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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Jul 20. 2024

원형과 원형의 변형

'슈렉'과 '슈퍼마리오' 그리고 '젤다의 전설'을 통해서 본 이야기 작법

이야기를 만들 때, 우리는 종종 익숙한 '원형'에서 출발합니다. 원형이란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되어 온 보편적인 이야기 구조, 모티프, 캐릭터 유형 등을 말합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창의적인 이야기는 이런 원형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변형하고 새로운 시각을 더할 때 탄생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원형 중 하나는 '용사가 공주를 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동화, 소설, 영화 등을 통해 이 익숙한 플롯을 접해왔죠. 악당에게 잡힌 공주를 용감한 왕자나 기사가 구출하고, 그들은 사랑에 빠져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것이 바로 '용사와 공주' 이야기 원형의 기본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 원형을 그대로 답습하기만 한다면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어려울 것입니다. 변화를 주어 관객의 기대를 뒤집을 때, 비로소 창의적인 서사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죠.

슈렉(2001)_포스터

이러한 원형의 변형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애니메이션 영화 '슈렉'을 들 수 있습니다. 슈렉은 추한 외모의 오거이지만, 전형적인 악당이 아닌 따뜻한 심성을 가진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피오나 공주는 수동적으로 구원받기를 기다리기보다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 노력하죠. 이처럼 슈렉은 '미녀와 야수'같은 고전 동화의 원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신선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게임 업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닌텐도의 대표 시리즈인 '젤다의 전설'과 '슈퍼마리오'에서 공주의 역할이 변화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과거에는 젤다와 피치 공주가 구출되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 존재였다면, 최근작에서는 그들이 능동적으로 모험에 참여하거나 심지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히 '영웅 남성'과 '희생자 여성'이라는 고정 틀을 벗어나, 보다 다양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추구하는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프린세스 피치 쇼타임_구원의 대상이었던 피치 공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게임
젤다의 전설 지혜의 투영_타이틀롤인 젤다가 플레이어로 등장하는 첫번째 게임

이렇듯 익숙한 원형에서 출발하되, 시대의 변화와 새로운 가치를 반영해 변형을 더하는 것이 창의적인 이야기 작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정관념을 뒤집고 관객(혹은 게이머)의 기대를 전복하는 과감한 시도야말로 기억에 남을 만한 이야기를 만드는 열쇠일 테니까요.


결론적으로, 우리가 이야기를 만들 때, 원형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것을 깨뜨릴 방법을 고민한다면 보다 독창적이고 영향력 있는 서사를 탄생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익숙한 것에서 시작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과정, 그것이 바로 현대적 이야기 작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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