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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Jul 21. 2024

신파, 한국 대중문화의 눈물의 역사

'여로'를 통해 본 감성의 흐름

신파는 한국 대중문화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장르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유입된 이 독특한 양식은 한국인의 정서와 결합하여 독특한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1970년대에 이르러 TV 드라마를 통해 전성기를 맞이한 신파는 당시 한국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반영하며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신파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KBS 일일연속극 여로'는 1972년 4월 3일부터 12월 29일까지 방영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가난 때문에 정신지체 장애인 남편과 결혼하게 된 한 여인의 고난의 시집살이를 그린 이 드라마는 당시 70%가 넘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여로'가 방영되는 시간이면 거리가 썰렁해지고, 택시 기사들도 영업을 멈추고 전파상 앞에 모여들 정도였다고 합니다.


'여로'의 인기는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신파의 전형적인 특징들을 잘 보여주며, 당시 한국 사회의 모습과 대중들의 정서를 정확하게 포착했습니다. 주인공 분이가 겪는 고난과 시련, 그리고 그것을 묵묵히 견디는 모습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던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신파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주인공들이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여로'의 주인공 분이 역시 시어머니의 구박과 고난의 시집살이를 묵묵히 견디며 살아갑니다. 이러한 인물 설정은 관객들의 연민을 자아내는 동시에, 현실에 대한 순응적 태도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신파적 요소들은 현대에 와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개인의 고난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약화시키고, 현실에 대한 순응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여성의 희생과 인내를 미화하는 경향이 있어 젠더 불평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결국 '여로'와 같은 신파 드라마의 인기는 당시 한국 사회의 모습과 대중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거울이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이러한 신파적 요소들은 점차 대중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워졌고, 이는 한국 대중문화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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