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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Jul 19. 2024

의정부고 졸업사진, 15년간의 진화

독특한 전통에서 시대의 거울로, 한 장의 사진에 담긴 대한민국

여러분은 고등학교 졸업사진을 어떻게 찍으셨나요?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단정한 교복 차림에 미소를 지은 채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는 이런 관행을 깨고 독특한 졸업사진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바로 의정부고등학교입니다.


의정부고의 특별한 졸업사진 전통은 2009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학생들은 평범한 포즈 대신 그 해의 인기 있는 인물이나 사회적 이슈를 패러디한 코스프레를 선보입니다. 처음에는 소수 학생들의 참여로 시작되었지만, 점차 전교적인 행사로 발전했습니다.


이 독특한 문화는 매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화제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의 창의력과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코스프레는 단순한 졸업사진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유명 인물,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캐릭터부터 그 해의 사회적, 문화적 이슈까지 다양한 소재를 활용합니다.


의정부고 졸업사진의 특징 중 하나는 높은 완성도입니다. 학생들은 단순히 의상을 입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교한 분장과 소품을 활용해 전문 코스플레이어 못지않은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노력은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찬사를 받았습니다.


물론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17년 이전에는 정치적 이슈를 다루기도 했지만,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후로는 정치적 주제는 자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2020년에는 '관짝 댄스' 코스프레가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학생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20년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 중 관짝밈(출처:페이스북 의정부고등학교에서 알려드립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의정부고의 졸업사진은 단순한 화제거리를 넘어 그 해의 트렌드와 이슈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일종의 타임캡슐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매년 의정부고의 졸업사진을 기다리며 그 해의 주요 사건들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2024년 의정부고 졸업사진은 이러한 전통을 더욱 풍성하게 이어갔습니다. 올해의 졸업사진은 연예계부터 정치경제까지, 한국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코스프레는 연예계 핫이슈였던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모습이었습니다. 뉴진스의 성공으로 '뉴진스 맘'이라 불리던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와 결별하며 벌어진 논란은 연예계를 넘어 경영권 분쟁의 대표적 사례로 떠올랐었죠.

2024년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출처 의정부고등학교 인스타그램)

경제사회 이슈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한 학생은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조용히 해달라"고 손가락을 입에 대는 포즈를 취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또한, 2024년 봄에 중국으로 반환된 푸바오에 관한 코스프레도 있었습니다. 

2024년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출처 의정부고등학교 인스타그램)
2024년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출처 의정부고등학교 인스타그램)

드라마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들도 졸업사진에 등장했습니다.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무빙'의 '봉석' 캐릭터와 로맨스 코미디 '선재 업고 튀어'의 '임솔' 캐릭터를 패러디한 학생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2024년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출처 의정부고등학교 인스타그램)

영화계 역시 빠지지 않았습니다. 디즈니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 2'와 올해초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달성한 '서울의 봄'과 한국 오컬트 영화의 대표작으로 떠오른 '파묘'를 패러디한 졸업사진들은 글로벌 블록버스터와 한국 영화의 공존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2024년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출처 의정부고등학교 인스타그램)

유명 인플루언서와 코미디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유튜버 침착맨의 '테무 쇼핑'을 패러디한 모습이나, 코미디언들의 부캐릭터인 힙합그룹 '맨스티어', '말왕' 등을 재현한 모습은 2024년 대중문화계의 트렌드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2024년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출처 의정부고등학교 인스타그램)

그러나 2024년 의정부고 졸업사진 중 단연 최고의 화제작은 바로 '러브버그' 코스프레였습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된 이 벌레를 재현한 학생들의 모습은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두 명의 학생이 바닥에 엎드린 채 찍은 이 독특한 사진은 온라인 상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2024년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출처 의정부고등학교 인스타그램)

러브버그 코스프레의 인기는 단순히 웃음거리를 넘어 2024년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사소해 보이는 일상의 문제가 어떻게 전국적인 이슈로 확대되는지, 그리고 그것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한국인들의 특유의 정서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의정부고 졸업사진 한 장에는 2024년 한국 사회의 주요 이슈들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연예계의 이슈부터 정치, 경제, 드라마, 영화, 대중문화,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문제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어, 마치 한 해를 정리한 타임캡슐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의정부고의 이런 독특한 졸업사진 문화는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 사회의 변화와 함께 발전해왔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학교 행사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창의성과 표현의 자유, 그리고 사회 참여 의식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의정부고 졸업사진이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재치 있게 반영하며, 많은 이들에게 그 해의 주요 이슈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길 기대해 봅니다. 2025년에는 또 어떤 모습들이 우리를 놀라게 할지, 그리고 어떤 코스프레가 '러브버그'만큼이나 우리를 웃게 만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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