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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Jul 29. 2024

올림픽 기념 스니커즈가 불러일으킨 논란

아디다스의 역사적 오점과 현대의 갈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최근 올림픽 기념 스니커즈 캠페인으로 뜻하지 않은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마케팅 실수를 넘어 역사적 책임, 국제 정치, 그리고 기업 윤리가 복잡하게 얽힌 현대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발단은 아디다스가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1972년 뮌헨 올림픽 당시 출시했던 SL72 스니커즈를 재출시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캠페인의 모델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모델 벨라 하디드를 기용한 것이었습니다. 벨라 하디드는 평소 팔레스타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해 왔는데, 이는 이스라엘 측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반발의 근저에는 1972년 뮌헨 올림픽 당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당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의해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이 살해되는 테러 사건이 발생했었죠. 이스라엘 측은 아디다스가 이런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팔레스타인 지지자를 모델로 기용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1972 뮌헨 올림픽 이스라엘 선수단 인질 사건

아디다스는 결국 논란이 커지자 벨라 하디드가 등장하는 캠페인 화보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단순히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벨라 하디드 측에서는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먼저,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역사적 비극을 불필요하게 상기시키는 것은 적절한가? 또한, 현재 진행형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복잡성을 기업들은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더 나아가, 과거 나치 정권에 부역했던 역사를 가진 아디다스가 이런 민감한 이슈에 개입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나치에 부역했던 전범 기업

이 사건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꼴"이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합니다. 과거의 잘못된 행적을 가진 기업이 현재의 복잡한 갈등 상황에서 도덕적 판단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논란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대화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역사적 트라우마의 현대적 해석, 그리고 국제 갈등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자사의 역사를 직시하고, 현재의 복잡한 국제 정세를 고려한 책임 있는 행동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역사, 정치, 그리고 기업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을 내려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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