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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Jul 31. 2024

한국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2024년 대한민국 영화 100선 중 공동 8위 작품

1998년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가 2024년 한국영화 100선에서 공동 8위에 선정되었습니다. 이는 영화가 개봉한 지 25년이 넘은 시점에서도 여전히 그 예술성과 감동을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1998)_재개봉 포스터

'8월의 크리스마스'는 한국 멜로영화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작품입니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사진관 주인 정원(한석규)과 발랄한 주차단속원 다림(심은하)의 서로 다가가지만 끝내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한국 멜로영화와는 전혀 다른 접근방식에 있습니다. 신파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잔잔하고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20여 분은 대사 없이 오직 영상과 음악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감한 시도를 보여줍니다.


허진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의 밝게 웃는 영정사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죽음을 앞둔 이의 삶을 꼭 비극적으로만 그릴 필요가 없다는 감독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영화 속 정원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마지막 순간까지 일상을 살아가며, 새로운 사랑도 경험합니다.


영화의 미학적 완성도 또한 높이 평가받습니다. 유영길 촬영감독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한 이 영화는 서정적인 화면과 절제된 컷 운용으로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냅니다. 또한 한석규가 직접 부른 주제가와 함께 삽입된 산울림의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는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킵니다.


이 영화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영화가 다루는 '사랑'과 '이별', 그리고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특유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으로 표현해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시대를 초월한 영화의 미학적 완성도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도 큰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한국 멜로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 영화 이후 많은 한국 멜로영화들이 더욱 섬세하고 깊이 있는 감정 표현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한 편의 영화를 넘어 한국 영화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24년 한국영화 100선에서의 높은 순위는 '8월의 크리스마스'가 여전히 현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이는 진정한 사랑과 인생의 의미에 대한 성찰이 시대를 초월해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한국 영화사의 고전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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