 내고 굳이 나를 셀프로 감금하고, 안 그래도 어지러운 머릿속을 더 어지럽게 만들어서 문제를 푼다. 또 굳이 방을 옮겨가며 새로운 문제를 풀고, 문을 열어주면 기뻐하고 다른 방으로 이동한다.


특이하게도

게임마다 주제가 있었다. 이번에 간 곳은 유명한 팝송을 주제로 한 방이다. 아는 노래지만 평소 흥얼거리기만 했을 뿐 가사는 몰라서 문제 푸는데 도움은 안되었다. 입장하기 전에 핸드폰을 반납하고 들어가서 커닝도 할 수 없었다.


방에 들어가자 도대체 뭘 어쩌라는 거야 하며 시간만 흘러갔다. 주로 딸이 문제를 풀어서 탈출했는데, 평소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는, '의미충'인 나로선 그래도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되었다고나 할까. 인생이라는 테마를 잘게 잘게 쪼개서 방을 만든 느낌. 그 방 하나하나가 세포처럼 역할을 하고 그 세포가 모여 '인생'이란 그림을 그린다.


1. 게임에 돈을 지불한다.-우리가 태어난 건 부모가 치른 고민값 덕분이다.

2. 한 게임당 주제가 하나로 통일된다. -시기별 고민이 늘 있었다.

3. 문제를 풀기 전까진 그 방을 나올 수 없다.-그 시기의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이동하지 못한다. 학업, 취직, 결혼등

4. 문제를 푸는 데는 관찰력이 중요하다.-인생을 사는데 필요한 기술은 화려한 것이 아닌 디테일에 있었다.

5. 어려운 문제도 알고 보면 단순히 꼬아 놓았다.-거창해 보이는 고난도 지극히 사소한 걱정들의 결합상품이다.

6. 수시로 나에 대한 스텐스가 바뀐다. 문제가 안 풀리면 '나는 왜 이렇게 머리가 안 돌지?' 그러나 풀고 나면 갑자기 내가 천재 같다. -다소 즉흥적이고, 다분히 자의적인 자학과 자뻑의 순간들로 점철된 인생이란.

7. 또다시 가고 싶어 진다.-아무리 힘들어도 인생은 해 볼 만하다. 하면 할수록 경력이 쌓이니.


갖가지 이름이 붙은 고난을 한 바퀴씩 돌고 나면 또 다른 주제의 고난이 줄을 서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자꾸 돌다 보면 문제풀이에 익숙해진다. 방탈출게임에 여러 번 가본 우리 딸은 문제를 나보다 쉽게 푼다.


그래 그거지 반복학습. 또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힌트, 정답지, 해설지를 보면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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