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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으로 풀어내는 이야기의 마법

영상의 특징 7 - 서사성의 매력

by 김형범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의 핵심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서사성'은 영상 매체만의 독특하고 강력한 특징입니다.


영상 매체의 서사는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활용하여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대사, 표정, 동작, 배경 음악 등이 어우러져 복합적인 내러티브를 구성합니다. 이는 문학이나 라디오 드라마와는 다른, 영상만의 풍부한 서사 경험을 제공합니다.


영상의 서사는 시간을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습니다. 플래시백, 플래시포워드, 슬로우 모션, 타임랩스 등의 기법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습니다. 이는 비선형적이고 복잡한 서사 구조를 가능케 합니다.


또한 영상은 '보여주기(showing)'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소설이 '말하기(telling)'에 의존한다면, 영상은 직접적인 시청각적 경험을 통해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이는 때로 대사 없이도 강력한 내러티브를 구축할 수 있게 합니다.


영상의 서사는 다양한 시점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의 위치와 앵글 변화를 통해 객관적 시점에서 주관적 시점으로, 또는 전지적 시점에서 제한적 시점으로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경험하게 해줍니다.


편집은 영상 서사의 핵심 요소입니다. 장면과 장면을 이어붙이는 방식에 따라 이야기의 리듬과 긴장감이 달라집니다. 몽타주 기법을 통해 복잡한 정보를 압축적으로 전달하거나, 롱테이크로 현실감을 높이는 등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영상 매체는 복수의 서사선을 동시에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병렬적으로 보여주거나, 메인 플롯과 서브 플롯을 교차시키는 등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영상의 서사는 연작이나 시리즈물을 통해 장기적인 이야기 전개가 가능합니다. TV 드라마나 영화 시리즈는 수개월, 때로는 수년에 걸쳐 하나의 큰 서사를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영상의 서사는 관객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합니다. 모든 정보를 명시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관객이 스스로 해석하고 추론할 여지를 남깁니다. 이는 관객을 서사의 공동 창조자로 만듭니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영상 서사의 가능성은 더욱 확장되고 있습니다. 인터랙티브 영화나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등 새로운 형태의 서사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영상의 서사성은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현실 인식과 경험 방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종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방식으로 현실을 해석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앞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그 작품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 어떤 서사 기법을 사용하는지 주목해 보는 것도 좋을 것습니다. 이는 영상을 더 깊이 있게 감상하고, 나아가 우리가 현실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영상의 서사성은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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