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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May 22. 2019

공부해서 남 주자

자기 효능감이 있는 아이로 길러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이 영화로도 나왔는데, 행복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생각다. 우선 이 잡화점 주인이었던 할아버지의 마음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장난스러운 아이들의 고민을 정성껏 답해주는 장면에서다.  


장난조차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라 본 것이다. 어쩌면 상담은 누군가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반쯤 해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교사가 직업인 나에게 또 하나의 주제가 눈에 들어왔다. 좀도둑들이 남의 고민을 상담해 주면서 자신들도 쓸모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장면이다.  

그들이 무슨 대단한 능력을 발휘해서가 아니다. 단지 남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자기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조언을 해 준 것뿐이다. 이 전에는 좀도둑들에게 ‘자기 효능감’이 없었다. 즉 자신들은 아무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무언가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들은 좀도둑 생활을 그만두고 미래를 향해 새롭게 나아간다.

학교에서 문제아들을 만날 때 가장 힘든 부분이 있다. 바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들을 때이다. 그런 학생들은 일찌감치 자신의 한계를 그어놓고 노력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반대로 성취도가 높은 학생들 중 대부분은 지능이 뛰어나다기보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 강하다.

청덕 초등학교 영재 교육 담당 교사인 신희진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영재학급에서는 교사가 어려운 문제를 제시하면 학생들은 몇 날 며칠 동안 수십 번의 도전을 한다. 정답 맞히기에 실패하더라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이 있기 때문이다. 교사가 정답을 먼저 알려주면 화를 내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일반 학급에서 교사가 어려운 문제를 제시하면 3~5회 도전하다가 실패하면 금세 포기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교사가 빨리 답을 말해주기만을 바란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게 하려면 먼저 자기 효능감을 키워주어야 한다.”

어릴 때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부모님이 하시던 말씀이 있다. “공부해서 남 주니?”

물론 공부를 하는 과정은 남의 머리가 아닌 자신의 머릿속을 채우는 과정이므로 자기에게 이득이 된다는 말이다. 또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에 가고 그러면 취직이 잘 되어서 잘 산다는 취지로 한 말이다. 하지만 그 말에는 결국 줄 세우기 식 무한경쟁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다 같이 즐겁게 공부하고 다 같이 행복할 수는 없을까? 이제 그 말을 바꾸면 어떨까? “공부해서 남 주자.”로 말이다. 어떤 공부든 열심히 하면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나미야 잡화점의 좀도둑들을 보자. 그들이 상담을 해 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은 상담하러 온 사람들과 같은 보육원 출신이다.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지내온 좀도둑들은 상담하러 온 사람들의 처지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편안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은 할 수 없는 상담을 그들은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누구나 남에게 줄 것이 있다. 주려는 마음만 먹으면 말이다. 도둑질하러 들어간 집주인이 알고 보니 자신들의 상담을 통해 부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좀도둑들. 그들이 자신의 경험을 남을 돕는 쪽으로 쓰느냐 아니면 해치는 쪽으로 쓰느냐는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이다.

공부는 싫었지만 우연히 비행기에 관심을 갖게 된 학생이 있었다. 다양한 종이로 접어보고, 멀리 오래 날아가는 비행기를 연구한 결과 가장 오래 나는 비행기를 접을 수 있었다. 그 전에는 구구단도 외우지 못해서 놀림을 받았지만, 비행기를 잘 접는 것만으로도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그 앞에 줄을 섰다. 그전에는 없던 인기가 생기자 공부에도 자신감이 붙었나 보다. 수업시간에 누구보다 눈을 반짝이더니 성적이 많이 올랐다.    

다방면에서 자기 효능감이 커져야 한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는 수학이나 영어를 못 해도 다른 것을 잘하면 인정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부모들은 가정에서 공부 말고도 자녀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찰하고 격려해보자. 앞으로는 남들이 잘하지 못하는 특정 기술을 가져야 경쟁력이 있는 세상이 온다. 그리고 좋은 마음가짐을 통해서 그 기술이 남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이런 말이 자주 나와야 할 것이다. “공부해서 남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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